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출근 대신, 여행

출근길에 호로록 읽어버린 책. 인도 동행 여행자의 첫 출판

by 윤여름

방멘은 지난 1월 22일부터 2월 2일까지 '카페 허쉬드'라는 갤러리 카페에서 전시를 했었다.

퇴사하고 네 달 동안 떠난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으로 전시를 하고,

그곳에서 써 내려간 글 들로 <출근 대신, 여행>이라는 근사한 책을 냈다.

사실 그가 책을 내겠다고 했을 때 많이 걱정했으나

결과물을 받아보고 나니 '역시 방 BM은 방 BM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IMG_3847.JPG?type=w773
IMG_3871.jpg?type=w773
IMG_3858.JPG?type=w773
방멘의 전시장에 방문한 인도 여행 동행자들

어영부영 명절이 지나고 호된 감기가 찾아왔다.

정확히는 인두염이라는데 목이 다 붓고 머리가 어지럽고 콧물이 줄줄났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받은 약은 심장이 뛰고 잠이 잘 수가 없었다.

겨우 새로 처방받은 약을 먹고야 잠들 수 있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좀 나아졌다.

택시 대신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컨디션에 감사하며

어제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 둔 <자존감 수업> 대신에 <출근 대신, 여행>을 집어 넣는다.

IMG_3939.JPG?type=w773

하루 쯤은 번쩍거리며 눈을 괴롭히는 스마트 폰 대신에

출근 길에 책 한 권을 읽는 낭만을 가져보면 어떨까?

실제로도 스마트 폰 대신에 한 손에 쥐기에 알맞은 사이즈로 잘 뽑았다.

비좁은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기 딱 좋았다.

IMG_3941.JPG?type=w773

<출근 대신, 여행>은 방멘이 여는 글에서 하던 얘기와 일맥상통하게도

아름다운 여행지를 실감나게 묘사하는 미사여구나 사진,

여행 꿀팁이 담겨있는 대단한 책은 아니었다.

그가 제목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본인이' 출근 대신 여행을 택했다 - 겠지만

'독자'로서 느낀 바는

내가 비록 지금 출근은 하고 있지만

출근 대신 여행지에 있는 것 같다- 였다.

대단히 감성적이어서 취향을 타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지의 환상을 심어주는 책도 아니었다.

다만,

물결처럼 잔잔하게

일상적인 나의 출근길을 여행길로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IMG_3938.JPG?type=w773
IMG_3942.JPG?type=w773

'뭐가 안되냐', '가뜩이나 얇은 다리를 가지고 있는 나는 주저앉을 뻔했다.'

책 속에서 이따금씩 나타나는 그의 매력은

퍽퍽한 출근 길 지옥철 모퉁이에 서있는 나를 빵터지게 했다.

마치 엄청난 절제를 하며 책을 쓰다가도

그의 본모습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문구 말이다.

IMG_3940.JPG?type=w773

특히 여행지에 대해 세심하게 설명해 놓은 페이지가 좋았다.

이런데서 방비엠의 디테일이 나온달까..?

비록 그것들이 모모백과에서 가져온 이야기라 할지라도

낯선 여행지 이름과 그 역사에 대해 알게 되는 것과

모르고 그냥 지나치게 하지 않는 것, 별도로 검색해보게 하지 않는 것은

작은 요소지만 그가 아니라면 생각해내기 어려운 배려라고 생각한다.

SE-57a3761c-06f7-4916-b5c0-e2646d840390.jpg?type=w773

그 외에도

그의 책에 내 이름이 두어번 등장하는 것,

그가 써내려 간 이야기들이 생전 처음보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있었던 그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것,

시시때때로 서로 다른 곳을 여행할지라도

같은 시간에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위로와 응원이 됐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IMG_3945.JPG?type=w773

내 자리의 배경 화면은 몇 개월 째 훈데르의 쌍봉낙타와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저 뒤에 마치 이 광경이 재미있다는 듯

치아를 환히 보이며 웃는 지미와

왼쪽 구석에 한쪽 팔과 다리만 걸친 민정언니까지.

그날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준다.

여기에 오늘 아침, 방멘의 책까지 더해지니 더할나위 없구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