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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14.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10

왠지 편안했던 베니카심

2016년 9월 18일 -바르셀로나를 향해 출발


발렌시아에서 하루 잘 쉬고 다시 출발한다. 이제 바르셀로나까지 400 km만 달리면 된다.


항구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러 들어갔는데 하몽 토스타다에 하몽이 너무 적게 올라가 있다. 정확히 빵조각만한 얇은 하몽 한 장 뿐이다. 실망


어쨌든 배를 채웠으니 다시 출발한다. 길고 긴 발렌시아 해변을 따라서 달린다.


해변에 다양한 모래 작품이 있는데 옆에 사람이 지키고 앉아있는 것이... 가서 사진 찍으면 돈내라고 할 것 같다.


발렌시아 해변이 끝나는 곳부터는 바닷가를 벗어나서 V-21번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 옆 샛길로 달린다.


바로 옆의 고속도로는 차들이 고속으로 질주하는데 샛길은 차가 거의 없이 평온하다.



역시 문제는 항상 강을 건널 때다. 중간에 고속도로 아래로 지날 수 있는 굴다리로 고속도로 반대편으로 넘어가니 자전거가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있다. 강을 건너서 다시 굴다리로 원래 가던 방향으로 돌아간다. 바다 쪽으로 가면 좋겠지만 얼마 안 가서 길이 끊기는 것을 미리  확인해두었다.


샛길은 포장이 다 망가진 구간도 있고 깨끗한 포장 구간도 있고 아예 달릴 수 없을 만큼 비포장이 되어버린 구간도 있다.


어쨌든 잘 달려서 Puçol이라는 마을을 지나간다. 이후 CV-309번 도로를 계속 따라간다.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으니 간식 타임을 가져야겠다. Port de Sagunt에서 간식 먹을 곳을 찾아서 해변으로 내려간다.


그런데 해변에 괜찮아 보이는 식당이 없다. 해변길을 쭉 따라가다가 강을 건너는 길이 있길래 가보니 비포장길이다.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간다. Rio Palancia라는 작지 않은 강이지만 완전히 말라있다.


강을 건너면 Almarda로 넘어가게된다.


Almarda에서 바다를 보려면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작은 모래언덕을 넘어가야 한다. 사람들이 비치체어를 하나씩 들고 가는 것을 보았는데 역시나 해변에는 사람이 많다.


오는 동안 식당 광고판을 몇 번 지나쳤는데 분위기가 좋아보여서 그 식당에 들어가본다.


문어 요리(pulpo gallego)와 마늘새우볶음 (gambas al ajillo)을 주문했는데 둘 모두 맛이 훌륭하다. 특히 큼직한 새우를 한 접시 더 주문하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된다.


이제 해변 근처의 뒷길을 계속 달린다.  Almarda를 벗어나면 이제 발렌시아 지방에서 카스텔론으로 넘어가게 된다. 해변 쪽으로는 길이 이어지지 않으니 특별한 볼 일(화장실, 간식) 없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수고를 하고싶지는 않다.


스페인에서는 카트 경기장이 종종 보인다. 조그마한 카트가 달리는 것을 보았는데 제주도에서 타보았던 놀이용 카트와 다르게 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라보인다.


스페인의 한적한 시골길을 계속 달린다. Camino Bovalar,  Camino de Beniesma 등등 샛길만 골라서 가니 비포장길도 종종 나온다.


L'Estany라는 호수와 수로를 건너서도 Cami la Serratella라는 샛길로 달린다.


샛길도 점점 줄어드니 그 중에서 큰 도로인 CV-1850번 도로를 따라간다.


이상하다. 분명히 CV-1850번이면 아주 작은 도로는 아닌데 비포장길이 나온다.


맞는 길인 듯하니 자전거를 끌고 걸어간다. 바짝 마른 미하레스 강(Rio Mijares)을 비포장길로 건너게 된다. 강 때문일까? 우리가 경로를 잘못 잡은 것일까? 오늘은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길이 은근히 많고 길다.


길 옆에 이정표가 있는데 별 도움은 안 된다. 여기서 2km 정도 강 상류로 가면 Desembocadura del Millars라는 자연 보호구역이 있다고 하는데 우린 이 사막같은 곳을 건너서 빠져나가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강 건너로 빠져나오니 깔끔한 포장도로가 기다려준다. 라임 나무들이 끝없이 심어져 있는 길을 달린다. 저 라임들이 내가 음료수를 마실 때마다 얼음과 함께 넣어주는 녀석들인가보다.


중간에 Travessa de Sant Josep이란 길을 따라가면 공단지대까지 편하게 쭉 직진할 수 있다. 무슨 화학 공장같은데 커다랗고 둥그런 탱크들이 많다.


공업지대를 빙 둘러 나와서 N-225번 도로를 타고 Grao de Castellon에 도착했다. 사막같은 곳을 빠져나왔으니 간단하게 배를 채우기로 한다. 이번엔 피자를 한 조각 먹는다.


이제부터는 계속 바닷가로 달린다. 내륙 쪽으로 3km만 가면 카스텔론(Castellon de la Plana)이라는 카스탤론 지방의 중심 도시가 있지만 혼잡한 것을 싫어하는 우리가 일부러 큰 도시에 뛰어들 리는 없다.


잠시 한적한 길을 지나 다시 도시로 들어왔다. 오늘 쉬어갈 베니카심(Benicassim)이라는 동네이다. 저 해변 끝 언덕 위에 오늘 묵을 숙소가 있다. 4성 호텔을 예약해놨으니 괜찮은 숙소겠지..


경비행기들을 위한 비행장도 있다.


해변길이 끝나니 드디어 아까부터 바라보던 언덕길을 오른다.


작은 언덕의 정상을 지나니 오늘의 숙소인 Hotel Jardin de Bellver에 도착한다. 작은 호텔이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숙소이다.


4성 호텔이라 시설은 확실히 깨끗하고 좋은데 더블 베드라 그런지 방이 조금 좁은 느낌이다. 리조트형으로 테라스도 있으니 자전거는 테라스에 둔다.


호탤 로비에 깔끔한 바가 있으니 생맥주를 두 잔 주문한다. 도스 까냐 그란~~~~데! 호텔 바라고 해도 생맥주는 한 잔에 3 유로니 별로 부담이 없다. 견과류를 기본 안주로 주니 좋다.


맥주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퍼져있는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호텔 수영장에는 한 가족이 줄줄이 일광욕 중이다.


잠시 숨도 돌렸으니 저녁을 먹으러 간다. 언덕 올라오기 전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일단은 베니카심의 해변으로 가보았지만 이미 해그늘이 생겨 버려서 날이 선선해졌으니 물에 담그진 못하겠다.


예정대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다. 이번에는 로제와인과 샐러드 그리고 대구 구이를 주문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날은 점점 저물어간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지중해의 야경을 즐긴다. 근처에 산책로가 있긴 한데 구조가 이상해서 숙소랑 연결되는 길을 잘 모르니 갔던 길로 되돌아온다.


해가 저물고 밤이 되어 바닷물이 차니 수영장이라고 따듯할리가 없다. 수영장 근처의 자리에 앉아서 맥주를 조금 더 마시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즐긴다.


발렌시아에서 출발해서 100km가 조금 안되는 거리를 달렸다. 대부분이 평지에 바다보다 초원을 많이 본, 자전거를 끌고 다닌 거리도 긴 하루였다. 그 끝에 도착한 곳 베니카심은 별 것 없는 작은 도시이지만  하루 정도는 더 쉬어가고 싶은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마을이었다. 바르셀로나까지 앞으로 남은 거리는 약 3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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