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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Dec 10. 2015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포르투 렐루

겉만 봐선 모른다


유럽을 여행하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화려한 건물을 많이 볼 수 있다. 마치 '나는 정말 중요한 건물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마냥. 이런 건물들은 딱히 안내표지판이 없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끈다. 


굳이 행선지가 아니었더라도 잠깐은 둘러보게 된다. 하지만 겉만 화려할 뿐 그 어떠한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은 허울 좋은 껍데기인 건물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겉보기엔 그냥 평범한 건물인 것 같아서 그냥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뭔가 역사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담고 있거나 그 안에 화려한 모습을 갖춘 건물. 이런 곳은 나중에 알게 되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된다. 


아.. 내가 거기를 왜 안 갔을까



포르투 여행을 할 때 였다.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 대중교통 보다는 발을 이용해서 돌아다녔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 보다 훨씬 더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도시를 관찰할 수 있어서 시간과 체력만 허락한다면 여행지에서 이동은 도보를 선호한다. 


이 날의 첫 여행지인 클레리구스 탑에서 포르투 전경을 눈에 담은 뒤 시간적 여유가 있어 근처 시내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어느 작은 건물 앞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뭉게뭉게 모여있다. 별관심 없어도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뭐지 뭐지?'하고 관심이 가는게 인지상정.


겉보기엔 정말 허름하고 작은 별볼일 없어보일 저 건물이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이자 해리포터가 태어난 곳, 포르투갈 포르투의 렐루 서점(Livraria Lello)이었다. 덕분에 이 곳은 아침부터 서점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문을 열고 서점 안으로 들어가자 전혀 다른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생각보다 깊고 높은 서점의 규모에 놀랐고, 양 옆 벽을 가득 채운 높다란 서고와 가득 채운 책이 인상적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중앙에 보이는 아름다운 형상의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인상적인 큰 장면이 눈에 들어오고,  그다음엔 디테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천장 양 옆의 아름다운 장식과, 중앙에 있는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그리고 그곳을 투영해서 들어오는 잔잔한 햇살 등


렐루 서점은 BBC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서점' 중 하나다. BBC에서 이 서점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잠시 읽어보자.  렐루 서점의 특징을 아주 잘 묘사하고 있다. 

This Portuguese landmark opened in the former Chardron Library at the turn of the 19th Century. Its Art Nouveau space is dominated by a curving staircase with ornate wooden carvings to match its intricate wall panels and columns. Stained glass windows with plant motifs and a skylight showing the monogram of the store’s founder José Lello add to the churchlike appearance.



해리포터를 쓴 조앤 K. 롤링은 영국 사람인데, 포르투갈에 있는 이 서점과는 무슨 연이 닿았던 걸까? 사연은 이렇다. 그녀는 예전에 포르투에서 영어강사를 한적이 있었는데 이 서점에서 해리포터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가히, 해리포터가 태어난 서점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진 해리포터가 태어났다는 어마어마한 '스토리텔링'이 이 작은 서점을 먹여 살리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커다란 오산이었다. 해리포터가 아니었어도 이 서점은 충분히 유명해졌을 것이다. 이렇게나 아름답기에.


독특한 형상의 중앙계단은 렐루 서점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한다. 독창적이면서도 우아한 곡선이 마치 호그와트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서점이  19세기부터 있었다고 하니, 100년 전 저런 형태를 고안해낸 사람은 말 그대로 시대를 앞서간 것이다. 


나무로만 된 인테리어는 뭔가 포근함을 전해주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빛이 따스함을 더한다. 처음 들어오면 중앙에 있는 우아한 곡선의 계단에 시선을 뺏기지만 천천히 둘러보면.. 천장의 디테일한 장식에 더욱 놀라게 된다.



카페 내부에 들어선 사람들은 저마다 거리낌 없이 카메라로 서점의 구석구석을 담고 있다. 촬영을 제지하는 점원은 보이지 않는다. 저 아래 빼곡히 쌓인 책들이 비로소 여기가 서점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그래.. 여기는 서점이었지..


2층은 1층에 비해 한산한 편이다. 한 켠에는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우아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고, 그 뒤로 아름다운 모양의 창문이 있으며, 적당한 밝기의 햇살이 새어 들어와 멋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서점을 십여 분 둘러보다 보면 뭔가 심각하게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분명 서점인데, 책을 보러 온 사람들보다는 서점을 구경하러 온 사람이 훨씬 많다. 그들에게 이곳은 서점이 아닌 여행지다. 때문에 렐루 서점은 무던히 여유를 갖고 책을 읽고 고르기에 결코 좋은 환경이 아니다. 



그러니, 진정 책을 보러 온 사람들은 중앙 계단 근처를 피해 서점의  구석구석으로 모여든다.  상대적으로 한산하며.. 조금 더 서점의 풍경에 가깝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겉에서 보이는 것과는 달리 막상 서점 안으로 들어오면, 생각보다 크다.  높이도 높고, 세로로 길쭉해서 예상보다 책 종류가 많다.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중앙계단의 모습. 난간과 계단이 전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라보고 있으면 무언가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설계한 사람이나 그것을 현실화한 시공자나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리고 강렬한 붉은색을 선택한 센스까지.


렐루 서점은 처음 들어왔을 때와 나갈 때의 느낌이 묘하게 다르다. 처음 들어오면 장식성 강한 구조물에 시선을 빼앗기는데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점차 시선이 확대되어 서점의 구석구석에 닿으면 새삼 오래된 역사와 군데군데 숨겨진 재미난 아이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진 속에 있는 레일의 경우, 책을 실어나르는 카트가 움직이는 곳이며, 나무로 된 바닥과 책장은 1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 덕분에 멋스럽게 낡아 있다. 



2층에서 다시 1층으로 내려가면 순식간에 렐루 서점은 렐루 여행지가 되어버린다. 계단에서 내려오다 보면 재미난 풍경이 벌어지는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아닌 내가 밟고 있는 계단을 향한 시선이겠지만. 


여기에서도 눈에 띄는 건 계단 하부의 장식들.. 남들은 흔히 신경 쓰지 않는 곳인데, 이곳의 계단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볼 때 그곳이 보이게끔 설계를 해두었기 때문에 저부분에도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쓴 걸 알 수 있다. 



포르투에 오게 된다면.. 반드시 렐루 서점에 들르자. 평범한 겉모습 속에 담긴 화려한 아르누보 장식의 인테리어 구경도 하고, 해리포터를 탄생시킨 분위기도 느껴보고, 보너스로 흔히 구경하기 힘든 책 구경과 사람 구경까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되는 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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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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