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함과 특별함 그 미묘한 사이
그 한 끗 차이
보이지 않는 감정이 사람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고 가는 것이 내 눈에는 너무나 잘 보였다. 출생과 죽음에 대해 현재 세계에서 정의해둔 여러 가설 외의 다른 가능성을 자주 상상해보기도 했고, 누군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나 문장에서 미묘한 속마음이 잘 느껴질 때도 많았다.
어릴 적 친구들과 여러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을 말할 때면 "너 진짜 독특하다. 난 그런 생각 해보지도 못했는데."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독특한) 생각이 많다.'라는 것의 장점이라면 어린 시절 '상상 그림 그리기 대회'나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많이 받았다는 점. 큰 사건 없이 사람의 감정 위주로 흘러가는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영화를 깊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고, 단점이라면 혼자만의 깊은 생각으로 두통에 자주 시달렸다는 점, 정형화된 집단 안에 있을 때 그 부조리함 들을 하나씩 뜯어보며 따지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삭혀야 한다는 데에서 오는 무기력함을 자주 느낀다는 점이었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 또 성인이 된 이후, 누군가 정해놓은 사회적 인식에 크게 반하지 않고 잘 순응해야 큰 갈등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거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유별난 깊은 생각을 자주 하는 내가 싫었고 이러한 나의 성향을 특이하다며 평가 절하하고 숨기기에 바빴다. 사회 초년생 때 입사지원서 속 성격을 표현하는 글을 쓸 때 어떤 집단이 좋아할 만한 표현, 즉 나라는 인간을 매우 긍정적이고 어떤 시련이 다가와도 금방 헤쳐나가고 잘 웃는 밝은 인간으로 표현한 날에는 커다란 씁쓸함에 우울하기도 했다.
유별나다고 생각해 그저 '예민', '과다한 감수성' 등으로 스스로를 정의하며 숨겨 두기만 했던 내 모습들을 '특별'한 것으로 인지하게 된 것은 글이란 걸 쓰게 되면서부터였다. 남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거나, 흘려들었던 이야기들일지라도 내가 평소 자주 생각하던 요소와 중첩되는 순간이면 머리게 삐리 삐리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누군가 붙잡고 미주알고주알 떠든다면 모두 질려 도망갈 것이 분명하기에 그 생각들로 머릿속이 터져나가기 전에 글로써 표현했다. 생각보다 나와 비슷한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고, 터질 것 같았던 생각들을 글로서 간결하게 풀어낼 때마다 희열을 느꼈다.
인간관계에서도 종종 내 특별한 모습들이 능력을 발휘하곤 했다. 처음부터 싸한 느낌이 들던 사람은 언젠가 내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뒤통수를 맞기 전 내 예민함의 기질을 펼쳐 큰 피해에 대한 방어를 하곤 했지만.
다소 거만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몇 번의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오, 나 좀 사람 보는 눈 생긴 것 같은데?', '적어도 나랑 맞는지 안 맞는 사람인지는 잘 파악하는 거 같은데?' 라며 스스로를 대견해하기도 했다.
어릴 적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항상 튀는 행동을 해 산만하다고 지적받던 지인이 성인이 되어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고, 미술 학원에서 당일 주제에 적합하지 않은 괴상한 그림만 그려대던 지인이 틀에 박히지 않은 작품들로 활동하며 특별한 화가가 되기도 했다.
또 독특한 색상의 옷들로 형언할 수 없는 괴상한 스타일을 추구하던 지인이 패션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고, 이곳저곳 독특한 펍들을 매일 같이 방문해 맥주를 마시며 놀기만 하는 줄 알았던 지인이 몇 년 뒤엔 독특한 스타일의 매장을 오픈하며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
특이와 특별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주로 '특이하다'는 부정적인 뜻으로, '특별하다'는 주로 긍정적인 뜻으로 사용되고 또 해석되곤 한다. 정형화되어있지 않아 특이하다며 비웃음 받았던 이들이 '특이함'을 '특별함'으로 변화시킨 모습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멋짐에 감탄하곤 한다. 동시에 나부터도 남들의 특별함을 특이하고 유별나다며 비웃고 손가락질 하진 않았었나 되돌아보고 반성해본다.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것만 아니라면, 남들과 다른 자신의 성향을 특이하다며 옥죄며 숨기는 것보다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며 특별하고 소중하게 여겨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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