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느끼지만 참 영민한 아티스트입니다.
< THINKING > 2부작이 심심했기에 지코의 작법이 고착화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초부터 '아무노래' 한 방으로 2020년을 지배했습니다.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의 미래를 예언한 듯, 즐거운 홈 파티 속 우울한 표정으로 일관하다 본인의 바이브에 맞춰 몸을 흔드는 지코의 모습은 2020년이 기억해야 할 상징적인 순간입니다.
흔히 이 노래의 흥행을 다룰 때 '틱톡 바이럴'의 히트를 설명하지만 그 이면에 '그럼 왜 이 노래가 틱톡으로 성공했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틱톡은 바이럴 히트를 만들어주는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노래가 바이럴 히트에 적합한 곡인지 검증해주는 일종의 테스트 플랫폼의 성격이 짙습니다. 누구나 틱톡 히트를 노리고 간결한 비트와 반복하기 쉬운 훅, 따라 하기 좋은 멜로디와 쉬운 춤사위를 접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빚어 대중이 납득할만한 (또는 쉽게 따라 할 만한) 곡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100% 아티스트의 재능에 기초합니다.
여기서 아티스트가 2차 창작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정한 '덕질'과 다양한 콘텐츠 생산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1차 창작이 그 요소들도 고려하는 동시에 판만 깔아주고 빠지는 균형 감각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아무노래'는 그 최소한 + 최대한을 둘 다 잡은 곡이었죠. 홈파티, 혼술, 혼코노, 나 혼자 산다, 일반화된 '혼자'의 감성에 흥을 불어넣고 '혼자 신날 수 있는' 틱톡으로 홍보. 거듭 느끼지만 참 영민한 아티스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