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각방

당신의 숙면은 소중하니까

by 안나

결혼 7개월 차인 A와 나. 다툼의 횟수와 강도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언제 또다시 큰 폭풍을 맞이할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잦은 바람이 가끔 일긴 해도 대부분 햇살이 내리쬐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혼 극 초반, 잦은 다툼의 원인 중 하나는 서로의 잠버릇이었다. 부부가 되어 한 이불을 덮는다는 로망이 현실적 문제와 대립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A의 코골이와 나의 잠꼬대는 서로에게 수면 부족이라는 악영향을 끼쳤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대신 무거운 머리를 부여잡으며 피로에 찌든 퀭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A의 코골이는 내 귓속을 괴롭혔다. 귀마개를 여러 개 구매해 귀를 보호했음에도 폭탄이 떨어지는 악몽을 꿨고 굉음소리와 동시에 소리를 꽥 지르며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A 또한 나의 격한 반응에 놀라 함께 깨어났다. 잠에서 정신없이 깬 우리는 횡설 수설 하는 와중에도 각자 피해받은 억울함을 토로해내기에 바빴다. 나는 A의 코골이를 비난했고 A는 나의 잠꼬대와 격한 뒤척거림을 탓했다.


월요병에 시달리는 일요일 밤의 갈등은 평소보다 더 심했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할 것이 두려웠다. 눈 밑이 검푸르게 무르익어 갈 무렵, 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한다는 강박감에 깊은 잠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우리를 위하는 길이 맞는가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숙면의 방해와 그로 인한 갈등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의 애정전선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결론을 냈고 여러 대안을 시도한 끝에 간헐적으로 각방을 쓰기로 했다.


다음 날 개운한 신체 리듬으로 수입활동을 하기 위해 일요일부터 목요일 밤까진 서로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거리를 둔 공간에서 숙면을 취했다. 다음 날이 쉬는 날인 금요일과 토요일 밤은 늦잠 등으로 체력을 보충할 수 있었기에 이전처럼 한 공간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잤다. 검푸르게 퀭해진 눈 주위는 서서히 밝아졌다. 또한 숙면과 애정도가 비례 하 듯 애틋함과 작은 설렘을 더 자주 느꼈다. 체력적, 정서적으로 충전된 우리는 극도의 피로로 이성의 끈을 놓아 실언을 하는 대신 긍정적인 언어를 섞은 대화를 나누었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코를 골아! 스트레스받아! 시끄러워!" 라며 날카롭게 A를 쏘아 부치기만 하던 나는 "A는 코를 안 골고 나는 잠꼬대를 안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우리 둘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기 시작했다.


각방을 권장하려 이 글을 쓴 것은 결코 아니다. 수면의 질을 망치면서 까지 '부부니까 한 이불 덮고 자야 한다'를 고수하는 것을 지양하기로 했을 뿐.


오늘 아침, 코 고는 A 옆에서 최소 한 번은 잠에서 깨던 내가 한 번도 깨지 않은 채 깊은 숙면을 취했다는 사실을 깨닫곤 격한 감동과 기쁨에 휩싸여 "대박! 나 한 번도 안 깼어!"을 외치며 깔깔 웃었다. 까치집이 된 A의 머리가 유난히 귀여워 보였다. 반면 A는 내 잠꼬대로 인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퀭한 눈을 반쯤 뜬 채 고개를 연신 저었다. 나의 변화에 감동해 간헐적 각방의 종결을 제안하려 했으나 A의 소중한 숙면을 지켜주기 위해 잠시 보류해야겠다.






[이미지 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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