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과 지니의 미국 서부 해안 자전거 여행 6

래그드 포인트에서 피스모 비치까지

by 존과 지니

2018년 9월 2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여기 래그드 포인트까지 3일 동안 벌써 400km를 달렸다. 오늘은 빅 서 지역의 남쪽 끝이라 할 수 있는 샌 시메온을 지나 피스모 비치의 아울렛 근처 숙소까지 110km를 달린다.


래그드 포인트의 숙소는 천천히 쉬면서 근처에 빅서 주립공원 바다 구간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지만 우리는 오늘도 달려야 한다. 숙박비가 싸지 않은데도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매점에서 사둔 사발면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오늘부터 샌디에고에서 자전거 여행을 마칠 때까지는 큰 오르막길이 없으니 앞으로의 자전거 여행이 조금은 수월할 것이다. 짙은 안개로 바다는 안 보이지만 바다를 보면서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는 있다.


지니님이 정원 울타리 밖 풀숲에서 토끼를 발견했다. 울타리 바로 아래의 둥그런 덩어리가 토끼다. 가까이 가니 당연히 도망가버린다.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하려는데 프론트에서 래그드 포인트가 쓰여진 에코백과 생수를 받았다. 이런 생각치 못한 친절에 아침부터 즐거워진다.


출발하자마자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달린다.


길가에 불조심 푯말도 있다. 캘리포니아는 건조한 곳이 많아서 한 번 산불이 나면 크게 난다. 샌프란시스코 위쪽의 요세미티 근처는 아직도 산불로 난리다.


오늘도 까만 소들은 많이 볼 수 있다. 엄청나게 넓은 들판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어제 지났다. 오늘은 완만한 언덕길을 달리지만 완전히 평지는 아니다.


길은 1번 도로 하나 밖에 없다. 미국은 겨우 뚫어놓은 왕복 2차선 도로보다 자전거가 다니는 갓길이 넓은 경우도 많다.


저 앞의 섬 같은 것은 섬이라고 보기엔 거의 육지에 연결되어 있다. 안개 때문인지 등대가 깜빡거린다.


열심히 달리는데 바닷가에 무언가 하얀 덩어리들이 잔뜩 널부러져 있다. 가까이 지나갈 때 보니 해변에 물개들이 잔뜩 살고 있는 것 같다.


마침 주차장이 있어서 들어가본다.


코끼리 물범(Elephant seal)의 서식지다. 일반 물개보다 크고 우두머리 수컷은 커다란 주먹코가 있는 녀석들이다. 울타리 바로 아래에 무리가 잔뜩 모여 있으니 냄새도 많이 난다. 대부분 자고 있지만 깨어 있는 놈들은 싸우거나 장난을 친다.


다시 출발한다. 바닷가에 아까보다 수가 적은 코끼리 물범 무리가 몇몇 더 있다. 이렇게 야생 동물들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캘리포니아 자전거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다.


빅 서 주립공원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산 시메온을 지나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멀어지면서 마을과 사람이 점점 줄어들었다면 이제부터는 LA에 가까워지면서 마을이 슬슬 늘어난다.


독수리 비슷한 새들이 많이 보인다. 터키 콘도르(Turkey vulture)들이다. 모습은 콘도르 비슷하긴 한데 이름처럼 머리는 칠면조 같이 못 생겼다.


캄브리아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시내로 들어가
간다. 산 시메온과 캄브리아에서는 10월에 허수아비 축제를 한다. 아직 9월 말이라 축제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마을 입구부터 안쪽까지 여기저기에 다양한 허수아비들이 늘어서 있다. 축제가 시작되면 훨씬 다양한 허수아비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캄브리아 안쪽의 식당 중에 제일 괜찮아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스테이크와 부리또를 주문했다. 스테이크도 맛있는 것이 나오고 부리또도 지니님이 싫어하는건 하나도 안 들어갔다.


고기와 계란과 치즈가 잔뜩 들어간 부리또라면 맛있을 수 밖에 없다. 지니님은 지금까지 먹었던 부리또 중에 최고라고 한다.


든든하고 맛있게 잘 먹었으니 다시 출발한다.


캘리포니아도 와인을 많이 생산한다. 샌프란시스코 근처나 소살리토에도 와인 농장이 있는데 여기 카유코스나 산타 이네즈 근처도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그래서 그런지 길 옆에도 와인 광고를 종종 볼 수 있다.


모로 베이(Morro Bay)에 도착한다. 이름처럼 바다가 육지로 움푹 들어온 만 형태의 지형인데 만의 입구가 매우 좁은 곳이다.


모로 베이 입구부터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으니 자전거길만 잘 따라 가면 된다. 모로 베이 시내를 지나면 피스모 비치에 도착할 때까지 바닷가에서 잠시 멀어진다.


한참 달려서 갈증이 나니 잠시 맥도널드에서 쉬기로 한다. 맥도널드에서 음료를 1달러에 판매하니 잠깐 쉬어가기 좋다. 사실 1달러 짜리 패스트푸드점 음료수보다 캔이나 패트병에 든 것이 탄산도 강하고 훨씬 맛있다. 캘리포니아는 전체적으로 수돗물이 맛이 없는 것 같다.


안개가 완전히 걷히니 햇볕이 따끈따끈하다. 따듯해지면 버리기로 했던 오래된 기모 져지를 여기서 버린다. 남들은 해외 여행할 때 좋은 옷 이쁜 옷을 입고 오는데 우리는 낡은 옷를 가져와서 입다 버리는 경우가 많다.


모로 베이 만 안쪽으로 바다가 깊게 들어오다보니 일부분은 늪지대처럼 되었다. 눈에는 안 보이지만 뭔가 여러 생물들이 살 것 같다.


이제 1번 도로에서 벗어나 로스 오소스(Los osos)를 지나간다. 로스 오소스는 os os os가 반복되니 이름이 특이하고 재밌게 느껴진다. 여기서부터 피스모 비치까지는 해안을 벗어나 내륙으로 달린다.


길 이름은 로스 오소스 밸리 로드라는데 계곡은 안 보인다. 길 옆에 땅다람쥐들이 엄청 많다.


샌 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의 외곽을 지나면 1번 도로와 101번 프리웨이가 합쳐지는 곳을 옆의 간선 도로로 달리게 된다.


자전거가 들어가면 안되는 프리웨이 구간은 우회하기 위한 자전거길 표지판도 잘 되어 있다.


피스모비치까지 101번 프리웨이 옆으로 계속 달린다.


피스모비치 안내판이 지났는데 마을까진 한참 더 가야 한다.


피스모비치 시내에 들어왔다. 예전에 숙소를 검색했을 때는 바로 바닷가 근처에 저렴한 숙소가 있었는데 달리면서 전날 숙소를 예약하다보니 바닷가에 가까운 숙소는 다 만실이 되고 좀 떨어진 아울렛 옆에 숙소가 남아있어 예약을 했다. 고가 다리 하나를 넘어가야 하고 바닷가에서는 좀 떨어진 곳이다.


드디어 오늘의 자전거 타기가 끝났다. 어제 무리했던 것 때문에 근육통이 점점 심해지지만 그래도 100 km를 넘게 달렸다. 로비에서 유쾌한 직원들이 맞이해준다. 체크인을 하고 씻고 빨래도 한 후에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시내로 가려면 아까 넘어왔던 고가도로 말고는 길이 없다. 탄천 자전거길에 많이 날아다니는 날벌레 무리가 여기도 많다.


피스모비치의 와프는 공사 중이라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근처의 큰 리조트도 새로 짓고... 동네 자체가 공사로 조금 어수선하다.


바닷가를 쭉 둘러보았는데 먹을만한 집이 안 보인다. 그나마 사람 많은 가장 바닷가의 식당으로 간다. 맥주와 피쉬 앤 칩스, 그리고 쉬림프 앤 칩스를 주문했다. 감자 스틱을 주는데 왜 칩스라고 하는지는 모르겠다.


캘리포니아에는 피쉬 앤 칩스를 많이 파는데 지니님이 튀긴 음식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우리는 오늘 처음 먹는다. 생선하고 새우를 잘 튀겨서 맛있다.


오늘은 코끼리 물범(Elephant seal)을 보았다. 한국에서 출발 전에는 바닷가에 이런 해양 동물들이 많다고 했는데 자동차로 가게 되면 하루에 여럿을 보게 될테니 맞는 말이다. 자전거로 천천히 달리는 우리는 하루에 한두 종류의 동물들을 보는 듯하다.


빅서 주립공원을 벗어나서부터 점점 LA에 가까워지고 있다. 점점 기온이 낮아져야 하는 계절이지만 계속 남쪽으로 달리기 때문에 점점 기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 이것만 해도 북에서 남으로 달리는 것은 잘 한 것이다. 거기다가 이 지역은 일반적으로 북에서 남으로 해안을 따라서 바람이 분다. 근처 앞바다에 저기압이 생긴 덕분에 바람이 잦아들어서 생각보다는 바람의 도움을 못 받고 있지만 맞바람이 아닌게 어딘가.

내일은 롬폭까지 80여 km를 가야 한다. 더 달리고 싶어도 롬폭(Lompoc)에서 산타 바바라 사이에는 쉴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롬폭에서 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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