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녕 Oct 02. 2023

오늘은 나이트

철야근무 중

현재 시각 새벽 2시 17분입니다. 오늘 배정받은 환우분들 현재까지 무-사-히- 주무시고 계십니다. 이전 일기에서 데이 근무가 어떤지 간략히 언급했다면, 나이트를 초 간략히 묘사하자면... 저녁 약 전에, 의사가 아니라 이 단어를 써도 될지는 모르겠으나, 회진과 동시에 잠자리에 들기 위해 환우분들의 패드를 (캐나다에서는 기저귀라는 단어를 인격을 손상시킨다는 측면에서... 제대로 배웠다면, 간호사들은 쓰지 않습니다.) 교체하고,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의 자세를 바꿔드리고, 통증 유무를 확인한 후, 저녁 약을 드리면 거의 반절의 일이 끝납니다. 


밤에는 낮과는 달리 매 시간마다 회진을 하며 환우분들이 숨을 쉬시는지, 불편한 곳은 없는지 좀도둑 모양으로 최대한 소음을 만들지 않고 방마다 들어가 확인합니다. 그리고 charting, charting, charting 끝도 없는 charting을 하지요.  


따로 쉬는 시간을 취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안정된 철야가 있는 반면, 두 분이 동시에 돌아가시는 벅찬 근무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단락을 쓰는 중인 지금은 2시 40분이고요, 느낌상 오늘 돌아가실 분은 없으십니다. 


호스피스인데 당연히 돌아가시는 게 불 보듯 뻔하나, 매번 임종을 맞는 환우를 보면 적응이 안 되는 새내기 간호사입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돌아가시기 전 환우들은 의식이 없습니다. 이름을 부르거나, 만져도 반응이 없으시지요. 이런 상태가 1주일 지속될 수 있고요, 아님 하루 만에 상태가 악화되셔서 바로 임종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https://healthjade.com/mottled-skin/

무의식과 동시에 혹은 서서히 발부터 mottling이라고 하는 피부가 얼룩덜룩한 상태가 진행되는데요, 이 또한 개인차가 있어서 아예 모틀링이 없을 수 있습니다. 


피부 색조도 창백해집니다.


다음으로 호흡입니다. 단순히 숨을 안 쉬는 것이 아닌, 젖은 호흡인지 아닌지, 만일 기라면 호흡이 수월하도록 피하지방으로 점액을 줄일 수 있는 약을 드립니다. 환우 입장에서도 숨 쉬는 게 가쁘면 의식이 없더라도 불편하실 테니까요. 환우들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도 괴로워하기는 마찬가지라 scopolamine이나 glycopyrrorate 필수입니다. 


또한 무호흡이 감격이 점점 더해질 수 있어요. 어떤 환우는 30초가량 무호흡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시다가 가셨어요. 이런 호흡을 cheyne stokes 호흡이라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언급한 모든 신체적 신호가 전형적으로 나타나시는 분들이 계시면 일사철리로 가족분들께 먼저 연락을 해, 호스피스로 최대한 빨리 오시라고 말씀드립니다. 


불행히도 항상 가족들이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 마음이 안 좋습니다. 며칠 전, 말기 신장 암을 앓고 계신 환우는 회진 중에도 발견하지 못했을 정도로 신체적 신호가 없으셨는데, morphine을 드리려고 들어가 보니, 이미 돌아가셨어요. 황망하지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이 단락을 쓰는 시각은 4시 11분입니다. 보통 새벽 3시부터 4시가 제일 졸립니다. 급작스럽게 상태가 악화된 환우가 없으시다면요... 이럴 땐 moda? 졸린 순간을 즐기면 됩니다. 경이로운 존버,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하면서 말이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으규으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