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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Sep 15. 2021

작디작은 곳에서 큰 일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ep76. BTS - 소우주(Mikrokosmos)



2021년을 정의할 수 있는 키워드가 여럿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우주'다. 영국의 억만장자 브랜슨은 우주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첫 비행에 성공했고, 뒤를 이어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역시 상공 100km의 무중력 공간을 다녀왔다. 화성 탐사 로봇 퍼서비어런스는 무사히 착륙하여 화성을 열심히 탐험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역시 이번 달에 상공 575km의 우주에서 사흘간 여행을 수행할 로켓 발사를 하루 앞두고 있다.

우주. 아득한 미지의 세계에도 인류의 손길이 닿아가고 있다. 과학의 발전과 대중의 관심 속에 우주는 또 다른 정복과 산업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인류가 가장 무지한 분야는 단언컨대 우주다. 난 오늘 이 우주가 얼마나 드넓고, 우리는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말해보고자 한다. 요즘 들어 자주 분노하기도 하고, 일상에 대한 소중함이 무감각해진 나를 위한 경고의 이야기일지도.


인류가 만든 우주비행 물체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할아버지 뻘이 되는 보이저 1, 2호가 있다. 1977년 쏘아 올린 보이저호는 40년 동안 지구로부터 210억 km을 날아가 '인류가 만든 물체로, 인류로부터 가장 멀리 존재하는 물체'로 기네스에 등재돼 있다. 놀라운 건 지금도 그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 (그래 봐야 빛의 속도로 19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긴 하다)

보이저 1호 상상이미지 (지금은 많이 낡아있을 것)

보이저 1호의 임무는 토성과 그 위성의 탐사였으나, 생각보다 똘똘해 탐사 이후에는 태양권 바깥의 공간으로 나아가는 역할까지 맡게 되었다. (역시 똑똑하면 일을 많이 하는 건 우주에서도 적용되는군?)


보이저호 겉면에는 금으로 된 철판이 있는데, 이는 외계 생명체를 만났을 때 지구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나 설명하자면 길어 이 글에서는 생략한다. (다른 지적 생명체와는 언어가 다를 테니 원소 및 전자와 같은 과학의 통일된 신호호 기입해두었다)

외계인들이 이 레코드판을 잘 해석하면 한국어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1990년 2월, 하염없이 명왕성 근처로 날아가던 보이저호에 지구에서 보낸 신호 하나가 도달하게 된다.


‘카메라 렌즈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를 찍으세요.’


보이저호는 언제나 태양을 등지고 있었다. 태양권 바깥으로 여행 중이었고, 태양빛이 렌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아이디어를 내어 아주 먼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고 사진을 하나 찍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나사 당국을 설득한 것이다.

당시 돈으로 9,000억 원이 투자된 프로젝트에 변수는 언제나 위험하다. 장고 끝에 결국 보이저는 6시간 만에 지구에서 쏜 이 신호를 받아들여 천천히 렌즈를 지구 쪽으로 돌린다. 그리고 인류사에 족적을 남길만한 사진 한 장을 받게 된다.


저 작은 푸른 점 하나가 바로 지구다.


칼 세이건은 이 사진과 함께 아래 문구를 남겼다. (문구는 사실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을까...?)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지구는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에게는 다릅니다. 저 점을 다시 생각해보십시오. 저 점이 우리가 있는 이곳입니다. 저곳이 우리의 집이자, 우리 자신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당신이 아는, 당신이 들어본, 그리고 세상에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 작은 점 위에서 일생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모든 기쁨과 고통이 저 점 위에서 존재했고, 인류의 역사 속에 존재한 자신만만했던 수 천 개의 종교와 이데올로기, 경제체제가, 수렵과 채집을 했던 모든 사람들, 모든 영웅과 비겁자들이, 문명을 일으킨 사람들과 그런 문명을 파괴한 사람들, 왕과 미천한 농부들이,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들, 엄마와 아빠들, 그리고 꿈 많던 아이들이, 발명가와 탐험가, 윤리도덕을 가르친 선생님과 부패한 정치인들이, "슈퍼스타"나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던 사람들이, 성자나 죄인들이 모두 바로 태양빛에 걸려있는 저 먼지 같은 작은 점 위에서 살았습니다.


우주라는 광대한 스타디움에서 지구는 아주 작은 무대에 불과합니다. 인류 역사 속의 무수한 장군과 황제들이 저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 차지하는 영광과 승리를 누리기 위해 죽였던 사람들이 흘린 피의 강물을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저 작은 픽셀의 한쪽 구석에서 온 사람들이 같은 픽셀의 다른 쪽에 있는, 겉모습이 거의 분간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저지른 셀 수 없는 만행을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잦은 오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서로를 죽이려고 했는지, 그리고 그런 그들의 증오가 얼마나 강했는지 생각해보십시오. 위대한 척하는 우리의 몸짓,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믿음, 우리가 우주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망상은 저 창백한 파란 불빛 하나만 봐도 그 근거를 잃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의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하나의 점입니다. 그 광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안다면,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줄 도움이 외부에서 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는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를 할 수 있는 행성은 없습니다. 잠깐 방문을 할 수 있는 행성은 있겠지만, 정착할 수 있는 곳은 아직 없습니다. 좋든 싫든 인류는 당분간 지구에서 버텨야 합니다. 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인류가 느끼는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멀리서 보여주는 이 사진입니다. 제게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창백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61억 km 바깥에서 바라본 지구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이 컸다. 살면서 지구 반대편을 가보지도 못한 그 넓은 지구가 우주에선 존재조차 미약하다는 사실은 두렵기도 했다. 너무도 아득하고 너무도 커다란 우주 앞에서의 미약함은 실로 큰 충격이었다. 그 안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지만 칼 세이건의 맺음말처럼, 이 작은 지구는 아직까지 생명을 간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이 드넓은 우주 속 먼지보다 작은 티끌 속에서 우리는 살아내야 하고, 살아가야만 한다. 미약하지만 서로 힘을 합쳐 아끼고 보존해야 할 공간이라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우린 작디작은 곳에서 가장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Iq6RdCTLBd8


한 사람의 하나의 역사

한 사람의 하나의 별

70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70억 가지의 World

70억 가지의 삶 도시의 야경은

어쩌면 또 다른 도시의 밤

각자만의 꿈 Let us shine




드넓은 우주도 있고, 각자  사람마다 갖고 있는 가슴속 우주도 있을 것이다. 드넓은 우주 속 한 사람이라는 겸손함, 내 안의 우주를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태초의 빅뱅이 일어나고, 유기화합물 속 지적 생명체로 거듭난 인류가 해야 할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닐까. 조금 더 웃고, 좀 더 배려하고,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아 볼 것.


나는 우주를 그렇게 해석하기로 했다.



'수요일의 플레이리스트(줄여서 수플레)'는 여섯 명의 브런치 작가가 매주 수요일마다 본인의 에세이가 담긴 음악을 소개하는 읽고 쓰는 라디오입니다. 잠들기 전 이름 모를 누군가가 추천해주는 노래를 듣고 싶으셨던 분들, 즐겨 듣는 노래에 다른 누군가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매주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음악에 조예가 깊거나 전문적으로 음악에 대해서  아는 '. . '들은 아닙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혼자만 듣기엔 아까운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비가 오는 날엔  오는  듣기 좋은 음악을, 너무 추워서 어딘가에 숨고 싶을  숨어 듣기 좋은 음악을  편의 글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글에 담긴 노래를 들으며 천천히 읽어 내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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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감성의 음악 공유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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