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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존과 지니 Oct 31. 2016

존과 지니의 스페인 지중해 자전거 여행 13

900여 km 여정의 끝, 바르셀로나

2016년 9월 21일 - 바르셀로나 입성


아침에 눈을 뜨니 감기 기운이 있다. 머리가 띵하고 코가 너무 아프다. 원래 비염이 있는데 갑작스런 기후 변화와 여행의 피로가 쌓인 것이 원인인 듯하다. 아직 큰 증상은 없으니 일단 출발 준비를 하자.

타라고나도 그렇지만 바르셀로나도 축제 기간이다.

어제부터 잠깐씩 알아보았지만 빈 숙소가 없다. 일단 내일 바르셀로나에서 할 가우디 투어도 신청하고 출발한다.


내키지 않지만 출발부터 N-340번 국도를 달린다. 얼마 안가서 주유소 옆의 식당에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코르타도와 하몽 토스타다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다.


고속도로로 들어가는 큰 로터리가 나왔다. 바르셀로나로 가야 하지만 N-340번 도로를 벗어나 Altafulla로 가는 쪽이 지름길이다.


N-340번 도로를 달리는데 개선문같은 것이 보인다.


Arc de bera라는 기념문이다. 개선문보다 훨씬 오래된 기원전 고대 로마 제국의 아우구스투스 시절에 만들어진 건축물이라 한다.


Massia Blanca라는 동네까지 가서야 해변길로 빠질 수 있었다. 해변길로 내려왔으니 잠시 쉬기로 한다.


아이스크림집에 들렀다. 메뉴판의 사진에는 아주 이쁘게 나온 것이 있어서 시켜봤더니 오르챠타에 쵸코 아이스크림이 한 덩이 둥둥 떠있는 사진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 나왔다.맛은 그냥 쵸코 아이스크림과 오르차타를 따로 먹는 느낌이다.


해변을 달리다보면 어느새 타라고나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게 된다.


Passeig Voramar라는 길의 끝에서 해변길은 끝나고 고가도로로 철길을 건넌다. C-246a번 도로로 달리는데 차는 점점 많아지고 정신이 없어진다.


갑자기 지니님이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 차는 많아도 언덕은 없는데 언덕길에 힘들어도 차가 없는 곳으로 간다.


차는 없지만 언덕을 넘으니 힘들다. 내리막울 쭉 내려가서 시체스(Sitges)에 도착한다.


점심을 먹을만한 적당한 식당을 둘러보는데 썩 땡기는 곳이 없다.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결국 해변 끝 태국식 식당에서 Menu del dia를 먹는다. 지니님은 만족한 듯 했는데 내 입맛엔 잘 맞지 않는다. 아직 오늘 밤에 묵을 숙소도 예약을 못했다. 바르셀로나가 축제 기간이라 비싼 숙소만 남아있어 어쩔 수 없이 한인 민박집을 예약한다.


식당 바로 옆이 시체스의 산 바르토뮤 성당(Parroquia de Sant Bartomeu i Santa Tecla)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사진 한 번 찍어줘야지...


시체스부터는 꼬불꼬불하고 좁은 낙타등 도로를 달려야 한다.


의외로 차량 통행이 많아서 당황스럽다. 하지만, 스페인의 운전자들은 우리를 절대 괴롭히지 않는다. 느릿느릿 달리는 우리를 추월하기도 힘든 꼬부랑길에서 자동차들이 우리 뒤를 천천히 따라오다가 확실히 기회가 될 때만 추월한다.


중간중간 쉼터가 있다. 어느 정도 달리다가 차량이 가장 많고 체력이 떨어지는 중간 쯤의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어려운 구간을 무사히 빠져나와 Castelldefels라는 바르셀로나 외곽 도시에 도착했지만 교통 상황은 계속 만만하질 않다.


어찌저찌 달리다보니 도로 반대편에 자전거도로가 있어서 일단 건너가서 달린다.


자전거도로는 얼마 안가서 끝나지만 근처에 마침 쉬어갈만한 식당이 있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잠시 쉬어간다.


길은 좁고 차들은 밀려 골치아픈 곳이다. 인도로 슬슬 끌고가다가 조금 한가해지는 타이밍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중간에 오른쪽으로 철길을 건너야 하는데 건너는 길을 지나쳐버렸다. 가던 길을 계속 달려도 바르셀로나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기에 일단 그냥 달렸다. 큰 차들이 많은 복잡한 길이 계속된다. 원래 이야기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달리는데 교통이 복잡하니 지니님의 표정이 영 좋지 않다.


바르셀로나 시내로 가기 위해서는 El Llobregat이라는 바르셀로나 서쪽에 흐르는 강을 건너야 한다.


El Llobregat도 지금까지 지나온 스페인의 다른 큰 강들처럼 천변 자전거길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자전거길이 있긴 있지만 MTB들이나 다니는 비포장길이다.


포장길은 나타날 생각을 하지 않고 꽤 긴 비포장길을 한참 끌고 걸어간다. 설마 스페인 제 2의 도시인 바르셀로나 옆을 흐르는 강에 포장된 자전거 도로가 없을 줄은 몰랐다.


강에서 철길과 도로를 건너 시내로 이어주는 육교를 건너 시내로 들어왔다. 시간이 늦어서 해가 저물기 시작하니 마음은 급해지는데 감기 기운도 심해져 머리가 지끈거린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서 미리 예약해둔 한인 민박에 도착한다.


한인 민박은 100년 전 조성된 바르셀로나 신도시에 있다. 100년 된 건물이다보니 엘리베이터가 좁아 자전거를 실을 수 없으니 자전거를 들고 엘레베이터만큼 좁은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이래서 우리가 여행에 쓸 자전거는 무조건 가벼워야 한다.


이제 자전거 타기가 끝났으니 3블럭 정도를 걸어서 지니님이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는다. 한식당이지만 스페인식으로 메뉴 델 디아를 주문한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많이 마신다는 모리츠 맥주도 주문한다. 한국에서 먹는 것과 똑같은 맛의 김치와 밑반찬들이 나온다.  


먼저 라면이 나온다. 맛있다. 지니님은 여행 내내 라면을 먹고 싶어했다. 따듯하고 얼큰한 국물을 마시니 감기 기운도 좀 나아지는 듯하다.


김치볶음밥과 불고기도 나온다. 둘다 맛은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이다. 김치 볶음밥에 계란 후라이가 없다니...


이렇게 100km도 안되었지만 유난히 힘들었던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 일정이 끝났다.


우리가 달린 전체 거리이다. 발렌시아에서 하루 쉬고 하루 100km 전후로 달려 딱 10일 동안 900km를 달렸다.


경치 만을 생각한다면 태평양 한 가운데 푸른 보석같은 하와이의 해안도로보다 아름다운 길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중해 특유의 문화와 사람사는 모습은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달리는 10일 내내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경치와 사람 사는 모습을 보았다.


이런 멋진 지중해 자전거 여행을 또 하고 싶다. 이미 다음 여행 계획을 세워 놓았다. 내년에도 다시 지중해를 달린다. 새로운 자전거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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