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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지의 Jul 14. 2019

#9. 쿠시아게의 품격 '아게바'

카리스마 있는 쿠시아게 오마카세

아게바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쇼군의 갑옷
아게바 다찌 전경

쇼군의 갑옷. 꺾임이 없는 일직선의 스테인리스 다찌. 한가운데 자리잡은 황금색의 튀김후드. 무언가든 정면돌파 해올 것 같은 컨셉이 차갑고 카리스마있다. 이 차가운 공간에서 뜨거운 쿠시아게가 나온다는 점이 이미지 충돌을 일으켜 자연스레 상상력을 자극한다. 확실히 뭔가 준비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않는 이 공간은 착석 전부터 매력적이다. 


당일 튀겨질 재료들

셋팅부터 그 자신감의 이유는 유감없이 드러나는데, 우선 당일 오마카세로 나올 재료들을 먼저 보여준다. 첫인상에 클래식함이 지배적이라 이 재료들을 먼저 보여준 이유가 재료 신선도를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비주얼보단 맛으로 승부보겠다는 의지로 생각했다. 물론 보기 좋게 그 예상은 빗나갔고, 후반부에 비주얼챙긴 쿠시아게들 덕분에 눈까지 호강했다. 



이제 본격적인 식사 셋팅. 먼저 쿠시아게가 놓여지는 곳에 깔려진 호밀방석. 호밀은 갓 튀겨낸 쿠아게의 기름을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자세히 보면 서빙되는 꼬치의 방향이 제각각인데, 그 이유가 있다. 앞에 놓여진 4개의 기본소스 중 어떤 소스가 잘 어울리는 지에 맞춰 꼬치의 방향을 셋팅하는 섬세함을 보여준다. 좋은 음식을 내기 전, 섬세한 응대는 어디까지 가능할지 고심한 흔적이고, 이게 자신감의 근거였다고 눈치채고나면, 이제 앞으로 나올 코스에 집중할 일만 남는다. 

 

히야시 토마토

코사카(아게바는 코사카에서 하는 쿠시아게 오마카세 전문점이다)는 미소를 적재적소에 잘 넣는다면, 아게바는 시소를 그렇게 이용한다. 6피스 정도 먹고나면 클렌징 용도로 히야시 토마토를 내어준다. 



한치와 시소마끼를 튀겨내고 위에 우니와 오세트리아 캐비어를 올린 쿠시아게


개인적으로 이 친구가 베스트였는데, 튀김속 참복 상태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위에는 안키모(아귀 간)와 무를 다져서 올렸다. 

 


투뿔 한우를 튀겨내고 위에는 푸아그라. 그리고 또 그위에는 화이트트러플 오일을 같이 뿌려주어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연어를 튀기고 이꾸라를 올렸는데, 이꾸라를 훈연해서 준다는 점이 독특히다. 통상 이꾸라가 톡톡 터지는 심감이 개성있고 짠맛도 강해서 여타 재료와의 조화를 이룬다는 느낌을 잘 못받는다. 그런데 훈연을 시켜놓은 탓에 짠맛과의 밸런스가 좀 생기는 느낌이다. 실험적인 시도였고, 성공적이었다고 생각되는 변주다. 


 

워낙에 유행하는 조합이라 빠질 수 없다. 전복술찜에 내장소스. 담음새가 코사카스럽다. 



체다치즈를 부부아라레로 튀겨낸 후, 프로슈토와 딸기를 올렸다(당시 5월). 체다치즈보다는 까망베를 조합이 더 낫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의견을 전달했다. 통상 주제넘게 이런 의견을 잘 전달하진 않으나, 가오픈에 초대받았으니 .. 솔직한 코멘트에 대한 압박으로 튀어나왔다. 



쿠시아게가 메인이라 일단은 꼬치 위주로 공유를 했는데, 중간에 따듯한 우동이 한 그릇 나온다. 고토섬 특산면으로 만든 우동이다.(해당 메뉴들은 시즌마다 변화가 있다) 코토면은 타쿠미곤 권오준 셰프님이 종종 내어주셔서 알고 있는데, 최근에 카나에를 비롯하여 코사카까지 타쿠미곤 출신의 셰프님들이 내어주시니 또 친근했다. 고토면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일본 5대 면 중 하나다. 



담당 소믈리에 분 덕분에 잘 어울리는 위스키로 페어링이 가능했다. 특히 소믈리에 분이 고기에 대한 설명을 정말 해박하게 해주셨는데, 알고보니 예전에 본앤브레드에 계시던 분이라고 한다. 


모리오카 냉면
오차츠케

식사는 모리오카 냉면과 오차츠케 두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론 오차츠케가 좋았다. 콘부즈메한 광어와 훈연한 이꾸라가 밥과 같이 들어있는데 괜찮은 조합이다. 


지난 2년간, 하이엔드 쿠시아게 오마카세는 쿠시마사가 독보적으로 이끌어 왔었다. 다만, 예약 시스템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한 아쉬움도 같이 갖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쿠시마사와 경쟁할만한 업장들이 하나 둘 씩 보이기 시작하면서, 해당 카테고리가 조금은 더 대중화(?, 가격을 제외하고) 된다는 느낌이다. 


앞에서 쿠시마사를 소개한 바 있어, 이 두 업장을 간단히 비교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1) 음주


주류를 페어링하기에 분위기는 아게바가 훨씬 나았는데 전문 소믈리에의 서빙도 한 몫을 했겠지만, 스테인리스 바가 주는 금속성이 위스키나 와인과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을 준다. 


2) 변주


아게바도 클래식함을 좀 내려놓고 다양한 재료들을 조합해가며 변주를 줬는데, 아직 쿠시마사의 창의성을 따라가긴 힘들어 보인다. 연구의 차이도 있을거고 쿠시마사는 특유의 아마추어리즘이 있어서, 비유하자면 좀 길거리 파이터같은 재료 사용이 있다. 오히려 이정도의 컨셉차이는 서로 유지하는 것도 다양함에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이다.


3) 분위기 


쿠시마사는 공간이 아담해서, 왁자지껄함을 연출하기엔 부담스럽다. 아게바는 공간이 시원시원해서 모임하기에 더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데이트를 한다면... 그래도 쿠시마사, 친목이나 귀빈 대접엔 아게바인 것 같다. 



결론적으로


클래식하고 카리스마 있는 공간에서, 그 무거움을 벗겨내는 자유분방함이 돋보이는 오마카세 코스였다. 코사카 3층이란 걸 상기시키는 특유의 섬세한 터칭들이 아게바를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코사카에 비하면 아직 컨셉의 완성도가 아주 살짝 아쉽지만, 아직 가오픈 기간이니 만큼 더 자리잡아가는 것에서 더 기대를 갖게되는 집이었다. 


*글을 정리할 때가 5월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월인 지금 컨셉적으로 더 큰 완성도를 갖추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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