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존과 지니의 시칠리아 자전거 여행 14

카포 디'올란도에서 체팔루까지 80 km

by 존과 지니

2017년 5월 10일


이동 경로 및 거리 : 카포 디'올란도 - 체팔루 (80 km)

총 이동거리 : 955 km


오늘은 카포 디'올란도에서 체팔루까지 간다. 어제 기차를 타고 체팔루에 가서 지로 디'이탈리아 스테이지4와 로까 디 체팔루를 다녀왔지만 다시 카포 디 올란도로 돌아가서 다시 오늘 자전거로 간다. 카포 디 올란도에서 체팔루까지 이어지는 시칠리아 북부 해안길을 그냥 지나치기 싫었기 때문이다.


카포 디 올란도의 파로 호텔은 오래 된 낡은 호텔이지만 넓은 객실 덕분에 이틀 동안 편하게 묵었다. 1층 창고에 자전거를 둘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도 좋았다. 다른 자전거도 잔뜩 있는 것을 보니 우리 말고도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도 여럿 묵은 듯하다.


공기를 채우고 한국을 출발한지 2주 정도 지난데다가 앞바퀴에 펑크도 한 번 났으니 슬슬 바퀴에 공기를 채워야 하는데 내가 가진 휴대용 펌프로는 힘들다. 자전거 가게가 보이면 들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서포트카까지 대동한 단체 자전거 여행객들이 호텔 앞에서 출발 준비를 하고 있길래 얼른 펌프를 빌려서 공기압을 채운다. 고맙게도 기꺼이 빌려주고 공기압 채우는 것을 도와주기까지 한다. 이탈리아 사람은 물론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


카포 디 올란도의 해변에서 이어지는 자전거길을 따라서 출발한다. 한참 출발 준비를 하던 단체 자전거 여행객들이 얼른 우리를 따라 잡고 저 멀리 사라진다.


좀더 지방도를 따라서 해변으로 달릴 수 있었는데 조금 일찍 SS113번 국도에 올라와버렸다.


다시 해안도로로 나와서 신나게 달리는데 갑자기 차량 통행을 막아놓은 길이 나타난다. 다행히 보행자나 자전거는 건널 수 있다.


해안도로는 아퀘돌시(Aquedolci)라는 마을에서 다시 SS113번 도로와 합쳐진다. 어차피 여기서부터 SS113번 국도를 타고 가야 한다. 아퀘돌시 마을의 작은 바에서 음료수 한 잔하고 잠시 쉬어간다.


이제 기찻길과 함께 달린다. 보통 기찻길이 해안에 있으면 마을쪽 도로는 외부로 이어지지 않은 막다른 길이 되기 때문에 함부로 작은 도로로 나가면 안된다.


꼬불거리는 오르막길이 보이고 언덕 위에 마을이 있다. 산토 스테파노 (Santo Stefano di Camastra)라는 동네다.


언덕길을 열심히 올라가는데 항아리들이 잔뜩 보인다. 이 마을은 일반 도자기부터 특이한 모양의 도예품까지 다양한 도자기를 만드는 마을이다. 마을의 간판들이 온통 Ceramica (도예공방)라고 쓰여 있다. 마을에 특이하게 생긴 원색적인 도예품들이 많이 보인다.


이 도자기 마을도 SS113번 도로를 타고 그대로 관통해 지나간다.


이젠 익숙해진 양떼들이지만 냄새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호텔 올라가는 길에 벽화가 줄지어 그려져 있다.


계속해서 시칠리아 북부의 푸른 지중해를 보면서 달린다.


이제 오늘의 목적지인 체팔루까지 17 km, 시칠리아 제1의 도시인 팔레르모까지 95 km 남았다.


SS113번 도로 옆의 기찻길은 어제 우리가 이용했던 기찻길이다. 기차가 간혹 지나다니는데 단선 철도라 그런지 자주 다니는 것 같지는 않다.


이탈리아어로 '끝의'라는 뜻인 피날레 (Finale)라는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해변 쪽으로 감시탑이 보인다.


마을 해변 절벽을 빙 둘러서 다시 마을 입구의 감시탑 앞으로 가니 문을 연 바가 있다. 감시탑 앞에 있으니 La torre bar다.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콘을 먹으면서 쉬어 간다. 젤라또보단 이런 아이스크림콘이 내 입에는 더 잘 맞는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일반적인 초코콘보다 진하니 좋다.


마을 이름은 피날레(끝)이지만 우린 체팔루까지 좀더 가야 한다.


이제 체팔루의 로카가 보인다. 어제 로카의 꼭대기에서 보았던 길을 달리고 있다. 달리면 달릴수록 점점 체팔루가 가까워진다.


드디어 체팔루의 경계에 들어섰다. 역시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경계를 넘어야 도착했다는 느낌이 난다.


로카가 보이는 갈림길에서 SS113번 도로를 벗어나서 오른쪽으로 가야 예약한 숙소가 있는 구시가지 방향이다. 왼쪽은 언덕 넘어서 신시가지로 가는 길이다. 괜히 언덕을 넘을 필요는 없지...


마침 딱 점심 시간이 끝나가니 바로 점심부터 먹자.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서 잘 먹으려면 식사 시간을 잘 맞춰 먹어야 한다.


지니님이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간다. 아마 체팔루 맛집으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식당일 것이다.


자전거는 입구 근처 구석에 세워두고 테라스에서 밥을 먹는다.


소고기 스테이크, 참치 스테이크와 해산물 스파게티다. 셋 다 그럭저럭 맛있었지만 어제 체팔루 성딩 앞 고깃집이 더 나은 듯하다.


그랴도 맛있는 식사였다. 커피와 티라미수로 디저트까지 꼭꼭 챙긴다.


식당 근처에 예약해둔 호텔이 있다. 이 좁은 골목에 제대로 된 호텔이 있을까 싶었는데...


낡긴 했어도 제대로 된 호텔이다. 어제 묵은 파로 호텔보다 시설은 좋은 듯하다.


어제 호텔처럼 바다 경관은 아니지만 발코니에서 체팔루 구시가지의 좁은 골목을 볼 수 있다.


호텔 옥상이 오픈되어 있어서 올라가 보았다. 동네 건물들이 고만고만하고 호텔 역시 그 고만고만하 건물 중에 하나라 옥상에 올라가니 눈 앞에 방해되는 건물은 없다. 여기저기 앉을 자리가 많다. 투숙객이 많으면 간단한 바도 운영하나본데 지금은 시칠리아 전체가 비수기라서 바를 운영하진 않는 듯하다.


옥상애서 보는 구시가지와 체팔루 성당, 그리고 커다란 로카 디 체팔루가 볼만하다.


일찌감치 체크인도 했으니 오후에는 체팔루 구시가지를 돌아다닌다.


구시가지 쪽의 바닷가로 나와본다.


여기가 바로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바닷가 야외 촬영을 하던 곳이다. 아마 제방 벽 위에서 건물 쪽으로 촬영한 듯하다.


시네마 천국에 나온 체팔루의 모습이다. 세월이 흘러 많이 변한 듯하지만 오른쪽의 건물들이 유심히 보면 아직 거의 그대로 남아있다.

영화 시네마 천국의 체팔루


우리나라에 어느 정도 알려진 이탈리아 영화인 시네마천국이 정작 유럽에선 그리 유명한 영화는 아닌 듯하다. 우리도 시칠리아 배경의 영화라 해서 본 것이긴 한데 잔잔하고 조용한 영화라 조금 지루한 느낌이었다.


항구 끝의 방파제에 올라가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보던 자물쇠 놀이를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관광지라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가는 곳에 아무렇게나 매달아 방치해놓는 이런 것이 개인적으로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물쇠 수 만큼 흔한 그저 그런 이벤트일 뿐이다. 혹시라도 헤어지면 도로 떼어 가세요.


방파제 아래에서 낚시하던 아저씨가 한참 동안 물고기와 씨름하다가 낚아올리는데 한참 씨름하던 것치고는 물고기가 너무 작다.


방파제 쪽에서 구시가지 건물들을 자세히 보니 서쪽 방향으로 발코니 비슷하게 창이 있는 식당들이 보인다. 오늘은 저기서 저녁을 먹어야겠다. 저녁 먹을 식당 위치를 확인하러 갔더니 마침 공동 빨래터 바로 옆이다. 공동 빨래터도 구경한다.


공동 빨래터는 외부에서는 안 보이는데 물이 솟아나와서 빨래나 세수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물 나오는 곳의 짐승 모양 출수구가 참 못 생겼다.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다. 식당에 들어갔더니 아직 손님이 없다. 아까 방파제에서 봐두었던 가장 경관이 좋은 자리에 앉는다. 나는 맥주, 지니님은 로컬 와인으로 식전주를 마신다.


각자 스파게티를 하나씩 주문하고 새우 요리도 주문한다. 파스타 면이라는게 꽤 다양하지만 우리 입맛에는 스파게티가 최고다. 두꺼운 파스타는 밀가루 맛이 강하고, 라비올리는 우리나라 만두만큼 속이 차질 않아서 수제비에 뭘 끼워놓은 느낌이다. 파스타도 슬슬 질리긴 하지만 음식이 질릴수록 가장 평범하고 무난한 맛이 좋아서 나는 평범한 파스타 위주로 주문해서 먹는다.


새우 요리도 어제 해변에서 먹었던 식당보다 훨씬 나았다.


한참 저녁을 먹다보니 해가 저문다. 체팔루의 야경을 보면서 먹을 수 있으니 식당을 잘 골랐다.


후식으로 커피도 한 잔 한다. 원래 커피를 잘 안 마시는데 이탈리아 커피는 맛있고 싸기 때문에 자주 마시게 된다.


이제 체팔루도 충분히 즐긴 것 같다. 사실 체팔루가 워낙 작은 동네라서 관광이라고 해봐야 구시가지와 로카만 보면 끝난다고 할 수 있지만 해변에서 잠시 쉬면서 멍때리기에도 좋은 곳이 체팔루이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팔레르모까지 가야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