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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경아 May 13. 2019

옛 오일장 한가운데 주막,
규방공예공방·스테이가 되다.

자온길 공간 스토리 ① 청명

예전에 마을이 번성했던 시절, 오일장이 섰던 자리 주막집이었던 곳이 숙박공간 겸 작가의 팝업공방으로 재탄생했어요. 초기 규방공예작가님이 입주해 계셨고 뜨개질 작가님도 입주해서 지내셨고 전시 같은 짧은 팝업도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현재 에어비앤비 숙소로도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예전의 흔적은 그림처럼 살려내고 외벽은 조금 더 튼튼하게 감싸서 안전과 쓰임을 보강했습니다. 내부는 작가가 작업을 하며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밖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방으로 변신시켰답니다. 공간 안쪽은 다양한 작업을 편히 할 수 있게 타일을 깔았고 작은 뒷마당에는 잔디를 심어 놓았어요.

웃집의 과거,

오일장 한가운데 주막


부여 자온길 프로젝트 대망의 공간 스토리, 첫 번째 주자는 바로 청명입니다. 청명은 현재 작가의 팝업을 할 수 있는 공방 겸 에어비앤비 스테이로 활용되고 있어요. 청명의 원래 모습은 바로 아래와 같았답니다. 이 집을 처음 만났을 때 석면지붕에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벼운 외벽, 열악한 내부, 화장실도 없는 환경에 한숨이 나왔었어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낡고 오래된 시골집,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지금 공개합니다!




와!

정말 멋있어졌죠?


처음에 이 공간의 이름은 ‘웃 집’ 이였어요. (지금은 저희 숙박공간들이 절기의 이름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어서 청명에 오픈한 이집은 청명같기도 하여서^^ 이름이 청명으로 바뀌었답니다.) 


그런데 왜 '웃집'일까요?


웃집의 '웃'은 ‘위’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입니다. 집의 뒷편에서 보면 왜 웃집인지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예전 집의 형태에 석면 지붕을 걷어내고 새로운 지붕을 얹고 공간을 위로 더했거든요. 현재 에어비앤비 숙소로 쓰고 있는 복층의 작은 공간이 있는데 이 곳이 새로 만들어낸 공간입니다. 집 위에 집을 얹는다는 의미를 담아 '웃집'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모습으로 완성이 되어 더욱 뜻깊은 공간이 되었지요.


이 집은 옛날 규암마을의 오일장 한 가운데에서 국밥을 팔던 주막집이라고 합니다. 나무전, 쌀전, 생선전 등등 강변 나루터부터 마을 안쪽까지 쭉 연결되는 굉장히 규모 있는 큰~ 장이 섰었다고 동네 어르신들이 알려주셨어요. 동네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서 이 집을 샀을 때 동네 어르신들이 기가 막힌 위치의 집을 샀다고 '어떻게 이집을 샀냐', '내가 사고 싶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부러워해 주시기도 했어요.





집 위에 집을 얹다.

웃집 작업 일기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




자온길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을 저희가 직접 만들기도 하고 다른 건축가와 협업을 하기도 합니다. 웃집은 '스타시스'와 함께 작업했어요. 황창록 대표님께서 영화미술감독 출신이라, 스타시스의 작품들은 매우 자유롭고 창의적입니다. 그래서 웃집과 잘 맞는 파트너라고 생각했어요. 웃집은 너무 낡고 오래되어 안전과 구조 등 여러 문제에 봉착한, 일반적인 건축가 분들은 어려워하는 공간이었거든요. 




고척에 있는 스타시스 사무실을 직접 찾아가 자온길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을 드렸어요. 이야기를 들은 대표님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해 주셨고, 부여에 방문하신 후 '동네가 마치 세트장 같다'며 숨어 있는 보물들을 알아봐 주셨고 그 때부터 저희는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스타시트의 박현희 디자이너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해 주셨습니다. 적은 비용으로 공사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 내느라 디자이너님이 많이 애쓰셨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다시 한 번 전하고 싶어요. 




표피가 벗겨진 공간은 필요에 의해 덧대고 덧대어 제 멋대로 뻗은 벽체들과 아슬아슬하게 지붕을 받치고 있는 구조재가 외줄타기 하듯 불안해 보였다. 기능적 역할은 물론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든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감동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곳곳에 연식이 묻어나는 모습들이 기나긴 세월을 연상케 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는 묵묵히 공간을 지켜오는 것들은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되었고 우리는 사용 가능한 공간 구현을 위해 구조적 역할과 불안 요소들은 제거하되 최소한의 행위로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스타시스 박현희 디자이너)


예전의 흔적은 그림처럼 살려내고 외벽은 조금 더 튼튼하게 감싸서 안전과 쓰임을 보강했습니다. 내부는 작가가 작업을 하며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밖은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방으로 변신시켰답니다. 공간 안쪽은 다양한 작업을 편히 할 수 있게 타일을 깔았고 작은 뒷마당에는 잔디를 심어 놓았어요.



앞 벽의 그림처럼 보이는 저 무늬는 떨어진 페인트를 하나하나 긁어낸 자욱입니다. 여러 겹의 페인트가 세월처럼 차곡차곡 쌓여있었어요. 스타시스의 박현희 디자이너님이 그림을 그리듯 신중히 손질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어요. 이렇게 해 놓았더니 어르신들이 “왜 페인트칠을 안해?”라는 질문을 수없이 하십니다. 공사를 다 끝냈는데도 덜 끝낸 줄 아시는, 귀여운 어르신들.




놀랍게도 이 작은 집이 '디자인 붐'과 '아키데일리'에 실렸어요! 심지어 2018년 아키데일리 베스트하우스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공간은 잘 실리지 않는고 하는데 우리 웃집이 선정되어 저도, 함께 작업한 스타시스도 무척 뿌듯했습니다. 고생을 알아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요. 공사의 정도가 신축과 다름이 없었기에 기간도 오래 걸렸고 자금도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중간에 자금이 부족해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었지요. 사실 자온길 프로젝트에 이런 사연은 수없이 많습니다. 





다시 생명력을 찾은

빈집의 새로운 시작



봄비가 예쁘게 내리는 날. 청명에

저희의 첫 번째 공간을 오픈했습니다. 


특별한 개업식은 하지 않았고 마을에 떡을 돌리며 어른들께 인사를 하였습니다. 알리지도 않았는데 떡을 받은 어르신들이 오셔서 구매해주고 가셨어요. 마을에서 잘 정착하고 살라는 응원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예전에 마을이 번성했던 시절, 오일장이 섰던 자리 주막집이었던 곳이 숙박공간 겸 작가의 팝업공방으로 재탄생했어요. 초기 규방공예작가님이 입주해 계셨고 뜨개질 작가님도 입주해서 지내셨고 전시 같은 짧은 팝업도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현재 에어비앤비 숙소로도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스타시스의 홈페이지에 방문하시면, 웃집을 만드는 과정을 기록한 필름도 보실 수 있답니다. 오픈하던 날 옷을 걸고 있는 저의 모습도 담겨 있구요 :) 영수증을 정리하시는 모습은.... 웃퍼요.


오랫동안 비워져있던 공간들이 새로운 쓰임을 얻는 과정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우리가 만드는 이 공간에서 많은 작가들이 멋진 작업을 하며 맘껏 행복하기를 꿈꿔봅니다. 아주 오래전 오일장이 열리던 시절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던 그때처럼, 이 공간을 통해 자온길에 다시 활기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음은 부여에서 가장 힙한 카페로 떠오른 '수월옥' 이야기를 해 드릴게요.




미디어에서 다루어 주신
웃집 이야기와도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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