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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아 May 14. 2019

부여에서 가장 힙한
카페로 되살아난 요정.

자온길 공간 스토리 ② 수월옥

작가의 잔에 차를 마신다.작가의 잔에 차를 마신다.

각 건물의 변화도 다시 비교해 볼까요?각 건물의 변화도 다시 비교해 볼까요?

수월옥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처참한 모습이 아직 기억에 선합니다. 동네 어르신의 소개를 받고 가 보니 길가에 흉물처럼 방치되어 있는 건물이 있었어요.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예전 작은 술집이였다던공간은 앞쪽이 아예 시멘트 벽으로 막혀 있어서 안을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천막 비닐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어서 들어가 볼 수도 없었고요. 화재가 났었고 오랜세월 방치되었다고 동네 어르신께서 알려주셨습니다.

현재 수월옥은 두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있는데 양옥과 한옥이 나란히 있고 그사이에 마당이 있는 구조입니다. 너무 재미있죠? 처음 이집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던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왼쪽 집은 양옥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은 너무 열악했던, 날림으로 지은 듯한 모습이었어요. 이쯤에서 예전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겠죠? 너무나 아름다운 수월옥, 전엔 어땠을까요.

도예가의 잔을 골라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수월옥입니다. 수월옥은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건물이 나란히 있는 형태로, 원래는 다른 주인의 다른 공간이였던 두건물을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전통도자에 아메리카노,

부여의 뉴웨이브 수월옥


 


도예가의 잔을 골라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 수월옥입니다. 수월옥은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건물이 나란히 있는 형태로, 원래는 다른 주인의 다른 공간이였던 두건물을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하나의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수월옥 카페에서는 원하시는 잔에 차를 내어 드리고 있습니다. 청자, 백자, 분청, 진사, 청화백자 등 아름다운 전통 도자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청자에 아메리카노 주세요.', '진사에 녹차라떼 주세요.' 하며 주문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 전통을 보다 즐겁고 예쁘게 접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수월옥에 다녀가시면 전통공예를 조금 더 알게 되고 애정을 갖게 되고, 그 가치를 알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수월옥을 오픈한 후, 이 작은 마을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답니다. 규암에서 절대 볼 수 없었던 풍경들을 볼 수 있게 된 거예요. 인스타그램에 #수월옥 검색만 해보아도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어요. 궁금하시다면? 자온길로 놀러 오세요!





현재 수월옥은 두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있는데 양옥과 한옥이 나란히 있고 그사이에 마당이 있는 구조입니다. 너무 재미있죠? 처음 이집을 보고 구매를 결정했던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왼쪽 집은 양옥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은 너무 열악했던, 날림으로 지은 듯한 모습이었어요. 이쯤에서 예전의 모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겠죠? 너무나 아름다운 수월옥, 전엔 어땠을까요.





수월옥과의

충격적인 첫 만남

그리고 상상



수월옥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처참한 모습이 아직 기억에 선합니다. 동네 어르신의 소개를 받고 가 보니 길가에 흉물처럼 방치되어 있는 건물이 있었어요. 석면 슬레이트 지붕은 거의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예전 작은 술집이였다던공간은 앞쪽이 아예 시멘트 벽으로 막혀 있어서 안을 볼 수조차 없었습니다. 천막 비닐 같은 것으로 뒤덮여 있어서 들어가 볼 수도 없었고요. 화재가 났었고 오랜세월 방치되었다고 동네 어르신께서 알려주셨습니다.




그런데, 집을 한 바퀴 돌면서 자세히 뜯어 보니 양철 지붕 사이로 삐죽 나온 서까래가 보였어요. 그 순간 알았어요. '한옥이구나.' 오랫동안 방치되어 망가지고 흉가가 되어버린 이 집이 제 눈에는 너무 재미있는 형태를 가진 보물처럼 보였습니다. 이 집을 고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만류했었어요. 부수고 다시 짓지, 이런 집을 뭐 살릴 게 있냐고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멋진 공간이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단기 4288년 7월 28일 미시에
기둥을 세우고 상량을 하다.
집주인은 계묘생인데
성조운이 있기를 기원한다.


낮은 천장을 걷어내니 서까래가 나오고 멀쩡한 상량문(집을 새로 짓거나 고친 내력, 까닭과 공역한 날짜, 시간 등을 서까래에 적은 글)이 나왔습니다. 작은 집이었지만, 애써서 지은 집이라는 걸 짐작케 하는 흐뭇한 흔적이었지요. 이 집은 으리으리한, 소위 말하는 A급 한옥은 아니지만 살면서 확장한 공간까지 더해져 신기한 구조를 갖게 된 매우 재미있는 한옥이었습니다. 그리고 15평도 안 되는 이 작은 공간에 문이 무려 아홉 개나 있었다는 사실! 살면서 방을 내짓고 또 내짓고 한 결과입니다. 식구가 늘고 방이 필요해지면 조금 늘리고 또 늘려 이렇게 정체불명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지요.





수월옥,

다시 태어나다.




수월옥 한옥은 높이가 낮아서 바닥을 파내어 높이를 확보했고 보일러를 깔았습니다. 바닥에서 나온 구들장은 마당에 놓았어요. 처음부터 소반을 앞에 두고 비단방석에 앉아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제안했기에, 기획을 염두에두고 공간디자인을 했고 아주 재미있게 표현이 되었습니다. 수월옥은 스타시스 박현희 디자이너와 함께 했습니다. 



양옥 석면 지붕은 걷어 내고 유리 지붕을 넣었구요. 덕분에 뒷편의 아름다운 은행나무를 볼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다시 봐도 놀라운 변화예요.





수월옥 변천사

한 눈에 다시 보기



왠지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서 수월옥의 변화과정을 한 눈에 보고 싶어하실 것 같아서 Before&After로 준비해봤습니다. 각 건물의 변화도 다시 비교해 볼까요?





카페가 된 양옥 그리고 한옥,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니

더 재미있네요.


사람의 손길이 끊긴지가 오래된 이곳은 집이라기 보다 싸늘한 흉가에 가까웠다. 언제부터 그 기능을 상실했는지 겹겹이 쌓여있는 시멘트로 가려진 구들바닥과 몇 번이고 구멍 난 곳을 메운듯한 천정합판의 모습들. 본래의 모습이 궁금했던 우리는 조심스럽게 숨겨져 있던 모습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보물 같은 흔적들이 하나씩 발견되어 60여년전 손길이 닿았던 속살을 본 그 모습은 기나긴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건강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 곳에 사람의 온기로 가득 메워지기를 바란다. - 스타시스 작업일기




비하인드 고생담

조금은 어두운 이야기


옛날 집을 리모델링한다는 건, 수많은 변수와 매일같이 맞닥뜨리는 일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튼튼할 때도 있고, 힘 없이 무너져 버리는 경우도 있기에 하나하나 살피고 상황을 보아야 합니다. 그 무엇보다도 현장이 중요하고 한 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되는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고된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어요. 이 집은 토지와 건물의 주인이 달랐습니다. 동네 어르신께서 말씀하시길, 토지는 농협의 소유이고 건물은 개인의 소유인데 농협에 토지 사용료를 내고 있었으니 토지 사용료만 내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집을 구매했습니다. 서울에도 건물과 대지의 소유주가 다른 경우가 왕왕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계약을 하고 보니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지어진 집이어서 집 주소가 단순히 예전 주소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집이 실제 있는 위치가 아닌 바로 옆 다른 땅의 주소로 되어 있었던 것이지요.


군청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 군청은 놀라지도 않고 흔히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허가를 받으려면 주소지를 옮겨야 했기에 토지 소유주의 사용허가서가 필요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사는 시작됐는데, 옆집 땅의 일부가 우리 집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또 알게 되었어요. 주소지가 잘못 되어 있는 것만이 문제라고 생각했을 뿐, 전혀 의심하지 않았었는데 이런 청천벽력 같은 일이!


농협은 땅을 팔지 않겠다고 하며 건물을 부숴 달라는 내용 증명을 보내왔고, 옆 집에서는 시가보다 세 배 정도의 땅값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소개해 주셨던 동네 어르신도 모르셨다고 해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죠. 다시 군수님, 이장님, 농협조합장님을 찾아 뵙고 사정하기를 반복, 다행히 농협에서 토지 분할 조건으로 파시겠다고 해서 측량을 세 번이나 한 끝에 토지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들게 구입한 건물을 부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 피가 마르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사실, 옆집과의 토지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마을 어른들을 통해 설득을 부탁드려 봤지만 역효과를 낳았고 토지세를 드리고 사용하는 조건으로 지급해 드렸지만, 군에서 받아오라는 토지사용승낙서의 내용이 마치 토지를 빼앗는 것처럼 느껴지셨는지 노발대발 화를 내시며 써 주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작성한 문서가 아닌 군에서 제공한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옆집 어르신들로부터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욕설을 듣게 되기도 했어요.(다행히 그뒤로 세월이 흘러 많은 오해들이 풀리고 지금은 저희를 많이 배려해주십니다.)


소통이 참 어렵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토지를 사고 재생사업을 해도 욕을 먹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르신들과 그렇게 여러 번 이야기를 나누었건만 저는 몹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며 지역은 토지, 건물이 잘 못 등록되어 있는 게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복잡합니다. 아직도 풀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우리마을은 지금 지적재조사 중입니다. 



빼어날 수(秀) 달 월(月)
빼어난 달빛을 받으며
작가의 잔에 차를 마신다.


수월옥은 아주 예전 작은 요정이었다고 동네 어르신들이 말씀해 주셨습니다. 배가 드나들었던 항구였던 규암은 뱃사람들이 많았고 당연히 여관, 다방, 술집이 많았겠지요. 동월옥과 수월옥이 나란히 있었으며 저녁이 되면 하얗게 분을 칠하고 한복을 입은 아가씨들이 거리를 거닐었다고 합니다.


수월옥은 예전 이름 그대로 수월옥으로 사용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수월옥 수월옥 하셔서 따라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리되었고 동네 분들이 수월옥 하면 다 아시니 그것도 좋았습니다. 다만 한자 뜻은 아무도 몰라서 제가 다시 붙였습니다. 빼어날 수(秀). 달 월(月) ‘빼어난 달빛을 받으며 차를 마신다.’ 수월옥의 컨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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