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믿는 운명은 그런 게 아니야."
J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운명론자였다.
언젠가 내 눈 앞에 운명의 남자가 짠하고 나타날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서로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내게 J는 말했다.
"그래, 나도 운명을 믿어.
그런데 내가 믿는 운명은 그런 게 아니야.
운명이 되기까진 어느 한쪽의 노력이 필요해.
아무 노력 없이 운명이 될 순 없어."
그 후,
어느 날 함께 놀러 갔던 곳의 낙서장에
J가 그렸던 그림과 글귀를 보게 되었다.
'운명이라 말하기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운명처럼 사랑해도 될까?
2013.11.14 DABI에게'
라고 쓰여 있었다.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J를 나의 운명이라 여기기 시작했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