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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 lang Oct 13. 2021

잔디

오늘의 단어 #1


보도 블럭을 밟으며 걷다가 어떨 땐 흙이나 풀을 밟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촘촘히 자라 있는 잔디를 밟으려 공원으로 들어선다. 일껏 사람들을 위해 아스팔트나 벽돌을 깔아 놓았는데도 한번씩 그런다.


공원에서도 일부러 잔디가 돋아 있는 길을 골라 걸었다. 푹신한 땅을 딛고  발목이 편안했다. 세상의 모든 길이 이렇게 푹신할  없을까.  오래오래 걷고 싶어서 공원을 가로지르지 않고  돌아 걸었다. 아스팔트 길을 걸으며 마음에 채워넣었던 근심들이 가스처럼 빠져나간다. 걸음이 느려진다. 발꿈치에서 부터 발꼬락까지 천천히 잔디를 즈려 밟는다. 걱정  봤자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인데 발목 힘좀 빼고 걸으라고,  풀들의 잔소리가 들린다.


본래 길이란 원래 푹신한 것이었다고. 딱딱한 벽돌과 아스팔트로 덮기 전, 길은 그저 흙이나 풀이었다고. 편리하기 위해 두껍께 쌓아 올린 건 길이면 충분하니까. 마음은 잔디길 처럼 푹신하게. 부드럽게 먹고 살으라고.


공원을 벗어나 집으로 오는 길목엔 풀 한포기 없다. 나는 하교하는 아이들의 뒷통수를 실컷 구경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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