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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18.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11

국도가 싫다면 비포장길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9월 19일 - 베니카심에서 라피타로


베니카심(Benicassim)의 4성 호텔은 조식 포함인데도 저렴한 편이었다. 조식이 포함이니 식당 오픈 시간에 맞춰서 일찌감치 일어나서 준비하고 나간다.


아침햇살이 잘 드는 1층 식당에 깔끔하게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가 유럽에서는 잘 나오는 편이라 할 만큼 유럽의 아침식사는 단촐한데 스페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 스페인에서 아침을 가장 잘 먹는 방법이 호텔 조식인 것 같다.


빵, 오렌지쥬스, 다양한 햄, 치즈, 과일 등등이 깔끔하게 잘 차려져 있다.


오렌지 쥬스도 만족스럽고 베이컨과 치즈와 햄을 쌓아서 그 위에 계란 후라이까지 올린 토스트는 호화롭기까지 하다. 자전거 타기를 시작하자마자 언덕길을 넘어가야할 것을 알기에 기름진 식사와 과일로 배부르게 먹는다.



출발하자마자 언덕길을 올라간다. 배가 부르니 언덕길이 힘들지 않는다.


N-340번 국도는 지중해 자전거 여행에서 피할 수 없는 길이다. 산 너머의 바닷가로는 비포장길이 하나 있을 뿐이므로 재미없고 힘들어도 국도를 달린다. 놀러가는 차들과 일하는 차들만 있는지 캠핑카들과 커다란 화물차들만 잔뜩 지나다닌다.


이넘의 국도는 한참을 달려도 쉴만한 곳도 없다. 식당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쉬러 들어간다. 스페인의 음료수 시장은 코카콜라가 거의 독점하고 있다.  식당에서 주로 파는 포카리스웨트 비슷한 아쿠아리우스, 레몬 환타, 코카콜라, 스프라이트 모두 코카콜라에서 나오는 음료들이다.


한 번 멈출 때마다 음료수를 2잔 씩은 마시는 것 같다. 설탕이 든 탄산음료라도 어짜피 모두 에너지로 쓰일 뿐이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쉬었으니 다시 출발이다.



N-340번 국도는 지겹다. Santa Magdalena de Polpis라는 마을로 빠져나가서 샛길을 타기로 한다. 마을 입구의 큰 가로수들이 인상적이다. 샛길 중간에 비포장길이 있는 것은 파악했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스페인에서 N번호 국도를 벗어나면 비포장길을 만날 각오는 해야한다.


Santa Magdalena de Polpis에서 Cami Coves d'Estruch라는 샛길을 따라 간다. 꼬불꼬불한데다가 지도에는 중간에 비포장길이 있다고 나오는데 그래도 N-340 국도를 따라가는 것보단 재미있을 것이다.


꼬불꼬불한 농로를 달린다. 이 길 양 옆으로는 N 340 국도와 AP7 고속도로가 있으니 사이에 딱 끼어있는 샛길이다.


여기에도 오렌지가 아닌 라임 나무가 가득 심어져 있다. 오렌지 중에서 발렌시아 오렌지가 유명하고 발렌시아 지방에선 특히 오렌지를 많이 먹는데 어째 재배하는 지역이 다른지 오렌지를 재배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사실 발렌시아 오렌지는 전세계적으로 재배되는 품종 이름이면서 품종 자체의 기원은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교잡종으로 발렌시아랑은 별 상관이 없다고 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비포장길이 일찍 나타났다. 타기 힘든 곳은 천천히 끌고간다. 오래 되어서 포장이 다 망가진 길과 탈만한 길이 계속해서 번갈아 나타난다.


그런데, 지도에 비포장으로 표시된 길이 오히려 잘 닦인 포장길이다. 다행이다. 길을 계속 따라가면 막다른 길로 연결되기 때문에 CV141번 도로와 만나는 곳으로 넘어와서 바닷가 마을인 Peniscola로 내려간다.


Peniscola에서는 별 생각없이 자전거도로를 따라간다. 좀더 해변에 붙어갈 수도 있겠지만 N-340국도에서 자동차에 시달린 만큼 차없는 곳을 좀 달리고 싶다. Peniscola에는 바다로 툭 튀어나온 지형에 성이 솟아있지만 멀리서만 바라보고 지나간다.


슬슬 점심시간이다. Benicarlo에서 점심을 먹으러 식당이 많은 해변 도로로 내려갔는데 마음에 드는 식당이 안 보인다.


항구 안 쪽과 바깥 쪽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는 도로를 따라 간다.


항구를 벗어나면 식당도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적당한 식당에 들어간다. 지도를 보니 이후에 한참 동안 식당이 없는 것이 맞았다. 바깥 쪽 도로 위로 다리를 건너서 항구의 식당에 들어간다.


지니님이 늘 먹는 생선 요리와 새우 요리를 주문해서 배를 채운다. 새우나 생선보다 함께 먹는 음료수가 더 칼로리가 높을 것같다.


다시 시내 쪽 도로로 건너가서 다시 달린다.


한참 가다보면 강으로 막혀서 다시 도로로 나가야 하지만 일단은 바다 근처의 샛길로 달린다. 


지니님이 핸드폰을 꺼내들더니 나를 찍어준다. 대부분의 사진은 내가 찍으니 정작 내 사진이 거의 없다. 지니님이 이번 여행에서 내 사진을 많이 찍어준다고 하더니 멋진 포인트마다 날 찍어준다.


해변길은 작은 개천에 두 번 정도 막혀서 상류 쪽의 다리로 건너간다. 그래도 오늘은 일정에 여유가 있으니 해변길에 최대한 붙어서 달린다.


N340 도로만 있는 곳도 있으니 국도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지만 차가 많지 않은 구간이라 다행이다. 이제 카스텔론 지방에서 타라고나로 들어간다. 타라고나 다음이 바르셀로나이니 우리의 여정도 얼마 남지 않았다.


Sant Carles de la Rapita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작은 마을이긴 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한다. 조식이 포함된 무난한 가격과 시설의 호텔에 체크인한다. 3성 호텔인데 로비 앞은 바에 안쪽은 레스토랑까지 하는 생계형 호텔이다. 자전거는 객실에 보관한다. 알리칸테에서 안 좋은 숙소를 겪은 후로 지니님은 숙소 선택은 전적으로 나에게 맡긴다. 보통 3성 호텔에 인터넷 평점 7.8 이상이면 무난한 듯하다. 8점을 넘으면서 저렴한 호텔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Sant Carles de la Rapita의 해변으로 나온다. 저녁이라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지니님은 수영복까지 챙겨 입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이 동네만, 이 근처 해변만 물이 지저분하다. 지니님은 맘 상해서 물에 안 들어간다.


가만 생각해보니 바다 맞은 편에 Punta de la Banya라는 바다로 툭 튀어나온 지형이 있어서 물이 갇혀 있는 곳이다. 조금 떨어진 바다는 맑아보이는데 해수욕을 할만한 얕은 곳은 지저분하다.


그래서 그런지 멀리 바다 위로 뭔가 편편한 지형과 몇 채의 건물이 보이긴한다.


물에도 못 들어가니 바에서 생맥주나 마시면서 쉰다.


크지 않은 동네라 음식점도 많지 않다. 괜찮아 보이는 음식점이 두 곳인데 하나는 우리가 묵는 호텔 레스토랑이고 다른 하나는 조금 떨어진 시내에 있다. 시내의 식당에 가보기로 한다.


아직 저녁 식사 시간이 안 되어서 간단한 요리 말고는 주문이 안 되는데 계속 주변을 서성이다가 포도주를 주문하고 앉아 있는 우리를 보더니 쉬고 있던 주인 아저씨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스페인 사람들이 얼핏 보면 무뚝뚝한데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다.


바깥에서 먹던 포도주를 들고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먼저 싱싱한 굴을 하나씩 먹는다. 우리 입맛에는 초장이 있으면 좋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레몬즙을 뿌려서 먹는다.


그리고 랍스터를 한 마리씩 먹는다. 500g짜리라 그리 크진 않다.


레드 쉬림프가 있다길래 달라고 해서 먹는다. 랍스터보다 이 새우가 낫다. 물론 가격은 싸지 않지만...

비싼 메뉴들을 주문해서 신나게 먹는 우리를 보더니 무뚝뚝해 보이던 식당 아저씨도 신나는 모양이다. 포도주 한 병에 해산물들로 배를 채우고 숙소로 들어간다.


초반에는 4개의 언덕을 넘으면서 하루 120km를 달리느라 고생했지만 발렌시아 주변부터는 언덕이 적고 평지 구간이 많다. 게다가 하루 주행거리도 100km 남짓이니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은 떨어지지만 부담도 적어진다. 오늘 90km 구간은 초반의 언덕길을 포함해도 큰 오르막 구간이 없었다. 내일은 가장 평지가 많은 Delta de l'Ebre 구간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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