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존과 지니 Dec 10. 2023

자전거로 영주 봉화 이팝나무 코스

2023년 자전거 여행 5. 경북 봉화

2023년 5월 20일


오늘은 봉화에서 출발해서 영주를 경유해서 다시 돌아오는 86 km 정도 달린다. 태백산에서 소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높은 산맥 남쪽을 한 바퀴 돌아온다. 4월이 봄꽃들의 연속이라 한다면 5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그중에서도 5월 하순의 이벤트는 이팝나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하얗게 피어난 이팝나무는 아름답다. 경북에서는 이팝나무를 흔히 볼 수 있으니 오늘은 이팝나무 라이딩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코스다. 


오늘은 아주 큰 오르막길은 없다. 부석사 입구의 해발 360m인 망갑고개만 넘으면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니다. 


오늘 출발은 봉화다. 봉화에서 자전거 주차가 편한 곳, 주말에 주차가 가능하고 화장실도 쓸 수 있는 곳은 언덕 위의 봉화군청, 봉화 공설운동장이 있지만 출도착이 편한 곳은 역시 봉화역이다. 태백에서 봉화로 오는 도중에 문을 연 식당에서 청국장과 비빔밥으로 아침을 먹고 봉화역에 주차한 후에 출발한다.  


일단 초반에는 북쪽의 태백산맥 방향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봉화 읍내에서 북쪽으로 나가는 가장 빠른 길은 울진 태백 방향의 고가도로로 가는 것이지만 자전거니까 읍내로 들어가서 얌전히 915번 도로를 따라가는 것이 좋다. 


처음에는 부석사가 있는 물야 방향으로 가면 된다. 물론 부석사로 들어가진 않을 거다. 


봉화 자체가 차량 통행이 적긴 한데 영주시나 다른 중심 행정구역 가는 길인 36번 국도 근처를 벗어나면 정말 차가 없어 자전거 타기 좋은 곳이다. 


부석과 풍기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사실 풍기는 여기서는 36번 도로로 가는 편이 빠르니 잘못된 이정표라 봐도 되고 부석사가 있는 부석면까지 일단 달리면 된다. 


5월 하순의 경북은 이팝나무가 볼거리다. 5월 하순쯤부터 꽃이 나뭇잎 위에 흰쌀밥(이밥)처럼 피어나서 이팝나무다. 신록이 피어난 나무 위에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이팝나무 가로수들이 정말 이쁘다.  


이몽룡 생가 이정표가 있다. 소설 춘향전의 이몽룡은 성이성이라는 실존인물이고 성이성이 여기 살았다가 남원 군수로 부임한 아버지와 함께 남원으로 갔다고 한다. 


열심히 달리면 물야면 읍내 바로 동쪽에 큰 로터리를 만난다. 여기서 부석면 방향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부석사 가는 길이라 그런지 종종 차가 다니긴 한다. 오늘 첫 오르막길 정상인 망갑고개 꼭대기까지 은근한 오르막길이다. 


보통 고개 꼭대기가 행정구역의 경계인 경우가 많은데 여기 망갑고개도 그렇다. 그리 힘들지 않은 고개를 넘다 보면 정상에서 영주시 부석면으로 넘어간다. 


부석사 가는 길에도 이팝나무들이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중간에 부석사 가는 길로 가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 부석회전사거리가 나온다. 여기서 이제 영주시내 방향으로 내려간다. 부석사 쪽으로 좀 더 크게 돌아도 되긴 하는데 부석사는 이미 다녀온 데다가 오늘은 적당히 달리기로 했다. 


사과 수확철이 아니라서 사과 상자만 가득하게 쌓여있는 부석면 읍내를 지난다. 부석사 근처도 다른 경북 지역과 마찬가지로 사과 산지라 온통 과수원인데 요즘은 시나노골드라는 노란 사과를 황금사과라고 하여 판매한다. 이름처럼 일본 품종인 듯하지만 아삭하면서 새콤하고 달달한 게 아주 맛있다.  부석면 읍내에서 영주방향으로 이정표가 있는데 일단 28번 도로로 가다가 강을 따라 내려갈 생각이다. 길이 시작부터 공사 구간인 듯하다. 일단 달린다. 


공사 후반부인지 포장은 거의 다 완료되어 있다. 덕분에 깨끗하게 새로 깔린 포장도로 구간을 달릴 수 있다. 


사과 산지가 맞다는 듯이 길 가에 온통 사과밭이다. 


단산면에서 28번 도로를 벗어나서 옥대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이제 개천을 따라 달린다. 


여기저기 한참 공사 구간이더니 여기는 아직 포장 공사 중이다. 그래도 지면이 단단해서 끌고 가는 구간이 거의 없으니 다행이다. 


마을 옆에는 모내기를 끝낸 논이 보인다. 벼들이 듬성듬성 심어져 있지만 그래도 파릇파릇함을 뽐낸다. 늦은 봄인 5월 하순에 심었는데도 몇 개월 만에 빽빽하게 자라서 맛난 쌀밥이 된다는 것 자체가 참 경이롭다. 


아까 단산면에서 갈라진 28번 도로는 소수서원을 지나고 소수서원에서 길 하나가 분기되는데 그 길이 이쪽으로 이어진다. 그 길과 만나서 우리도 안정 방향으로 간다. 정확히는 영주 방향이다.  


길을 따라 쭉 달리면 이상한 건설현장이 나타나는데 건설사 부도로 10 수년 째 방치된 리조트라고 한다. 리조트 현장을 지나면 금방 영주 시내가 보인다.  


영주시의 중심 하천인 서천을 달린다. 예정대로 영주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 제2 가흥교에서 시내로 올라간다. 


오늘 점심은 영주에서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육회비빔밥을 먹는다. 점심시간이 되어 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린다. 


약간 독특한 형태의 조각고기 같은 육회에 밥을 비벼 먹는데 아주 특별하진 않아도 맛있게 한 끼 해결할 수 있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었으니 이제 오후 파트를 달린다. 오전이 봉화-영주 라인의 북쪽이었으니 오후에는 남쪽으로 영주호 라이딩이다. 저번에 왔을 때는 서천의 좌안을 달렸으니 오늘은 서천의 우안으로 달린다. 좌안보다 차들이 적을 것 같다. 


서천 우안 길은 한가하긴 한데 공장이 가동 중인지 종종 큰 화물트럭들이 지나다닌다. 


서천 천변길의 우안 도로는 월호교에서 잠깐 끊긴다. 도로가 끊길 뿐이지 여기서 직진하는 자전거길이 이어진다.  


이 서천 자전거길은 무섬마을 앞까지 이어진다. 영주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코스다. 우리는 무섬마을로 가지 않을 것이라 성잠교라는 다리에서 건너 도로로 나간다. 


무섬마을로 가는 갈림길이지만 무섬마을이 아닌 영주호로 가야 하니 무섬마을 가는 이정표를 무시하고 그대로 쭉 달리면 된다. 


그러면 작은 고개라 큰 의미는 없지만 납들고개라고 하는 작은 고개를 넘게 된다. 


납들고개 정상에서는 영주에서 안동 가는 기찻길 너머 산에 하얀 물줄기가 보인다. 영주댐 입구의 용혈폭포다. 산 위에 물이 모일만한 지형이 안 보인다. 역시, 인공폭포다. 


다리를 건너면 용혈 폭포 아래로 길이 이어진다. 


인공폭포라곤 하지만 이렇게 폭포 근처를 지나면 한 번이라도 더 쳐다보게 된다. 


용혈폭포를 지나면 영주댐이다. 댐은 물을 높게 막아놓은 벽이고 그 댐에 물이 고여 호수를 만드니 댐이 있는 호수로 가려면 항상 오르막길이다. 


올라가는 길에 영주댐을 볼 수 있다. 지난번에는 북후면에서 샛길을 따라 영주호로 넘어왔으니 정식으로 영주호 입구로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주호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으니 물을 아름다운 코발트블루 색이고 그 너머에 영주호 출렁다리도 보인다. 


이제 슬슬 쉬고 싶은데 영주호에서 쉴만한 곳은 평은면 읍내 밖에 없다. 평은면 면사무소 쪽으로 들어가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 공사 중이던 카페가 영업을 하나보다. 저기서 쉬기로 한다. 


영주호를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쉴 수 있는 쉼터가 생겼다. 영주호가 잘 보이는 자리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느긋하게 한참 쉰다. 이 카페는 디저트 메뉴가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마냥 쉴 수는 없다. 이제 집에 가야 한다. 영주호는 어느 방향이든 호숫가에 도로가 잘 되어 있다. 여기서 그대로 길을 따라 달린다. 


어디로 가든 봉화로 가는 길은 이어지지만 무난하게 내명교를 건너 신천교차로를 지나 석포에서 석포교를 건넌다. 어느 다리를 건너든 어느 길을 따라 가든 방향만 잘 잡으면 봉화까지 쉽게 갈 수 있는 길이다. 36번 국도가 넘어가는 이산교만 피하자. 


석포교를 건너지 않으면 더 무난하게 봉화역까지 이어지는데 안 가본 길을 골라본다. 다시 이팝나무들이 반겨주니 길을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봉화군으로 돌아왔다. 이제 주차해 둔 역까지만 가면 된다. 


마을길을 쭉 따라가니 915번 도로와 다시 만났다. 봉화 남쪽의 915번 도로는 봉화와 안동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라 차량 통행이 생각보다 많다. 


다시 봉화역으로 돌아와서 오늘의 자전거 타기가 끝났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코스였는데 화려하게 핀 이팝나무들 덕분에 더욱 즐거워졌다. 봉화는 북으로는 태백산맥이 지나가니 우구치나 마구령을 넘지 않으면 길이 없고 넘어가면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은 코스가 된다. 지난번에 백두대간 수목원 쪽으로 주실령을 돌아왔으니 이번이 딱 그 바로 옆 코스라 할 수 있다. 북으로는 부석사 근처부터 남으로는 영주댐까지 은근히 볼게 많은 코스라 초행이라면 일정을 넉넉하게 잡고 무섬마을에 들러도 좋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전거로 청송 한 바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