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카츠 씬 변화의 시작 '카츠카레'
최근 1년간 가장 핫하게 상향평준화된 메뉴를 들자면 돈카츠다.
기존에 삼청동 긴자바이린이 수준높은 돈카츠를 보여줬지만, 최근 보란듯이 정돈, 카와카츠, 콘반 등등 신생업장들의 퀄리티가 가뿐하게 그 위로 올라왔다. 고기의 부위와 두께, 튀겨내는 템포, 튀김옷의 상태까지. '어떻게 한 순간에 이런 집들이 늘어났을까..' 은혜롭게 느껴지는 한 편, 어느순간 더 이상 신생업장들에 대한 기대가 없어졌다. 상향 평준화 된 예상되는 맛에 물려버린 까닭이다.
이럴때면 으레 기다려 지는 것이 변주와 킥이다. 옥동식에선 하루였지만 라드에 튀겨낸 고소한 돈카츠에 묵은지를 올려버렸고, 성수동에는 카레를 접목시키는 집이 생겼다. 지금 소개하는 카린지다.
가오픈때 초대받아 지루한 돈카츠 사춘기를 벗어날 기회가 되었다.
빵가루에 신경을 쓴 티가 많이 나는 카츠에서는 고소함이 강하게 풍긴다. 고소함과 잘 어울리는 맛은 단연 신맛이다. 그 밸런스를 닭육수베이스의 토마토커리가 맞춘다. 영리한 조합이다.
돈카츠는 소스에서 고민이 많이 묻어난다. 야채를 많이 써서 만들어낸 단맛과 살짝 느껴지는 신맛. 이 시남ㅅ이 단독으로 나온 카츠에 보조를 마춘다. 소스는 따로 싸서 더 먹어보고 싶을 만큼. 이 집의 킥 중 하나로 손색없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인스타그램에 도배될 메뉴는 아마도 이 드라이커리가 될 것이다. 위에 올라간 계란을 보면 먹는 룰이 보인다. 1/3정도는 가볍게 계란 없이. 나머지는 계란과.. 라는 암묵적인 룰. 다소 짜게 느껴질 수 있는 드라이커리는 아보카도, 그리고 계란과의 조합에서 빛을 낸다. 덜 짜면 오히려 맛의 재미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 그리고 이 메뉴는 아주 약아서 인스타그램에 올려달라고 비주얼로 어필한다. 업주의 입장에선 힘주지 않아도 잘 크는 자식이 이런 애들이다.
메인 음식 외에, 눈길을 끌만했던 건 위에 언급한 돈까스 소스와 오른쪽 아래있는 가지다. 가지를 스미소에 절여서 내어주는데, 밥이 뜨거울 때 얹어먹으면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할 킥이다.
과거 이베리코와 버크셔K 근고기를 잘굽는 서버가 구워주면서 목삽겹의 상향평준화가 급격히 진행됐던 기억이 있다. 이 때도 지겨워질 쯤 명이나물을 킥으로, 멜젓을 찍어 굽는 변주로 개성을 잡는 집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한 단계 재밌는 맛들이 나왔다.
카린지가 앞으로 돈카츠와 어울리는 또 어떤 커리를 보여줄지 기대가되는 한 편으로, 돈카츠씬에 어떤 킥과 변주들이 나타날지 흥미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