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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 Jan 03. 2024

운동을 하면서 드는 생각들

지금껏 운동을 취미로 즐겨 왔지만, 돈을 많이 투자해서 배워본 적은 많지 않았다. 뾰족한 계기가 있다보다는 서서히 체력이 나빠지는 기분이 들어서 새해 목표 중 하나로 실행에 옮겼다. 그래서 지난 3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PT를 시작했다. (3개월 PT 후기는 이곳에서 읽어볼 수 있다) 근육량 자체를 늘려보려는 욕심도 있었고 운동 자체를 잘해보고자 하는 욕심도 있었다. 나는 승부욕이 있는 편이라 한 번 시작하면 어느정도는 잘 한다는 수준까지 무언가를 갈고닦고 싶어하는 편이다.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단순히 헬스장에만 많이 간다던지, 운동은 안하고 단백질 음료만 요란스레 챙겨먹는다던지 해서는 근육량이 잘 늘지를 않았다. 원리가 무엇일까 계속 고민했다. 요즘 생각하는 원리는 단순하다. 인터넷에서 운동의 3요소라고 하는 "운동", "영양", "휴식" 이다. 


운동을 단순히 배우거나 즐기는 목표라면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하지만 체력이 좋아지고 싶다는, 턱걸이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근력을 기르는 목표에는 어쨌든 근육량의 증가가 필요했다. 근육량의 증가가 목표라면 근육에 부하를 주어서 상처를 내고 근육이 자라날 수 있을 만큼 영양을 잘 공급하고 몸이 잘 회복할 수 있게 적당량 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영양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는 영양, 먹는 일에 소홀한 편이었다. 덩치가 큰 편이라 기초대사량이 어마어마하고, 운동한 날 소모한 만큼 채울려면 정말 많은 양의 영양을 섭취해야 한다. 하루에 최소 2500칼로리 이상은 섭취해 주어야 체중이 줄지 않는다. 나에게는 이 일이 힘들었다. 사실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근육량을 빠르게 늘리고 싶으면 밥도 그만큼 먹어줘야 했는데 참 쉽지 않았다. 이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은 운동에만 국한되는 것 같지는 않다. 정신도 비슷하다. 사람이 뭐든 새로운 것을 읽고 남의 생각을 듣고 해야지 지식이 성장한다. 마음도 비슷하다. 계속 다른 이에게 내 마음을 써서만은 건강한 관계가 유지되기 힘들다.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것은 운동을 열심히 하고 밥을 왕창 먹는 것처럼 마음을 잘 주고 또 잘 받는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운동

운동의 원리가 단순히 운동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근육의 움직임은 수축과 이완으로 나뉜다. 수축은 근육의 길이가 짧아지는 것을 뜻하며 자극을 받아 일어난다. 쉽게 생각해 보면 덤벨을 팔로 들어올릴 때 평소에 길게 늘어나 있던 팔 근육이 짧고 굵어져서 팔이 살짝 튀어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완은 반대로 팔이 팽팽해지지 않고 축 늘어지는 느낌이다. 헬스장에서 내가 뭘 하고 있나 보면 대부분 뭔가 밀거나 당기는데 이 때 계속해서 수축 이완을 반복한다. PT 수업을 호되게 듣고 나면 이제 근육이 수축도 이완도 잘 되지 않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진다. 운동을 시작한지 6개월 정도만 해도 수축하고 이완한다는 감각이 별로 없었다. 그냥 눈앞에 보이는 것을 밀고 선생님이 당기라니까 당기고, 버티라니까 버티는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근육이 조금 자라나서 힘을 줄 수 있게 되자 내가 이 근육을 수축시키고 있구나. 턱걸이를 비유하자면 광배근과 이두 승모근의 길이를 줄이고 있구나 이런 느낌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했다. 이완은 그 반대다, 수축이 있다면 쭉 다시 늘려주어야 근육이 다시 수축할 수 있다. 운동의 목표에 따라 조금 수축하고 조금 이완하는 운동법도 있겠지만, 아직 내가 훈련하는 방법은 최대한 수축하고 최대한 이완하는 방식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삶의 많은 부분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긴장하거나 집중하면 자기도 모르게 몸이 경직된다. 그러니까 근육의 수축이 일어나는 셈이다. 사람이 계속해서 긴장만 한다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농담이고, 분명히 그런 사람은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이 수축했으면 이완하게끔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나트륨이 결합 이런 과학적인 원리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내가 운동에서 배운 것은 그랬다. 


이완이 그냥 긴장을 푸는 행위라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틀릴 수도 있는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빠르게 수축 했다가 이완할 때 집중하는 것 또한 좋은 운동 방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등 운동할 때 이완할 때 근육의 긴장을 잡고 가라고 배우고 있다. 그러니까 크게 보면 이완은 쉬는 것이 아니라 수축을 위한 의식적인 과정인 셈이다. 회사생활도 그렇다. 일을 잘하시는 분들은 이런 긴장과 이완을 의식적으로 잘한다. 집중할 때 집중하고 놀 때 놀자는 말이 지금은 조금 다르게 들린다.


휴식

근육이 찢어지면 우리 몸은 상처를 회복하면서 조금 더 커지게 된다. 이 때 회복하는 과정이 원활하지 않으면 그저 이전과 같은 정도에 머무르거나 잘 회복하지 못하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운동을 통해서 어든 상처가 난 셈이기 대문이다. 나도 이런 시기가 있었는데 들 수 있는 무게도, 인바디도 좋아지질 않으니 무작정 헬스장에 많이 나왔는데 또 그런다고 운동이 잘 늘지도 않았다. 어쩌면 그 때는 운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회사 생활에서 '휴가' 라는 것이 있다. 내가 다른 것은 잘 했는데 유독 '휴가'는 잘 못쓰는 편이었던 것 같다. 적당히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니까, 아니면 일을 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겹쳐서 휴가를 제 때 쓰지 못하는 일이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쉬는 법을 더 잘 연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최근 오래 쉬면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마치며

아주 욕심만큼 운동이 늘지는 않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운동을 하는 과정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몸에 관심을 주는 이 과정에 더 중요하구나 싶다. 참, 지난 글에 다짐한 턱걸이 1개는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ㅋㅋㅋ 하지만 많이 나아져서 곧 올라갈 수 있지 않나 싶다. 올 해의 새로운 목표는 턱걸이 1개 넘어서 10개까지 하는 것. 한계를 넘어보는 시도! (네 라임 맞습니다) 처음 운동을 시작할 때는 예상치 못했지만 운동을 계속 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앞으로도 요런 깨달음을 인간관계에서, 삶의 다른 부분에서 잘 응용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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