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_에세이 소설] 백수의 철학
백수가 가장 한가한 사람이지만, 가장 바쁜 사람이기도 하다. 한가한 시간에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백수가 되면서 사람들을 깊이 있게 만날 기회가 많아졌다. 시간적인 여유는 내가 다른 이들에게 더 집중하게 만든 계기가 된 것이다. 그중 백수와 비슷하지만 비슷하지 않은 사람인 ‘취준생(취업준비생)’을 만난 적이 있다.
백수가 가장 한가한 사람이지만, 가장 바쁜 사람이기도 하다.
31살이지만 취준생을 벗어나지 못한 남자 동생이 있다. 그는 취업 준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 준비도 겸하고 있다. ‘바리스타’이지만, 꿈은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다. ‘바리스타’ 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긴 하나, 그는 대기업에 들어가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주말에 카페에서 일도 할 수 있어요.” 그는 바리스타와 대기업 직장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를 3년 동안 지켜봤지만 아직도 취업준비만 하고 있다. 어느 날, 백수가 되고 몇 달이 지나서 나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요즘 뭐하고 지내니?”
“네 이제 상반기 원서 준비해야죠. 자소서(자기소개서) 쓰고 있어요.”
그는 당차게 말했다.
“음, 그래. 카페 일은 계속해?”
“네, 카페 일도 계속하죠.”
“입사 준비나 자소서 쓸 시간은 있어?”라고 나는 걱정스러운 투로 물었다.
“일주일에 주말이랑, 금요일만 일해서 괜찮아요.”
“그래, 대기업에 계속 원서 넣고 있어?”
“네, 그래야죠. 대기업에 가야지만 월급도 어느 정도 받고...”
그는 말끝을 흐렸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래, 작은 곳이라도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곳에 먼저 취업해서 경력으로 좋은 곳에 가도 괜찮을 텐데?”라고 나는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괜한 말을 꺼냈다고 생각했다.
“네, 근데 월급도 적고, 첫 발이 중요해서. 우선 대기업 위주로 원서를 넣어야죠.”
“그렇긴 하지.”
그에게 대기업이 답이다. 물론, 월급, 복지가 작은 기업보다 좋은 대기업이 모든 취준생이 가장 가고 싶은 직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력을 쌓았다면 이미 대기업 근처는 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은 회사라도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발전시킨다면, 그 3년이 공부를 하면서 돈을 버는 기회일 것이다. 내 생각은 그렇다.
반대로, 그의 생각은 다르다. 작은 회사는 우선 월급이 적고, 안정적이지 않다. 특히 작은 기업과 큰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와 주변인이 시각이 다르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면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고,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날 기회도 많으며, 이직을 할 때에도 더 나은 조건과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작은 기업은 이직할 때에도 힘이 들다. 이처럼, 첫 회사가 인생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작은 기업부터 시작해 대기업까지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간 이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다.
대한민국 많은 청년들이 생각하는 답은 후자이다. 물론, 후자를 선택하는 게 인생이 편하다. 내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작은 기업부터 시작해 대기업까지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간 이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드물다. 나도 퇴사를 하고, 또다시 입사를 하면 “어떤 기업에 원서를 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한 적이 있다. 나는 더 나은 기업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더 아래로 내려가야 할지는 모르겠다.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에 갈지, 아니면 더 행복할 수 있는 회사에 가야 할지는 백수 생활이 끝나 봐야 알 것 같다. 끝내 모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