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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개 Mar 22. 2022

회사 몰래 유학 준비하기

나 혼자 준비하는 미국 UX 디자인 유학


유학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할까?


6개월간 고군분투했던 실리콘밸리로의 이직에 참패하고 마침내 UX 디자인을 공부하러 대학원을 가겠다고 행로를 변경하고나니, 때는 이미 9월이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보통 전년도 8월 - 내년 1월 사이에 입학 원서 제출을 마감하는 걸 감안하면, 나는 늦어도 정말 한참 늦은 것이다.


때로는 당장 시작해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미리미리 하자.



유학을 마음먹었다면 사실 준비는 일찍 하면 할수록 좋다.  


4개월 만에 유학을 준비했다고 하면 놀란 토끼눈을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했냐'며 팁을 전수해달라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런데 사실 준비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저마다 처한 사항이 다르고,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도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내가 지원한 학교에서 나를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기에 확률을 높이려면 미리부터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만약 타임라인을 어떻게 계획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조심스럽게 최소 1년은 생각하고 여유롭게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다 보니 유학을 결심하고 그래서 늦을 대로 늦었던 나는, 막판 몇 개월을 불태우며 학교 지원에 필요한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느라 여유로운 연말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이 글은 ‘나처럼 하면 4개월 만에 유학 준비 끝낼 수 있다!’와 같은 속성 팁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다. (솔직히 팁도 없고.)  오히려 실제 유학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그때 이렇게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점들을 공유하고자 작성하는 것임을 밝힌다.






UX 디자인 유학,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6가지  



1) 생각보다 중요하더라, 학교


미국에서 취업을 하면서 놀랐던 점은 생각보다 학교 이름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특정 학교를 선호하거나 그 학교에서만 Career Fair, 혹은 일종의 산학 협동 프로젝트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것은 이력에 어마어마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걸 인턴을 구하는 시점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사실 나는 별 고민 없이 학교를 선택한 지라 ‘어떤 학교가 좋다'라고 추천할 입장이 안 된다. 애초에 난 샌프란시스코라는 목적지가 분명했고, 학교는 나에게 그저 비자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에 단순히 1) 서부에 있으면서 2) 실리콘밸리와 가깝고 3) 커트라인이 높지 않으며 4) 등록금이 내가 감당할 수준인 곳을 고르다 보니 자연히 선택권이 줄어들어 딱 2군데에 지원하고 최종 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내가 당시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면 그리고 학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았다면 아마도 학교 선택에 좀 더 신중을 가했을 것 같다.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UX/HCI로 유명한 학교들을 찾아보고 자신에게 ‘좋은 학교' 일지 따져보기를 바란다. 여기서 좋은 학교란 학생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뛰어난 교수진과 커리큘럼, 동문 네트워크, 그리고 ‘얼마나 취업을 서포트해주는가' 정도 일 것이다. 링크드인에서 최근 몇 년간 해당 학교 졸업생들에게 의견을 들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좋은 학교를 간다고 취업을 다 잘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잘할 사람은 어딜 가든 잘한다.



2) 영어는 무조건 일찍 시작할 것


영어가 네이티브가 아닌 이상 아마도 유학 준비의 상당 기간을 영어점수를 만드는데 보낼 수도 있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내가 유일하게 잘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이직 준비를 하면서 혹시 몰라 영어시험을 미리 준비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유학을 가기로 결정을 했을 때, 이미 토플 점수는 만들어져 있는 상태였다. (참 잘했다, 과거의 나.) GRE는 딱 한 달 하다가 3개월 안에 원하는 점수는 안 나올 거 같아서 깨끗이 포기했는데, 유명한 학교들은 GRE도 필수이니 반드시 일찌감치 시작해야 한다.


간혹 회사를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어떻게 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딱히 팁은 없는  같다. 그냥, 다른 일을  시간에 무조건 영어공부를 하면 된다. 출근하면서, 점심시간에, 퇴근 후에, TV  시간에, 주말에 맛집  시간에  시간을 만들어서 하는 것만이 정답인 듯하다. 나의 경우 점심시간에 폰부스에서 모의고사를 푸는 등의 방법으로 시험 준비를 했는데 다행히 다른 시험을 준비하는 동료가 있어서 외롭지 않게 회사에서도 공부를   있었다.



3) 포트폴리오는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디자인 대학원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뜯어말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유학원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것이다. 나도 상담을 한 번 받아봤는데 적게는 몇 백 - 많게는 천만 원이 넘어가는 비용을 듣고 경악하며 나온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포트폴리오는 비전공자도 충분히 혼자 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이다. 일단 온라인에서 학생 포트폴리오 예시를 찾고, Behance 나 Dribble 등에서 본인이 관심 있는 프로젝트를 유심히 살펴보자. 전체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전공자에게 처음엔 힘들 수 있으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덜 걸리는 비주얼 중심의 프로젝트를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령 로고 만들기라던가, 간단한 포스터 디자인 같은 것들이 예시가 될 수 있다. (꼭 UX가 아니어도 된다)


그래도 도저히 혼자 못하겠다면, 개인적으로 비싼 유학원보다는 온라인이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프라인 디자인 클래스를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4) 추천서보다는 SOP에 신경 쓰자


학교에 지원할 때 일종의 학업계획서 & 자기소개서라고 볼 수 있는 SOP (State of Purpose)와 추천서 2-3장이 필요하다. 학교마다 보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추천서보다는 SOP를 더 비중 있게 보기 때문에 SOP 작성에 더 공을 들이는 것을 권장한다. 추천서는 대단한 사람에게 받을 필요는 전혀 없고, 교수님이나 상사, 동료에게 받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나는 2명의 회사 상사에게 받았다)


SOP 경우 내가  UX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은지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커리어를 전환하는 케이스라면 내가 어째서 UX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석사 과정을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본인의 커리어 골과 연결시켜 쓰면 좋다.



5) 미리 공부하자, 코딩 말고 디자인 (feat. 내일 배움 카드)


학교를 결정한 뒤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약 3개월 간 나는 코딩을 배웠다. 우연히 친구를 통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국민 내일 배움 카드를 활용하면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자기 부담료를 지불하고 각종 직무교육을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찾아보니 디자인과 코딩 수업도 있길래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당시에 나는 학교에서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코딩 수업이 두려워서 가기 전에 미리 배운 것인데, 차라리 그 시간에 디자인을 더 배울 걸 그랬다. 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니 활용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툴 같은 건 미리 익혀두면 당연 도움이 된다.


Tip. 내일 배움 카드란?

정부가 개인의 직업능력개발 훈련을 도와주는 일종의 복지제도이다. 일정 기준( 글을 쓰는 지금은 기준이 다소 까다로워진  같다)만족하면 대한민국 누구나 신청해서 발급받을  있고 다양한 분야의 자기 계발 교육을 들을  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6) 심심할 때마다 채용공고 둘러보기


마지막으로 틈날 때마다 채용공고를 스크랩하는 것을 권장한다. 채용공고를 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1) 회사들이 주로 언제 인턴을 모집하는지, 또는 채용을 많이 하는지 흐름 파악이 가능하며 2) Job Descrption을 읽으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디자이너의 스킬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3) 해당 회사에 대한 정보도 누적된다.  사실 국내에선 FAANG (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만 알려져였지만 실리콘밸리엔 그보다 훨씬 어마어마하게 많은 테크 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회사 정보는 많이 알아두면 알아둘수록 구직시 유리하다.





떠날 준비를 하면서..  



정신없이 유학을 준비하다 보니 새해가 밝았다. 2018년엔 한국을 떠나겠노라 다짐한 지 어느덧 1년이 지나간 상태였다.


새해가 지나자마자 부랴부랴 준비한 원서를 넣고, 학교를 정하고, 살 곳을 알아보고, 회사엔 퇴사 커밍 아웃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월이 되자 나는 샌프란시스코행 편도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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