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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Dec 09. 2019

사서 고생, 크로스핏 생존기(1)

점심에 운동을 한다는 것

(.. 지난 이야기)


나를 보던 트레이너는 '어때요 괜찮아요? 할 만해요?'라고 말을 건넸지만 그때의 눈빛은 과장 좀 보태면 딱 이거였다.

넌 얼마나 오래 할지 보자



트레이너의 눈빛과는 달리 크로스핏을 한 지 3개월이 지났다. 물론 매일 박스에 갈 정도로 열정적이거나 열심히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 주 3회 출석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조금 더 자주 해야 할 시기.


직장인이 꾸준히 운동하는 건 쉽지 않다. 저녁에는 개인 약속 혹은 회식이 있다는 핑계로, 아니면 하루 종일 회사에서 사람과 업무에 시달려 힘이 없다는 핑계로 운동을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점심에 운동을 하자니 배도 고프고 격한 크로스핏 운동을 하고 나면 오후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이런저런 악조건을 딛고 주 3회 이상 운동을 하려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주말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야 할 시기가 찾아온다. 주말 운동이 더 어려운지 점심 운동이 더 어려운지는 무엇을 나중에 시도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되는데 내 경우 점심 운동을 더 늦게 시도해봤다.


크로스핏은 굉장히 격한 운동이기 때문에 이후 일정을 비워두는 게 좋다. 직장인의 경우 퇴근 후 하는 게 몸도 마음도 제일 편하다. 하지만 앞서 열거한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점심 운동을 택해야 하는데 여기엔 몇 가지 큰 단점이 있다. 


첫째. 배가 고프다. 퇴근 후에도 공복에 운동하지만 점심식사로 배는 채우고 하는 셈이다. 하지만 점심에 운동을 하면 전 날 저녁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운동을 해야 한다.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운동을 마치면 미칠 듯한 허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이미 점심시간은 써버린 상태.


둘째. 몰골 재정비가 어렵다. 저녁에 운동을 마치면 몰골을 재정비할 시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점심 운동을 마치면 짧은 시간에 샤워/세수/머리손질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폐인이 된 상태에서 사무실로 가야 한다.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면 숨을 헐떡이고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나를 보며 한 마디씩 물어본다. '밥 안 먹고 뭐한 거예요?' 


요즘은 내가 점심에 운동하는 걸 알기에 대부분 '또 운동하고 오셨구나? 대단해요'라고 말한다. 대단하긴 하다. 나도 옛날엔 밥 안 먹고 점심에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똑같이 생각했으니. 


셋째. 한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건 사실 점심 운동 초기의 일인데 워낙 격한 운동이다 보니 사무실에 올라와 자리에 앉아 한동안 열과 땀을 식히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했다. 온갖 사고가 마비되는 순간. 대략 30분 정도가 지나야 안정이 되었는데 요즘은 10분 정도 지나면 평화가 찾아온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점심에 운동을 가기 시작했다면 그건 바로 크로스핏에 서서히 재미를 느끼거나 혹은 중독되고 있다는 신호다. 그리고 점심 운동에도 분명 큰 장점은 있다. 


첫째.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 직장인의 저녁은 매우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에 할애해야겠지만 야근이나 회식 혹은 다른 약속이 생기면 우선순위에서 운동이 뒤로 밀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운동 초기에는 '오늘 저녁에 못하면 내일 저녁에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점심이라는 큰 옵션이 생겼다. 


둘째. 저녁시간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크로스핏은 한 시간 동안 고강도의 운동을 하지만 준비(박스 도착 후 옷 갈아입기, 개인 스트레칭) 혹은 마무리 시간(샤워, 옷 갈아입기, 몰골 재정비)까지 포함하면 한 타임의 크로스핏 운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대략 80분 안팎이다. 아무리 6시 정시 퇴근 후 바로 운동을 한다 해도 박스를 나올 때면 대략 7시 반 정도 된다. 뭘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며 약속이 있다면 양해를 구하고 조금 늦게 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점심에 운동을 하면 이런 걱정은 한 번에 사라진다. 


예전에는 점심 운동은 엄두도 못 냈지만 운동을 계속하다 보니 재미와 욕심이 생겨 웬만하면 크로스핏을 자주 하고 싶었고, 저녁에 일정이 생기는 경우 가끔 점심 운동에 도전한다. 여전히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단점에 허덕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꾸준히 하다 보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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