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질러!
드디어 3학기 실습을 마쳤습니다. 이번 실습에는 요도 삽관과 드레싱 교체도 여러 번 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실습 동안의 제 병원 일상을 적어보겠습니다. 12시간 근무일 줄 알았던 3학기 실습은 실망스럽게도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하는 day shift 였습니다. day shift는 evening shift와는 달리 몸이 좀 바쁩니다.
보통 시작은, 야간 근무를 했던 간호사들의 지난밤 병동의 모든 환우들이 어땠는지를 녹음한 것을 day shift의 간호사들과 한 자리에서 듣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파견된 저의 강사님께서 학생이 맡은 환우들을 소개합니다. 왜냐하면, 환우분께 이상이 발견되면, 퇴근할 때까지 담당 간호사들을 미친 듯 찾아가 보고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나선 vital signs을 재기 위해 배정받은 환우를 깨웁니다. 8시면 아침식사가 배달되기에 저는 이때 따뜻한 얼굴 타월을 준비해 잠을 깨우시게 돕습니다.
식판이 도착하면 환우분들에 따라서 음식을 완전히 먹여드리거나, 먹는 걸 도와드리거나, 아님 혼자 드시게 개인 식사 시간을 드립니다. 만일 세 번째의 경우라면, 이때 짬을 내어 vital signs을 graphic sheet에 차팅 합니다. 이와 동시에 정상 범위를 벗어난 체온, 맥박수, 호흡수, 혈압, 산소포화도, 통증이 있다면 담당 간호사를 찾아가 보고하고, focus chart에 DARP 노트를 합니다.
식사가 다 끝나면 다음엔 AM care가 시작됩니다. 이때가 보통 환우분의 몸에 이상한 점이 있는지 매의 눈으로 동시에 찾게 되는데요. 예컨대, 일회용 속옷 패드를 갈아드리면서 어제는 없었던 음부의 빨개진 피부 부위나, 뒤통수, 어깨, 팔꿈치, 등, 발꿈치 등등 뼈가 도드라진 부위를 자세히 관찰하며 욕창의 전조 신호가 있는지 찾습니다.
오늘 같은 경우, 환우분의 머리를 빗겨드리다가 오른쪽 귀 뒤로 딱딱한 물집 군집을 보았습니다. 주변을 살짝만 눌러도 아파하실 정도였고요, 아직 AM care 중이었기에 계속 관찰과 촉진을 한 후, 케어가 끝나자마자 담당 간호사를 찾아가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양의 darp 노트를 작성했지요. 뭘 그렇게 적었더냐 하시면... 이상 징후가 발견된 해부학적 위치와 크기, 성질, 통증 유무 등등 구구절절 적습니다. 차팅만 안 해도 제 일은 10배 정도 쉬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도 카테터 삽입이나, 드레싱 등등의 관리를 해야 할 것이 있다면 보통 AM care 중에 합니다. 전 아직 IV나 PICC 라인을 배우지 않았기에 이번 실습에서 중점을 둔 것은 그 부위의 피부 상태라든지 드레싱 상태였습니다.
AM care가 드디어 끝나면 환우분께 휴식 시간을 드리고 그동안 제가 한 일과 보고해야 할 점을 또다시 차팅 합니다. 왜 드디어냐면... 지금까지 배정된 환우분들께선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해, 자세만 바꾸는 데 한 사람 내지 두 사람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간호사나 환우 모두의 부상 방지를 위해 카덱스에 각각의 환우를 관리하기 위해 몇 명의 인원이 필요한지를 적어둡니다. 이렇다 보니, 같은 방에서 다른 환우를 케어 중인 조원에게 요청을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지연되기가 일쑤이지요.
그리고 나면 쉬는 시간이 옵니다. 이 즈음이면 이미 몸은 땀으로 젖어있고요. 전 아직 초짜라 이 쉬는 시간에 차팅 할 내용을 정리해 수첩에 적습니다. 사과를 와그작와그작 씹어 먹으면서요.
쉬는 시간이 끝나면 다시 환우분의 일회용 패드가 젖었는지, 대변은 보셨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환우분들의 혈액순환을 위해 침상에서 누운 자세를 바꿔드립니다. 예컨대, 등을 대고 누워 계셨다면 이번 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눕혀드립니다.
여기서부터는 각자의 재량에 달려있는데요, 요 시간대에 청진기를 들고 환우분의 조직 계통을 검사합니다. 심장 밸브 소리, 폐 소리, 9군데의 맥박, 혈관의 이상 소리, 손, 발톱 상태 검사 등등을 말이지요.(아는 만큼 보이겠지요?ㅋㅋ)
그간의 환우분과 달리 마지막인 오늘의 환우분은 폐, 손톱, 발톱, 맥박에 그간 제가 배운 모든 이상 징후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짧게 소개하자면, 오른쪽 중간 폐에서 rhonchi라는 소리가 날숨마다 들렸고요, 오른쪽 손의 손톱에는 clubbing 상태를 보았습니다. 여태껏 clubbing이 양손에서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배우게 되었네요. clubbing은 손톱이 보통 사람과 달리 곤봉 형태로 넓어진 상태인데요, 반갑지 않은 몸의 신호입니다.
발톱은 환우분께서 닿지가 않아서 그간 관리를 못 하셨다고 하는데요, 엄지발톱의 길이가 7센티 정도였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마지막으로 맥박은 애초에 환우분께서 A-fib으로 입원을 하셨기에 양쪽 맥박의 리듬이 균등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병원에서 관리 잘 받으셔서 건강하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무척 컸습니다. 어떤 때에 보면, 우리 몸은 강한 듯 약한 것 같아 새삼 각성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라면 국물은... 버려야 하는 게 맞.... 맞겠죠?
Cover Photo by Marcelo Leal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