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혈을 보았다
느낌은 생리전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생리때마다 아프던 곳이 아팠다.
그런데 조금 아픔의 종류가 달랐는데.. 뭐랄까,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생리 전에는 '욱신 욱신' 아팠다면 그땐 쑤시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것 외엔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나 임신테스트기의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두줄만이
내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확신할 수 없어 잠잠히 생리예정일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생리가 오면, 임신테스트기의 두줄도 오류일테지.
막상 생리 예정일이 되자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은 사라졌다. 느낌으로 알았다.
아, 안에서 밀려 나올 것이 없구나.
그런생각을 하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바지를 올리려는데
팬티에 뭍어있는 갈색혈. 마치 갈색 수채화 물감에 물을 많이 섞어서 붓 끝으로 톡 찍어 번지게한 것 처럼 그렇게 묻어있었다. 불안했다. 유산의 징조려나.
일주일 뒤에나 산부인과를 가보겠다고 다짐했으나 '임신초기 갈색혈' 폭풍 검색 후 그것은 착상혈이던지 유산기 이던지, 둘중 하나라는 전혀 다른 의견을 보게되었다. 갈색혈 하나에도 결과는 천지차이. 만약 유산이라면? 때를 놓쳐서 약을 처방받지 않고 유산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동네에 유일하게 저녁 7시 30분까지 하는 산부인과에 갔다. 전에 질염으로 내원한 적 있었던. 임신계획에 있냐는 의사의 말에 '없다'고 딱 잘라 말하자 의사가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았던. 선생님은 세상 시크하지만 이름은 왠지 '순풍 산부인과'인 곳.
무슨 문제가 있어서 왔냐는 질문에 임신테스트기를 해봤더니 두줄이 나왔고 갈색혈을 보았다고 하자, 전에 나를 바라보았던 그 의외라는 느낌에 조금은 반가움이 섞인 눈으로 초음파를 보자고 했다. 아. 질초음파를 해야한다. 뒤가 터진 치마로 갈아입고 와서 '그 의자'에 다리를 벌리고 누웠다.
그런데 막상 보이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있었다. 내 자궁속의 거대한 근종 4개. 아기집은 보이지 않으나 어느새 내 몸속에 자라난 4개의 혹들을 의사는 친절히 소개해 주었고 임신 여부는 피검사로 알아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피를 뽑고 병원 밖을 나오자 갑자기 눈물이 났다. 궁금했던 것에는 하나도 답을 얻지 못하고 몰랐던 못생긴 혹 4개만 보고 나온게 뭔가 서러웠다. 혹 뗴려다 혹 붙인 느낌? (아닌듯..)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 엄마는 임신이 아니어도 또 기회는 있으니 너무 애닳아하지 말라고 했다. 제일 애닳아 했던게 엄마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