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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12.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9

발렌시아에서 하루를 보낸다.

9월 17일 - 발렌시아 시내 자전거 투어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 여행 중간에 하루 정도는 쉬는 날을 만들자.

발렌시아에서 하루 쉬기로 한 것은 단순히 발렌시아 관광을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5일 동안의 피로를 잠시나마 풀어주기 위함이며 혹시라도 중간에 일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전체 일정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하루의 예비 일정을 두기 위함이었다.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는 자전거 여행을 위한 우리들의 팁이지만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발렌시아에 잘 도착했다.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발렌시아 시내를 천천히 돌아다니기로 한다. 스페인의 도시들은 시내가 매우 빽빽하고 좁아서 도시 끝에서 끝까지 자전거로 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래서 자전거를 렌트하거나 가이드와 함께 자전거 투어를 하는 관광객도 많다.


숙소 바로 앞이 '예술과 과학의 도시'와 걸리버 공원이니 자전거길로 슬슬 달려 지나간다.


적당히 안전한 도로를 골라서 타고 발렌시아 대성당 쪽으로 간다.


일단 오늘 아침은 발렌시아 중앙 시장(Mercat Central)에서 먹기로 한다. 어제는 시장 영업이 끝난 후에 도착했기에 아침에 바로 간다. 스페인에서 어딘가를 갈 때는 영업 시간 확인은 필수이다.


당연하지만 혼잡한 시장 안쪽에는 자전거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좀 불안하긴 하지만 시장 입구의 자전거 거치대에 묶어놓고 들어간다.


발렌시아 중앙시장은 말 그대로 딱 시장이다. 건물 자체는 오래된 재래시장이지만 가판들은 현대식으로 꾸며놓고 깨끗하게 관리해서 지저분한 느낌은 없다.


과일 가게에서 과일컵과 수박+멜론 모듬을 산다. 과일컵은 시장 구경하면서 바로 먹고 수박 모듬은 나중에 먹기로 한다.


여러 가게들을 둘러보았는데... 시장 안에 맛있는 먹거리들은 넘쳐나는데  군것질을 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가게는 딱 한 군데 밖에 없다. 지니님 대실망...

어쩔 수 없으니 그 가게라도 들어간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 여겨보던 붉은 새우를 주문한다. 큼직하고 맛있긴 하지만 자연산 생새우라 그런지 한 마리에 5유로나 되는 놈들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사실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비싸단 생각에 많이 못 먹었는데 넉넉하게 먹을 걸 그랬다.


시장을 둘러보는 동안 자전거도 무사히 잘 있었다. 이제 시장을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다시 달린다. 


이왕 나온거 걸리버 공원의 끝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다시 발렌시아 대성당 앞에 온 김에 발렌시아 도착 기념 인증샷도 한 번 찍는다. 뒤쪽으로 자전거 단체 투어팀이 보인다.


성당에선 한참 미사가 진행 중이다. 미사 중일 때 성당 안에 들어가서 촬영할 수는 없으니 멀리서 살짝 사진만 찍고 간다.


분수대에서 사진도 찍어보고...


그렇게 발렌시아 시내를 쭉 둘러본다. 어제는 걸어서 다니느라 멀게 느껴졌는데 자전거를 타니 어딜 가도 그리 멀지 않다.


아침을 적게 먹었더니 슬슬 간식 타임이다. 오르차타를 마시기로 하고 유명한 오르차테리아로 간다.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자전거를 세워두고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가게 안은 단 것을 좋아하는 나에겐 아주 좋은 광경이다. 각종 빵과 아이스크림!


원래 목적대로 오르차타 두 잔을 주문하고 다른 테이블 손님들도 모두 먹고 있는 쵸콜라테와 츄러스 4조각을 주문한다. 오르차타는 쌀과 몇 가지 식물을 갈아서 만든 스페인 전통 건강 음료인데 내 입에는 우유에 인삼 갈아넣은 느낌이다. 지니님도 경험삼아 한 번만 마신다고 한다. 진한 쵸콜라테와 바삭한 츄러스는 맛있었다.


이제 발렌시아 해변으로 간다. 해변에 가는 도중에 지니님의 클릿 페달이 망가진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자전거 가게가 있고, 다행히 고장난 페달과 같은 모델도 있다. 잘 수리되어서 다행이다.



다시 달려서 해변으로... 가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간다.


이번에 들르는 식당은 유명한 동네 맛집이라는 느낌으로 사람들이 많다.


크로켓도 주문하고 오징어와 숙성한 참치회도 주문한다. 맛있다.


발렌시아 해변 근처이니 이제 해변으로 간다. 예전에 바닷가에 갔을 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으니 물은 꼭 챙겨간다.


스패인에는 해변에 접근하기 좋도록 모래사장 위로 나무 데크로 된 길이 깔린 곳이 많다. 덕분에 자전거를 바다 가까이까지 편하게 끌고 간다.


지중해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발렌시아의 바다다.


하와이처럼 환상적인 해변은 아니지만 넓디넓은 백사장의 끝이 안 보인다.


바닷물에 들어가본다. 가운데 주황색 점이 본인이지만 날씬하지도 않은 남자 몸을 크게 찍어봐야 좋을거 없다.


바닷물에 몸을 담궜더니 입이 짜다. 아침에 중앙시장에서 사놓은 수박 모듬을 꺼내 먹는다.


발렌시아 시내 서쪽을 가로지르는 Av. de Blasco Ibanez에 자전거도로가 잘 되어있다.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다시 발렌시아 중심가로 돌아온다.


발렌시아 남쪽에 있는 숙소가 아닌 중심가로 돌아온 이유는... 저녁으로 랍스터 빠에야를 먹으러 왔다.


빠에야를 주문하고 조금 기다리니 감자칩과 술이 간단하게 나온다.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리니 랍스타 빠에야 등장!

맛은... 음.. 맛있기는한데... 다른 해물들이 전혀 안 들어가고 그리 크지 않은 랍스터만 한 마리 들어가니 랍스터를 다 먹고 나면 별로 먹을게 없다.


해 저물기 전에 숙소로 돌아온다. 자전거를 방에 넣어두고 다시 나와서는...


호텔 바로 아래층의 100 montaditos로 간다. 지니님은 생맥주를 마시고 나는 띤또 데 베라노(tinto de verano)를 마신다. 어제도 먹었던 치킨윙과 일부러 시키지 않으면 아채 먹을 일이 별로 없으니 안주는 샐러드를 주문한다. 띤또 데 베라노는 적포도주에 탄산수와 얼음을 넣은 것으로 여름에 시원하게 마시는 포도주이다.


오늘은 발렌시아에서 하루 종일 먹고 구경하고 돌아다녔다.


도시 문명보다 자연 풍경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세비야나 발렌시아같은 도시는 하루 정도 시내 중심가의 관광지를 둘러보는 정도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하루 느긋하게 쉬었으니 내일부터 다시 하루 100km 씩 달려야 한다. 바르셀로나까지 4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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