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생각을 냉장고에 넣는 방법
우리의 생각도 이처럼 차갑게 식힐 수 있다면
예전에 ‘00을 냉장고에 넣는 방법’이라는 재치 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00에 해당하는 존재는 대부분 냉장고보다 훨씬 큰 부피감을 자랑하는 동물들이다. 코끼리, 기린, 사자 등등. 그런데 만약 이런 동물들이 아니라, 우리가 머리를 싸매는 복잡한 생각들을 냉장고에 넣을 수 있다면 어떨까? 냉장고에 동물들을 넣어봐야 별 효용은 없지만, 적어도 냉장고에 생각을 넣어둔다면, 차갑게 식혀서 복잡한 심정을 가라앉게라도 해둘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후회들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을 텐데.
그래서 나는 복잡한 생각을 냉장고에 넣기 위한 방법으로 겨울밤 산책을 즐겼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살을 에는 추운 겨울이면 나는 내 우울을 동반자 삼아 밖을 나섰다. 나의 우울을 마치 빔프로젝트를 통해 투사하듯이 비출 수 있다면, 그 모습은 필시 겨울밤 산책로일 것이다.
겨울밤 산책과 우울은 닮았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도, 홀로 생각을 곱씹고 있다는 점도, 날카로운 바람이 뺨을 스치듯이 나의 마음에 그어진 우울의 흔적이 닮았다. 그래서인지 항상 나는 겨울과 밤을 기다려왔다. 겨울밤이 다가오면 나는 적당히 따뜻하게 옷을 입고선 장갑은 끼지 않은 채로 맨손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그리곤 맨손이 빨갛게 얼어 감각이 무뎌질 때까지 앞을 향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