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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10.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8

말로만 듣던 발렌시아에 도착하다.

2016년 9월 16일 - 발렌시아 도착


올리바의 호텔은 평범하고 무난했다. 이런 작은 도시에서 이 이상의 수준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이번에도 조식이 불포함인 숙소였으니 일단 아침을 먹으러 간다. 마침 근처에 빵집이 있으니 가보기로 한다.


아침이라 내가 좋아할만한 빵은 없어서 적당히 고르고 오렌지 쥬스도 주문한다. 바로 눈 앞에서 착즙해주는데 들어가는 오렌지가 한두 개가 아니다.


오렌지 쥬스와 달콤한 빵들이다. 빵에 입힌 쵸콜렛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스페인에는 피카&피카라는 자판기들만 있는 가게가 있다. 최소한의 물은 필요하니 자판기에서 물을 구입한다.


준비 완료했으니 이제 출발한다. 마침 올리바의 출구 쪽이라 올리바에서 금방 벗어나게 된다.


CV-670번 도로로 도시를 나가자마자 한적한 시골 도로와 작은 마을이 번갈아가면서 나타난다. 조금만 바다 쪽으로 가면 해안길이 있지만 Riu Serpis강을 건너는 다리가 CV-670번 도로 하류에는 없기 때문에 해안으로 가진 않는다.


멀리 산이 보이지만 오늘은 산이나 언덕을 넘지 않고 거의 평지로 간다.


CV-605번 도로로 옮겨타고 계속 달린다. 바로 근처가 지중해 해안이지만 역시 강을 건너는 다리가 제한되니 해안으로 갈 수가 없다.


도로를 달리다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은 도로에서 차들에게 위협당하지 않고 편안하게 자전거를 탄다.


Culler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뒷산에 커다랗게 마을 이름을 써놔서 한 눈에 알 수 있다.


마을 외곽의 맥도날드에서 와이파이도 쓸 겸 잠시 쉬었다가 간다. 스페인에는 맥도날드가 마을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 부지런히 달린 덕분에 오늘은 총 70km만 달리면 된다. 이제 40km만 더 가면 출발점인 알메리아에서 500km를 달려 발렌시아에 도착하게 된다. 길가의 논에 벼가 노랗게 익었다. 여기서 나오는 쌀들이 다 빠에야가 되겠지..


오늘은 왠지 바다가 보일 듯 말 듯한 거리의 도로를 계속 달린다.


한참 달리다보니 뭔가 엄청 넓은 바다같은 것이 나타난다. 알부페라(Albufera de Valencia)라는 큰 호수로 바닷물이 들어와 짠 석호가 아닌 민물 호수라고 한다. 알부페라는 작은 바다라는 뜻인데 그만큼 크고 넓은 호수이다.


물이 있으면 당연히 관광, 휴향 시설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알부페라 옆으로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다.


CV-500번 도로가 발렌시아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넓어지고 차량 통행이 많아진다. 그대로 달리지 않고 샛길로 빠지기로 한다.


발렌시아의 젖줄인 과달라비아르 강(Rio Guadalaviar)을 건넌다.


다리를 건너니 좋은 자전거 도로가 있길래 일단 자전거 도로를 따라 발렌시아 시내로 진입한다.


오늘 예약한 숙소는 걸리버 공원(Parque Gulliver) 근처에 있으니 자전거 도로를 중간에 빠져나와서 차도로 가로질러 간다. 이상하게 생긴 건물이 점점 가까워진다.


라고라(L'agora)라는 이 이상한 건물은 발렌시아의 독특한 시설들이 모여있는 예술과 과학의 도시(City of Arts and Sciences)의 일부라고 한다. 용도는 운동 경기를 위한 실내 운동장이나 공연장 같은 것으로 쓰이는 듯하다.


이제 걸리버 공원만 건너가면 오늘 자전거 타기는 끝이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Aqua라는 이 건물은 아래층은 쇼핑센터와 영화관이 있고 위층에는 4성 호텔이 있다.


알리칸테의 허름한 숙소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숙박비와 숙박시설의 수준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발렌시아에서는 중간 휴식을 위해서 시내 구경을 하면서 하루 더 쉬어가기로 해서 4성 호텔에 2박을 예약했다. 4성 호텔인 만큼 깔끔하고 흠잡을 데 없는 시설이다.


이 호텔은 복합 시설이라 로비에서 한 층만 내려가도 쇼핑몰의 식당가가 있다. 100 montaditos restaurante라는 맥주집에서 목부터 축이기로 한다.


근데 이 집... 싸다. 우리나라의 XX비어 같은 느낌인데 안주가 훨씬 다양하다. 알고보니 우리나라 맥주집들처럼 스페인 여기저기에 체인점이 있는 유명하고 저렴한 맥주집이다. 기본적으로 감자튀김도 팔지만 우린 치킨윙에 생맥주를 마신다.


 술을 마셨다는 것은 그 날은 더 이상 자전거를 안 타겠다는 말이다. 간식도 먹었으니 슬슬 걸어서 시내 구경을 간다.


일단 걸리버 공원으로 내려가서 공원길을 따라간다. 남녀 경찰이 말을 타고 공원 순찰을 한다. 근데  엄청 다정한 것이 순찰이라기보단 데이트하는 것 같다.


햇빛이 쨍한 공원길을 슬슬 걷는다.


이상한 건물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 구역인 만큼 이상한 건물이 한둘이 아니다. 과학 박물관(Museo de las Ciencias Príncipe Felipe), 아이맥스 영화관(Hemisferic IMAX), 오페라 발렌시아(Palau de les Arts Reina Sofia)가 연이어 나타난다.


계속 공원길을 따라 간다. 앞에 두 개구장이는 물병을 이리저리 던지면서 놀다가 결국엔 지나가던 관광객들을 놀라게 한다.


사실 걸리버 공원이나 예술과 과학의 도시가 딱히 보고싶어서 간 것은 아니다. 발렌시아 대성당 근처로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라 그냥 지나가는 것 뿐이다. 발렌시아 대성당 근처에 도착했다.


중앙 시장(Mercat Central)은 문을 닫았으니 내일 다시 들르기로 한다.


발렌시아 지방이 빠에야의 원조라고 하니 오늘 저녁은 빠에야를 먹기로 한다. 하지만, 발렌시아에서 파는 발렌시아 빠에야는 토끼와 닭고기를 넣어 만드니 토끼 고기를 먹기 힘든 사람은 다른 빠에야를 먹도록 하자.


대성당 근처의 빠에야 식당에서 빠에야를 주문하고 화이트 와인도 한 잔 주문한다. 빠에야는 생쌀을 졸여 만드는 것이니 시간이 걸린다.


드디어 주문한 해산물 빠에야가 나왔다. 금방 만들어지는 음식이 아니니 빠에야 주문이 많으면 한 시간도 넘게 기다리게 될 수도 있는데 우리가 거의 첫 손님이라 20분 정도 기다렸다.


식당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호객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우리가 빠에야를 먹고 있는 동안 점점 손님이 많아진다.  빠에야를 먹고 남은 와인과 함께 먹으려 하몬을 주문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질 않아서 일어서서 계산하고 가려는데 주인 아저씨가 우리를 부른다.

주문을 빼먹어서 미안하다면서 새로 레드와인을 한 잔 까서 따라 주고 하몽도 넉넉하게 썰어서 무료로 서비스해준다. 맛있는 술과 하몽이 서비스라니 잠시 안 좋아졌던 기분이 다시 즐거워진다.


이 아저씨.. 우리에게 하몽을 개시하더니 다른 손님들에게도 맛볼 수 있게 서비스하기 시작한다. 장사가 잘 되니 아저씨도 즐거운 듯하다.


해는 완전히 지고 둘이서 한 병와 두 잔의 와인을 마셔서 살짝 취기가 돈다. 발렌시아의 밤거리를 즐기며 호텔까지 다시 걸어간디.


추석이 하루 지난 16일, 발렌시아의 달은 유난히도 밝았다.


12일부터 부지런히 100여 km를 달린 덕분에 오늘은 70km만 달렸다. 내일은 다음 도시로 가지 않고 발렌시아에서 하루 쉬면서 자전거를 타고 발렌시아 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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