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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과 지니의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 13

체팔루, 지로 디'이탈리아2017 스테이지 4

by 존과 지니

2017년 5월 9일


체팔루, 지로 디'이탈리아2017 스테이지 4 관람


시칠리아를 자전거 타고 여행하면서 뚜르 드 프랑스, 벨타 아 에스파냐와 함께 세계 3대 로드바이크 경주 대회로 알려져 있는 지로 디'이탈리아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이번 지로 디 이탈리아 2017은 3600km를 21개 스테이지로 나누어 하루 평균 171 km를 달리는 경기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스테이지4와 5가 여기 시칠리아에서 열린다. 그 중에서 스테이지4는 우리가 어제 도착한 카포 디 올란도에서 80 km 정도 떨어진 체팔루에서 시작해서 에트나 화산에 갔을 때 들렀던 리퓨지오 사피엔자까지 달린다. 이런 이벤트를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우니 스테이지 4의 출발점인 체팔루로 가야겠다.


카포 디 올란도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일어났다. 날은 충분히 맑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아침을 일찍 먹고 출발해서 80 km 떨어진 체팔루에서 하루 쉴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중간에 잠깐 멈춰서서 빠르게 질주하는 선수들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가는 것 밖에 보지 못한다.


그래서, 일정을 변경하여 내일 쉴 것을 오늘 쉬기로 하고 카포 디 올란도에서 기차를 타고 체팔루에 가기로 한다.


역 바로 옆의 조그만 카페가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인 아저씨가 에스프레소를 내려주면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 잔 마시고 동전을 두고 간다.


우리는 기차 시간이 넉넉하니 테이블에 앉아서 느긋하게 마신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커피를 하루 몇 잔씩 마시다보니 커피 자체의 맛을 매우 중시한다. 이탈리아의 커피는 맛있고 저렴하기에 커피를 즐기는 편이 아닌 나 역시 자주 마셨다.


체팔루를 거쳐서 팔레르모 센트랄레 역에 가는 기차가 8시 57분에 들어온다. 기차표는 인터넷으로 어제 미리 예매해놓았다.


기차를 타고 느긋하게 창 밖의 지중해를 감상한다. 지니님은 바로 취침 모드다.


10시 조금 넘어서 체팔루에 도착한다.


역 앞에 나가니 여기가 대회하는 마을이 맞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아무 것도 없다. 동네를 가로질러 큰길로 내려가니 지로 마크의 풍선 장식도 있고 경찰들도 쫙 깔린 것이 슬슬 대회 분위기가 난다.


예상했던 대로 행사장은 해변에 있었다.


자전거 경기는 그냥 선수들이 모여서 시간 맞춰서 휙 가버리는 것이 아니다. 아침부터 출발 전까지 다양한 행사 부스가 쭉 늘어서 있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축제인 것이다.


자전거 메이커로는 유일하게 피나렐로 부스가 있다.


후원 업체들이 프로테인바, 비스킷, 껌 등 자전거 타면서 먹기 좋은 것들을 뿌려댄다.


스마트 롤러 업체의 부스에서 지니님이 시승을 해본다. 나중에 이거 하나 사다 놓든지 해야겠다.


아침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프다. 행사장 근처의 가게에서 아란치니로 간단하게 배를 채운다.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와서 여기저기 둘러본다.

지로 공식샵의 부스에서 기념품들을 판다. 분홍 져지는 지로 디 이탈리아의 종합 우승자에게 수여되는 우승자의 상징이다.


나는 분홍색은 부담스러워서 적당히 어두운 색의 져지를 기념품으로 산다. 선수용 슬림핏이라 그런지 일반 져지는 L을 입는데 이 져지는 XL이 맞는다.


포토존에 지니님을 넣고 사진 찍는다. 하와이의 복수다.


후원 업체 마스코트와도 사진을 찍는데 긴 주둥이로 자꾸 지니님을 가린다.


비토리아팀의 서포트카가 있다. 뒤쪽에 다른 팀의 서포트카들도 많겠지만 아직은 안 보인다.


여기가 스타트 라인이다. 오토바이를 탄 카메라맨들이 대기 중이다.


스타트 라인 뒤쪽에 서포트카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로또 수달팀의 서포트카 위에 서브 스폰서인 리들리의 자전거들이 잔뜩 매달려 있다. 우리가 타는 브랜드다 보니 반갑다.


출발 전에 선수들이 한 명씩 무대 위로 올라가서 싸인을 한다.


싸인을 하고 출발 준비를 마친 선수들이 스타트 라인으로 가는 중이다. 나는 자전거 경기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서 아는 선수가 없지만 이들은 세계 최고의 로드바이크 선수들이다.


이제 슬슬 출발 전이다. 선수들의 행렬이 잘 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는다.


출발 신호와 함께 선두 차량이 천천히 움직인다. 기록이 중요한 경쟁 경기이지만 시내를 빠져나갈 때까지는 속도를 내지 않고 시냐를 한 바퀴 돌면서 퍼레이드를 한다. 운동으로 단련된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 나가는게 장관이다.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들이 출발하면 그 뒤로 선수들을 지원할 서포트카들이 줄지어 출발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만한 잘 알려진 자전거 메이커들은 다 모였다.


선수들이 빠져나가고 나니 행사장이 텅 빈 것 같다. 스타트 라인의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스타트라인의 풍선이 쪼그라든다. 경기 스태프들이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해서 빠르게 철수하기 시작한다.


무대에서 사회를 보던 아줌마가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키도 어지간한 남자들보다 큰 전형적인 이탈리아 미인인 듯한데 아주 유명한 사람인가보다.


여기서 출발한 선수들은 이제 180km가 떨어진 해발 1920m의 리퓨지오 사피엔자까지 올라가야 한다. 며칠 전에 에트나 화산 투어로 우리가 갔던, 에트나 화산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지로 디 이탈리아를 보았으니 이제 오후에는 점심 먹고 체팔루를 둘러본다.


체팔루 구시가지 뒤로 우뚝 솟은 커다란 바위산인 로까 (Rocca di Cefalu)도 가보기로 한다.


그 전에 일단 점심부터 먹자.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길을 걸너서 체팔루 대성당 앞으로 간다.


아름답고 멋진 성당이라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뒤의 로까와 함께 있으니 웅장한 느낌이 난다.

성당 안에 들어갔더니 하필이면 유명한 예수님 벽화가 보수공사 중이다. 아쉽다.


성당 앞의 고깃집에서 파스타와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는다. 이집 꽤 맛있다. 지니님은 지금까지 먹은 해산물 스파게티 중에 가장 맛있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계단을 보니 중국인 커플이 사진을 찍고 있다. 성당을 배경으로 피자 한 입 하는 장면을 연출하려나본데, 다 식어빠진 피자 하나 들고 한 시간도 넘게 저러고 있다가 둘 모두 짜증이 나버린다. 싸우다가도 사진 찍을 때는 이쁜 척 하는데 재밌다. 근처에서 점심먹는 사람들이 전부 저 커플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다. 중국 사람들이 요즘 중국 SNS에 자랑할만한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에 그렇게 열을 올린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성당 옆의 구석진 길을 따라서 로까 입구로 간다.


로까 바로 밑에서 올려다보니 절벽 자체도 멋지게 생겼다.


로까 입구의 계단이 동네 고양이들 아지트인 듯하다. 사람이 오든 말든 여러 마리가 앉아서 졸고 있다.


이제 로까에 올라간다. 이게 뭐라고 입장료를 1인당 4유로씩 받는지 모르겠다.


계단을 따라 슬슬 올라간다.


중간에 이정표가 있는데 꼭대기의 성부터 올라간다.


꼭대기에는 성이 있고 다른 쪽에는 건물들이 있다.


며칠 전에 강릉에서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여기도 옆 산에 불이 났다. 소방비행정 두 대가 하루 종일 바닷물을 퍼서 산에 뿌려댄다. 산불을 끄느라 힘들게 고생하는데 우리에겐 너무 정신없고 시끄럽다. 다행히 산불은 해 지기 전에 진화된다.


산꼭대기의 성에 올라왔다. 그렇게 높은 곳은 아니지만 올라오니 해안선과 지중해가 펼쳐진다. 오른쪽 아래가 우리가 올라온 체팔루 구시가지다. 신시가지 해변 쪽으로 아까 지로 디 이탈리아 행사를 했던 흔적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카포 디 올란도 방향으로 이렇게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인터넷에서 로까 사진을 검색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팔루 구시가지만 사진을 남겨놓았는데 유독 이 사진이 없다. 그 사람들은 힘들어서 여기까지는 오지 않나보다.


이제 내려가면서 아까 가보지 못한 유적 지역도 가본다. 중간에 양떼가 사람을 피해 돌아다니는데 냄새가 심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렇게 피자를 좋아하는지 페허에도 화덕은 남아있다.


절벽 쪽으로는 성벽이 있다. 체팔루 대성당에서 보이던 성벽이다.


이 성벽에서 체팔루 구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진다.


성벽 중간에 십자가가 있다. 밤이 되면 이 십자가가 밝게 켜진다.


한참 걸었으니 이제 내려가야겠다.


시내로 내려오니 약간 큰 공터에 테이블이 쭉 펼쳐져 있다. 많이 걸었으니 여기서 젤라또를 먹으면서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한다.


저녁은 바닷가 식당에서 일몰을 보면서 먹는다.


평범한 맛에 비해 바닷가란 이유로 비싼 식당이다. 딱히 기억에 남질 않는다.


새우가 그나마 먹을만 했다.


그래도 체팔루의 멋진 일몰을 보면서 먹으니 좋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고 낮에 로까에서 보았던 십자가에 조명이 들어온다. 우리나라 밤하늘을 수놓는 시뻘건 십자가들과는 다르게 단 하나의 밝은 십자가가 작은 마을을 지켜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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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돌아가는 기차 시간까진 조금 남았으니 체팔루의 밤을 좀더 즐기기로 한다.


오전에는 지로 디 이탈리아, 오후에는 체팔루 산책으로 즐거웠다. 어짜피 내일 카포 디 올란도에서 출발해서 다시 체팔루에 와서 쉴 것이지만 이렇게 기차를 타고서라도 지로 디 이탈리아 2017을 관람했으니 만족스러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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