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자전거 여행 준비
2017년의 봄 휴가! 5월은 자전거를 비롯해서 어떠한 것이든 아웃도어 활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5월에 긴 연휴가 생긴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이 황금같은 연휴에 어디를 가야할까?
지니님은 이번 5월에 반드시 가야하는 여행지로 시칠리아를 선택했다. 항공권부터 예매하고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을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남쪽에 있는 이탈리아 최대의 섬이며 파스타의 고향 같은 곳이다. 제주도는 한 바퀴가 320km 정도인데 시칠리아를 한 바퀴 돌려면 1100km 정도를 달려야 하니 시칠리아는 제주도보다 훨씬 큰 지중해 최대의 섬이다. 또한, 이탈리아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불과 3.2k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굳이 비교하자면 이탈리아의 제주도라기보다는 전라남도 정도라 표현하는게 더 알맞은 듯하다.
시칠리아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전거 여행에 알맞은 잘 정비된 자전거를 준비한다. 이번 여행부터는 그 동안 자전거 여행에 써왔던 미니벨로가 아닌 로드바이크로 가기로 한다. 그 동안 큰 문제없이 자전거 여행을 잘 견뎌준 미니벨로는 이제 출퇴근 및 동네 마실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스프린트용의 에어로 로드바이크인 리들리 노아는 싯포스트도 전용 에어로 싯포스트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원형 싯포스트용 짐받이를 그대로 사용할 수가 없으니 에어로 싯포스트에도 장착이 가능한 대형 안장가방을 장착한다.
로드바이크에 장착하기 좋은 여행용 안장가방 중에 저렴한 편인 자이언트 스카우트 안장가방을 두 개 구입해서 두 대의 자전거에 장착해준다. 짐이 워낙 적은 미니멀리즘 자전거 여행자인 우리들에겐 이 정도 공간이면 충분할 듯하다.
사람도 여행을 준비해야 한다. 시칠리아에 대한 간단한 지식을 얻고 여행 코스를 짜둔다.
시칠리아가 배경인 몇몇 영화도 본다. 시네마 파라다이스와 그랑 블루, 하와이 배경의 미국 영화들은 극적이고 화려했다면 시칠리아 배경의 유럽 영화들은 잔잔하고 조용하다.
이제 시칠리아를 달릴 코스를 대략적으로 정해 본다. 시칠리아의 도로 환경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국도(ss; strada statale)와 지방도(sp; strada provinciale)가 있는데 국도나 지방도에서 마을로 진출입하는 루트가 제한적이고, 많은 마을들이 국도 외에는 다른 길로 이어져 있지 않은 갇힌 구조라 할 수 없이 국도를 많이 이용해야 할 것 같다. 지방도는 자칫 잘못하면 비포장으로 들어가게 된다. 로드바이크로 가도 되는 곳과 가면 안되는 곳을 구별하면서 구글 스트리트뷰와 위성지도를 참고해서 GPS 파일을 만들어 핸드폰에 넣어둔다. 약 1100km 정도인 이 길을 그대로 따라가진 않겠지만 경로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략적인 코스를 알았다면 이제부터 훈련이다. 원래 우리는 날이 충분히 따듯해지는 4월 말은 되어야 자전거를 타지만 아직 적응이 안된 새 자전거로 1000km가 넘는 길을 달리기 위해서 조금 일찍 훈련에 들어간다.
훈련 목표는 여행 코스의 가장 힘든 구간을 지나고 나서도 다음 날 달릴 수 있도록 체력을 남겨놓는 것이다. 이런 경우의 훈련으로 여행지의 가장 힘든 구간과 비슷한 국내의 자전거 코스를 짜서 몇 번 달리면 큰 도움이 된다.
시칠리아를 반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달리는 이번 여행의 최대 고비는 다름이 아닌 첫째 날이다. 시칠리아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300m급의 긴 언덕길을 두 번 넘어야 한다. 이를 대비해서 두 번의 언덕길을 넘어야 하는 100km 정도의 코스들을 달려 몸을 적응시킨다. 우리가 달린 코스들보다 시칠리아의 언덕길이 더 완만하고 쉬울 것이라 예상한다.
들고갈 준비물은 언제나처럼 간단하게 꾸린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2017년 4월 27일, 흔치 않은 5월 연휴에 가는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