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일이 먼저였던 사람이에요
요가에 빠져 있다.
요가에 입문한 지는 1년 정도 됐다. 어느 날 홀린 듯 동네 스포츠 센터에 아침 7시 50분 요가 수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과연 내가 (내게는) 새벽 같은 그 시간에 일어나, 걸어서 15분 거리인 스포츠 센터에 가서, (무려) 요가를 하고, 씻고, 출근까지 해낼 수 있을 것인가? 며칠을 고민했다. 그래, 해보는 거야! 굳게 다짐한 뒤로 1년이 후다닥 지나갔다. 처음에는 역시 자신이 없어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짜리로 수업을 등록했었다. 그렇게 네 번째 요가를 하던 날 ‘할 만하다’는 확신이 온몸을 휘감게 됐고 지금껏 일주일에 이틀, 아침 6시 50분에 기상하게 된 것이다. (실은 일주일에 3일까지 할 수 있지만 새벽 기상 세 번은 여전히 자신이 없다.)
꾸준히 한다고 해서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로 빠져든 건, 아니, 빨려 들어간 건 이달 초부터다. 순전히 ‘점심시간을 평화롭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동기였다. 회사 근처 요가원에 찾아갔다. 직장인들을 노린 점심 요가 수업이 개설돼 있었다. 마침, 직원들 운동하고 여행 가라고 회사에서 주는 복지 지원금이 남아 있었다.
“어쩜, 다음 달부터 점심 요가 수업이 3일에서 5일로 늘어나요. 점심 요가 수업이 인기가 많아서요.”
‘우리 요가원으로 와’라고 꼬드기는 (아마도) 대표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렇게 말했다. 출근하는 평일 점심시간에는 언제나 요가를 할 수 있다는 말. 귀가 쫑긋 섰다. 묘기 수준의 요가를 하는 분들만 계시면 어쩌나, 나 ‘쪼렙’인데…. 걱정됐지만 부조화스럽게도 결연하게 나는 대답했다.
“수업, 4개월짜리로 등록해 주세요. 결제 지금 하면 되죠?”
첫 수업은 저녁에 듣게 됐다. 스트레스를 몸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이고 요가원 문을 열었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수련 공간으로 들어섰다. 따뜻한 색의 노란빛이 빈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누워 계시는 분들이 보였다. 창가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들처럼 매트 위에 누웠다. 열린 창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왔다.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눈을 감았다. 더위가 가신 여름밤의 한가로운 숲 속. 그곳에, 매트 위에, 나 홀로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힐링’이란 수업 이름과 달리 예상외로 고강도 수업이 진행됐지만, 할 만했다. 강렬하게 확신이 들었다. 집에 가는 길에 몸이 홀가분했다.
“사샤 씨, 점심 먹으러 갈래요?”
“아, 선배, 저 약속이… 사실 저 점심에 요가해요.”
그러니 점심에 나 찾지 말아라, 선포하듯 회사 동료들에게 소문내고 있다. 그리고 운동복과 화장품 두어 개를 담은 작은 손가방 하나를 들고 회사를 나선다. 오전 11시 35분. 동료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 텅 빈 사무실에 5분쯤 있다 나온 시각. 나는 12시 요가 수업을 들으러 요가원으로 향한다. 대다수가 수업을 마치고 다시 일을 하러 가야 하는 직장인들이기에 아침, 저녁 시간대보다는 수업 강도가 낮은 편인데도 왜 내 이마에서는 매번 땀이 뚝뚝뚝 떨어지는 건지….
얇은 수건으로 급하게 땀을 훔치고 회사 코앞에 있는 쌀국숫집에 들어가 차돌 양지 쌀국수를 시킨다. 주문과 동시에 음식이 나온다. 나름 운동 직후이니 단백질 덩어리인 살코기 위주로 식사를 시작한다. 점심시간이 엄격하지 않은 회사라고 해도 어느 정도 눈치는 봐야 하니, 아무 생각 없이 느긋하게 먹기는 어렵다. 그래도, 평화롭다. 쌀국수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 순간조차 명상의 일부로 느껴진다.
아침 요가도 병행하고 있기에 대략 일주일에 다섯 번은 요가를 한다. 목요일의 경우 회사 앞 요가원의 점심, 저녁 수업이 다 욕심이 나 하루에 ‘두 탕’을 뛰기도 한다. 덕분에 손목도, 발목도, 날개뼈도 아파오는 요즘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야 요가를 오래 할 수 있으므로 살금살금 수업을 듣고 있다. 난생처음 손목 보호대를 샀다. 아픈 부위를 풀어주는 스트레칭도 틈날 때마다 한다. 그리고 또 요가를 하러 간다.
순전히 하고 싶어서 하는 일로 생기는 심신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인지하려 한다. 해야 해, 가 아닌 하고 싶어, 로 가득 찬 일상이 좋다. 하고 싶은 것들을 주구장창 하는 삶을 살고 싶다. 뭐든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겠지만, 뭐, 그 비중을 최대치로 늘려볼 수는 있겠지. 가능한 만큼은 요가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래도 이걸 해야 하지 않을까? 저것도 생각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래도 괜찮은가? 물음표들은 다 치워두고 마음 가는 대로 하루를 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매트 위에 나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