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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호 Dec 29. 2021

2021년을 정리하며 든 생각..(2)

2021년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며 든 여러가지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글을 적다 보니 또 길어져서... 두 번째 글 갑니다!




6.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가장 필요하고 또 가장 무서운 것은 예측 또는 추정(Assumption)입니다.

 예측은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기회를 발견하고, 투자하고 결과를 만들 때까지 예측은 빠져선 안 되는 중요한 요소이자 원동력입니다.

 그러나 잘못된 예측은 잘못된 맹신을 가져다줍니다. 서로 다른 정보 수준의 차이로 오해를 만들 수도 있고, 오해가 쌓여 갈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 전문성이 결여된 잘못된 예측으로 일이 진행되고 결과가 실패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결과적으로 서로를 탓하기도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 추정하는 일을 멈추면 안 됩니다. 대신, 추정을 위해 여러 각도에서 제품을 준비하고 빠르게 해결할 방안들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예측을 위해선 ‘어려움’으로 뭉뚱그릴 것이 아니라, 

해당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지(문제의 복잡성)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지금 난해한 부분은 무엇인지(문제에 대한 이해도)

를 확인하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7. 어려운 문제의 복잡함과 난해함은 다르고, 해결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우리는 복잡함과 난해함을 단지 “어려움”이라는 단어로 하나로 퉁쳐서 애매한 예측을 하기도 합니다.

“복잡함”은 예측할 수 없는 사항들이 많고 어떤 일들이 더 벌어질지 가늠하기 힘듦을 알고 있는 것이고,
“난해함”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정도가 낮아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함을 뜻합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어려움’으로 퉁치게 되면 이런 분리된 과정이 없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제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복잡함’은 복잡한 사항들을 단순화하며 문제를 해결해야하고,

‘난해함’은 지속적인 성공과 실패를 통해 인사이트를 길러나가야 합니다.

 물론 복잡한 문제는 쉽게 단순화되지 않죠. 난해한 문제도 인사이트를 단번에 도출해 나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결방법이 매우 다른 문제가 있음에도 “이 정도로 계산해 보면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예측을 하고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의 해결 방식을 노오력(야근, 크런치 모드, 열정, 인테그리티, 등등)이라는 말로 우선 덮어두고 진행하려 합니다. 그 결과, 또다시 예측이 틀렸다는 말을 하게 되고 또 틀린 예측으로 인해 릴리즈가 늦어지고 신뢰는 깨지게 됩니다.

 따라서, 제품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절차로 진행할지 결정하고 빠르게 확인하며 평가하고(복잡함을 해결하고),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난해함을 해결하는)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빠르게 실패를 확인하고 다른 일을 하든지, 시장의 평가를 잘 받는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8.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람만이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정보를 혁신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요소임을 잊지 마세요.

 문서화된 프로세스, 잘 설계된 프로젝트 관리 도구, 자동화된 솔루션, 저명한 선행 설계, 그 어떤 것도 우리가 하루하루 마주하는 제품관리만큼 복잡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프로세스, 도구, 설계가 자신의 주인인 사람을 능가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서로의 컨센서스를 맞추고 진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한 명의 인원이 제품에 대한  플래닝, 디자인, 개발, 마케팅, 운영을 모두 담당하고, 제품의 종료 시점까지 한 명이 운영한다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품이라는 큰 유기물을 혼자서 처음부터 끝까지 운영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 방법일까요?

 우리가 제품을 만들며 만들어진 조직 안의 관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관성을 버리기 쉽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있었던 환경에서 조직이 더 성장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내가 아는 개발 방법론이 가장 우월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다 구식 방법에 빠져 있어.”, “개발 방법론 같은 건 하나도 필요 없어 그냥 다 문서 보면서 자기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지”라고 이야기하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우리가 일을 잘하는 방법을 막고 있다는 것 잊지 마세요.

그리고 우리가 일을 잘하는 방법은 “내가 다 알아보고 왔는데” 보다는, “어떤 방식이 더 좋을까? 같이 고민해볼까?”에서 시작되는 것을 잊지 마세요.


9. 그런 컨텍스트에서 문서는 문서일 뿐, 프로덕트가 아닙니다.

 제품팀은 문서를 만들기 위해 있는 팀이 아닌, 제품을 만들기 위한 팀이므로, 문서를 완결 화 하기 위해서 노력하기보단,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소통해야 하고, 제품을 만들고 어떤 결정으로 제품이 만들어졌는지를 문서를 통해 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모든 것을 문서화 해야 해."라는 결정과 강박은 제품을 만드는 속도를 느리게 할 뿐만 아니라 좋은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보단 넘쳐나는 문서를 읽을 수 없고, 제품에 대한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 더 큰 혼란이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위에서 이야기한 상호작용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문서화할 것인지 약속하고, 적고 간결한 문서로 명확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누구 한 명이 만든 문서로는 서로의 이해가 부족할 수 있으니(제품을 다 표현할 수 없는건 당연하구요) 처음부터 같이 해야 하고 변화가 필요할 때도 같이 변화를 체감하고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10. 마지막으로, 우리는 회사라는 이익집단 안에 있는 일원입니다. 집단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고 또 도움받으세요.

 오늘은 기분이 좋을 수 있지만, 내일은 힘들 수 있듯, 이 조직이 더 멀리 가기 위해선 천천히 가더라도 같이 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전문성을 존중하되, 서로가 원하는 방향을 갈 수 있도록 서로에게 도움을 주세요.

 위에 “서로가 원하는 방향을 갈 수 있도록”이라는 말은 그냥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도록 해줘라.”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여있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인 “내가 속한 이익집단이 성장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가 일을 잘해서 성공하는 것” 이 최우선이고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개인적인 목표는 이익집단에서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이익집단이 성공할 수 있도록 각자가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서로의 달성 목표가 이익집단의 성공과 귀결될 수 있을지 확인하세요. 그게 아니다 싶다면 얼른 나랑 맞는 집단을 찾는 게 서로에게 좋은 방법입니다.




길고 긴 글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오늘도 오늘 하루 잘 보내시고요 또 빠르게 내년을 준비하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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