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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21.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12

스페인에도 끝없는 황금 들판이 있다.

9월 20일 - 라피타에서 타라고나까지


La Rapita의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출발 준비를 한다. Benicassim의 호텔만큼 훌륭하진 않지만 충분히 괜찮은 조식이다.


호텔 위치가 시내 바깥 쪽 변두리라 La Rapita에서 금방  빠져나온다.


N-340번 국도를 따라가면 빠르게 건너편  해변까지 갈 수 있지만 잠시 들를 곳이 있다. TV-3406번 도로인 Cami del Pas를 따라 달리면 타라고나 최대의 곡창지대인 Delta de l'Ebre로 들어가게 된다.


우리나라도 추석이 지나서 슬슬 추수할 때가 되었을텐데 스페인도 벼가 다 익었다.


국내에서도 가을마다 항상 황금빛 벌판이 펼쳐지는 평야 코스를 다녀왔는데 올해는 스페인에서 보게 되었다.


논 가의 도랑에는 항상 무언가가 살고 있다. 여기 스페인의 도랑에는 무엇이 살까 궁금해서 보았더니 커다란 가재들이 산다. 새빨간 가재들이 많다. 구워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데....


얼핏 보면 우리나라의 가을 들판과 같은 듯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다른 느낌이다.


TV-3406번 도로를 계속 따라가면 마을이 나온다.


넓은 평야 한복판에 제대로 된 마을은 여기 뿐이다.


평야 한복판의 마을 중심을 에브로 강이 관통한다. 이 강을 건너려면 한참 상류의 N-340번 도로가 지나는 다리가 있고 하류에는 Lo Passador라 하는 이 다리 밖에 없다.


마을을 벗어니도 달려온 만큼 다시 평야를 빠져나가야 한다. 넓디 너른 평야라 지루할 법도 하지만 노란색 들판을 달리는 것은 즐겁다.


L'Ampolla라는 마을부터 지중해가 보인다.


출발하자마자 쉬지 않고 평야 지대를 30km 정도 달려 빠져나왔으니 이제 쉬기로 한다. 빵집에서 레몬맛 환타와 쵸코빵을 먹는다.


여기서 산을 넘기 위해 선택을 해야한다. N-340번 국도를 달려 내륙으로 돌아갈지, 고속도로 옆 샛길로 해변을 따라 갈지 고민하다가 비포장길이 나올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해변을 따라가기로 한다.


기찻길 옆으로 이어지던 샛길은 점점 좁아지고 노면이 안 좋아진다.


꽤 급한 콘크리트 빨래판길이 나타나서 지니님은 자전거를 끌고 내려온다.


날도 좋지 않은데 사람들이 조금 있는 막다른 해변이다. 나름대로 유명한 해변인 것 같다.


원래 가려고 했던 오른쪽 길은 비포장도 아닌 등산로라 돌파할 엄두가 안 난다. 굴다리를 통해서 반대편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 굴다리를 통과하면 시골길을 빙 돌아서 고속도로 옆길로 갈 수 있다.


굴다리를 건너자마자 꽤 가파르고 높은 언덕을 넘어서 고속도로 옆 샛길을 만난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시 마을 쪽으로 넘어오니 깨끗한 길이 나온다. 하지만, 식당이나 가게는 커녕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상한 동네이다.


해안길로 달리다가 결국엔 길이 막혀 다시 N-340국도로 나왔다. 국도를 따라가다 보니 무언가 특이하면서 본 적 있는 형태의 건물이 보인다. Vandellos 원자력 발전소라고 한다.


N-340도로 밖에 없는 외길로 오르막을 또 하나 넘는다. 오른쪽 산의 나무들이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지만 봄처럼 파릇파릇하다.


오르막을 넘으니 왼쪽으로는 벌거숭이 산이 보인다. 여기서 갈림길이 하나 있는데 갈림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빠지면 바닷가에 La Rojala-Platja del Torn이라는 국립 공원 구역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덕 꼭대기에서 일부러 바닷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올 수는 없다.


언덕을 넘자마자 해변으로 빠져나온다. L'Hospitalet de l'Infant라는 마을의 해변길을 살살 따라 달린다.


찻길은 끊기지만 나무 데크로 된 다리를 통해 Riu de Llastres를 건너서 Miami Platja로 넘어간다.


해변을 따라 달리다가 Miami Platja의 끝에서 기찻길에 막힌 막다른 길에 도착한다. 해변의 모래사장을 자전거를 끌고 걸어갈까 고민하다가  기찻길을 조심해서 건너 N-340번 국도로 달린다.


계속 N-340번 국도를 따라가면 재미가 없으니 중간에 길을 찾아서 다시 샛길로 빠진다. 기찻길 바로 옆으로 길이 이어진다.


Cambrils라는 타라고나 근처 동네에 도착했다. 잠깐 동안 자전거길이 있긴 하다.


스페인의 매미들은 우리나라 매미와는 다르게 운다. 우리나라 매미들이 맴~~맴~~이라면 스페인의 매미들은 지이이이이이이이~~~~~~ 하고 끊기지 않고 길게 운다. 처음에는 전기 시설 소리인 줄 알았다.


Vila-seca라는 마을까지 왔다. 이제 오늘 목적지인 타라고나 시내가 보인다. 갓길이 거의 없는 편도 1차선의 N340도로를 달려 타라고나에 도착한다. 아무리 스페인의 운전자들이 자전거를 배려해준다고 해도 차와 같은 차선에서 함께 달리는 것은 힘든 일이다.


타라고나 시내를 관통해서 중앙 광장의 끝에 도착한다. 타라고나도 사람이 많은 도시라 그런지 유난히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


타라고나 중앙로 광장의 절벽 위에서 해변을 바라본다.


아이들로 이루어진 작은 퍼레이드가 지나간다. 뭔가 축제일 같은데 자전거가 없다면 구경하고 가겠지만 군중 속에서 자전거가 걸리적거릴테니 사람이 더 많아지기 전에 빠져나가야 한다.


타라고나 출구 쪽의 호텔에 체크인했다. 자전거는 숙박객들의 캐리어를 넣어놓는 창고에 함께 넣어준다.


호텔의 바에서 맥주를 한 잔 먹는다. 병이나 생맥주일 줄 알았는데 캔맥주를 꺼내줬다. 얼마 전부터 캔맥주를 잘 안 마시게 되었는데 이번 맥주는 나쁘지 않다.


시내에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이유를 호텔의 기둥에 서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 축제에 관련된 정보들이 붙어있다. 이번 주말에는 인간 탑쌓기를 한다고 한다.


잠시 쉬었으니 다시 시내로 슬슬 걸어간다. 구경도 하고 저녁도 먹어야지...


해변으로는 타라고나의 유명한 유적 중에 하나인 콜로세움이 보인다.


불꽃이 막 터지고 뭔가 화려한 것이 보여서 달려가봤더니 축제의 마지막 피날레였다. 축제는 끝나고 사람만 바글바글하다.


뒷골목의 식당가를 돌아다니다가 괜찮아보이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들어간다. 문어 샐러드와 리조또, 그리고 봉골레 파스타를 주문한다.


근데 지니님이 주문한 이 봉골레 파스타... 면발, 소스, 재료의 퀄리티 모두 최고인데... 너무 짜다. 짜도 너무너무 짜다. 지니님은 두고두고 후회한다. 유럽 사람들이 짜게 먹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타라고나 이전까지는 심각하게 짠 적이 없어 소금 빼달라는 말 "sin sal"을 잊고 살았는데 이 이후로 바르셀로나에서도 짠 음식에 몇 번 당한다.


더군다나, 저녁 식사 후에 들리려 했던 하몽집도 영업이 끝나버린다. 너무 맛있는데 너무 짜다고 계속 우울한 지니님을 끌고 콜로세움과 타라고나 성을 거쳐서 호텔로 돌아온다.


평야지대는 완만했지만 그 이후 하루 종일 고생했다. N340 국도로만 가면 하루 80km 정도 되는데 샛길로 다니니 주행거리는 20km 가까이 늘어난다.  샛길로 다니면 힘든 길도 자주 나오지만 풍경도 좋고 재밌다.


이제 스페인 동부의 지중해 코스가 거의 끝나간다. 바르셀로나까지 100km가 남았으니 내일이면 스페인 자전거 여행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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