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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 Jun 29. 2022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일주일 사이에 몸무게가 5kg 빠졌다

우울은 조금씩 내 일상을 조금씩 좀먹고 있었다. 어느새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력자가 되어 있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어날 불안 요소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평소 같았으면 쉽게 해 나갈 일도 자꾸만 발목을 붙잡혔다.


아 어떡하죠.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게 자포자기 상태에 접어들었다. 실수가 잦아지고 같이 일하던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도 회사 일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했다. 뇌는 쉴 틈이 없었다. 능률은 떨어지고 나는 바보가 되었다. 뭐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에게 배신당한 것 같았다. 자신감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끌어안고 밤지새웠다. 입맛이 돌지 않아 끼니도 자주 걸렀다. 안색이 파리해지고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주변 사람들도 걱정할 만큼 상황이 나빠지자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독한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퇴사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 더 이상 버틸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을 때 친구가 병원에 갈 것을 권유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나와 상관없는 곳일 줄 알았다. 며칠 밤낮을 고민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곳에 가는 게 두려웠다. 그렇게 꾸역꾸역 버티다 벼랑 끝에 다다라서야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곳에 발을 내디뎠다.


생각과는 달리 편안한 분위기였다. 한참 동안 검사지를 작성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다. 얼마  검사 결과를 확인하러 다시 그곳을 찾았다. 우울, 불안, 강박 수치가 정상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어디서부터 꼬여있던 걸까. 이지경이 되도록 내팽개쳐진 내 자신이 문득 측은해졌다. 검사 결과를 받은 날 나는 한참을 엉엉 울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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