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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바다시인 Aug 03. 2021

갑자기 교실 천장이 무너졌다

[감성 에세이] 광주광역시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를 보며

와르르. 초등학교 4학년 때 교실 천장이 무너진 일이 있습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제가 다녔던 시골 초등학교 천장은 여느 학교처럼 석고 텍스라는 건축 자재로 돼 있었습니다. 직사각형 하얀색 석고 텍스가 천장을 꽉 메웠죠. 그런데 그 당시 저희 교실 천장 앞 오른쪽 끝부분이 어른 양팔을 벌린 길이 정도 뜯어져 있었습니다. 금방이라도 석고 텍스가 교실 바닥으로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도 아이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에 공상을 즐겼던 저는 가끔 그 교실 천장이 제 머리 위로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상상을 해 보기는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 천장이 무너진 일은 가을쯤에 일어났습니다. 노란 단풍잎이 학교 정문을 가득 메우며, 장관을 펼칠 때였습니다. 오후 수업 도중, 천장이 앞부분부터 후드득 소리를 내며 떨어졌습니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있던 저는 반사적으로 재빠르게 복도로 대피했습니다. (전체에서 2등 정도로 복도에 나간 것 같네요.) 다른 아이들도 우르르 복도로 나갔죠. 다행히 천장 석고 텍스에 깔린 반 친구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죠. 바로, 임신한 담임 선생님 대신에 저희 반을 맡은 임시 담임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는 복도로 나가는 대신에 교탁 밑으로 몸을 피했습니다. 이 때문에 임시 담임선생님은 다치지 않았죠.      


그 일에 대해 임시 담임 선생님은 임신 중이셨던 담임 선생님이었으면 큰일이 날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만삭이었던 담임 선생님이 깜짝 놀라서 쓰러지셨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그해, 담임 선생님의 아기는 무사히 태어났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아기를 보러 관사에 놀러 가기도 했죠. (지금은 그 아기가 어딘가에서 잘 자라고 있겠죠.)      


몇 달이 지나고, 교실 천장은 말끔하게 수리가 됐습니다. 그리고 천장 시공업체 직원들이 찾아와 반 친구들에게 사과를 했죠. 모두에게 공책도 10권씩 줬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들이 줬던 공책을 찢어야 했죠. 공책으로 넘어갈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학교 측에서는 어떻게 대응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시골의 순진한 아이들은 공책을 받고 해맑게 웃었습니다. 누구도 다치지 않았고, 천장이 무너지면서 며칠간 수업을 안 했기 때문이었죠. 아마 그때 공책 한 권당 100원~200원 정도 했으니, 천장이 무너지면서 우리는 1000~2000원을 번 셈입니다.      


언젠가 점심에 있었던 일입니다. 회사 선배님이 점심을 사준다고 해서 회사 근처 식당에 갔습니다. 저는 ‘차돌 된장찌개’를 주문했습니다. 거의 밥을 다 먹을 때쯤에 차돌 된장찌개 속에서 엄지손가락 손톱만 한 철 덩어리가 나왔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차돌 된장찌개에 차돌박이 대신에 차돌이 들어간 줄 알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그 철 덩어리를 씹었다면 치아 몇 개는 부러졌을 것입니다. 식당에서는 미안한 나머지 2인분 점심값 18,000원 정도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때 저는 웃으며 “점심값 굳으셨네요”라고 선배에게 농을 했습니다. 솔직히 된장찌개에 쇠덩이가 나와서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 천장이 무너지고, 된장찌개에서 쇠덩이가 나올 수 있습니다. 큰 사고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갑니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는 마음에 쉽게 용서를 합니다. 그런 마음이 더 큰 사고를 일으키게 만드는 원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겪었던 일은 운이 좋아서 불행을 피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와우아파트 등의 붕괴가 운이 나빠서 일어나는 게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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