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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침대맡이야기꾼 Oct 27. 2019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과연 어디서 오는걸까?

얼마 전 한 뉴스에서 기자의 시선으로 본 세상이라는 주제로 멧돼지를 사냥하는 사냥꾼들을 기자가 동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유해조수(인명, 가축, 농작물 등에 피해를 주는 동물)로 지정된 멧돼지라지만 여러 마리 개를 풀고 여러 명의 전문 사냥꾼들이 사냥총을 들고 사냥을 하는 장면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TV를 보는 시간에 적합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멧돼지를 사냥하는 장면이 방송된 것은 지금 대한민국 축산농가를 떨게 하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 때문이다.


그런데 점점 멧돼지뿐만 아니라 애꿎은 야생 고양이까지 뉴스에 언급되기 시작했다. 야생 고양이들이 축사를 옮겨 다니면서 병을 옮긴다는 뉴스에 경기도 일대 모든 고양이와 멧돼지를 죽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하루 이틀 돌더니 얼마 전엔 돼지열병이 돌고 있는 북한의 축사에서 방류한 물을 돼지가 마시고, 감염됐다는 소식도 들렸다. 이쯤 되니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인가 싶기도 하고(실제로 빈대나 진드기, 곤충이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정부에선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는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어떤 병인가?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주로 이미 감염된 가축 돼지나 야생 멧돼지 등 숙주와의 접촉, 또는 바이러스가 들어있는 음식과 수분의 섭취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염된 돼지는 피부가 괴사 하고, 출혈이 생기는 등의 증세를 보이다 치사율 100%로 사망하며, 가장 심각한 것은 근처에 함께 사육하는 돼지들도 모두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 함께 매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번 퍼지기 시작한 지역은 한 동안 돼지를 사육할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되고, 피해보상과 사후 처리비용, 돼지고기 가격 폭등과 같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된다. 우리보다 먼저 돼지열병이 유행한 중국이나 동유럽의 국가들을 보면, 여러모로 사활을 걸고 막아야 하는 무서운 전염병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이웃나라 중국이 이 전염병으로 홍역을 치를 때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철저한 준비를 하지 못한 듯 보인다. 아니 심지어는 외국의 사례에서 배운 것이 없어 보인다.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축산 농가를 봉쇄하고, 조금이라도 전염병을 옮길만한 요소들은 다 제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병에 감염된 돼지로 만들어진 수입육 잔반을 다시 돼지가 먹어서 감염되기도 하며, 심지어는 감염 지역 이동 차량의 타이어에 바이러스가 묻어 다른 농장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도된다. 게다가 이제는 처음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는 발견되지 않던 바이러스를 가진 멧돼지 사체가 발견되고 있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처음 확진이 난 후, 동물단체에 의해 알려졌듯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농장의 돼지들은 '안락사 후 매장'이라는 법이 있음에도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생매장되기도 한다. 이는 대량으로 매장한 가축의 사체가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이슈를 넘어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춘 선진국에서 일어나기엔 후진적인 모습이다. 인간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 생겨난 공장식 축산에서 구제역이나 사스(SARS), 아프리카 돼지열병과 같은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은 어쩌면 통제하기 좋게 만든 공장식 시스템이 도리어 인간에게도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벨기에나 스페인처럼 농가당 사육두수를 줄이고, 급여되는 사료나 환경의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한 역학조사와 같은 주의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며, 나아가 애꿎은 멧돼지나 고양이를 탓하고 죽이기 전에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로 서로 공격하지 못하게 태어나자마자 이빨을 뽑고, 꼬리를 자르는 등의 생산성과 이익 위주로 양돈을 하는 축산 농가의 돼지가 살아가는 환경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법이나 제도로 만들어 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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