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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Nov 25. 2015

장중한 자연의 품에 그대로 담기다

스위스 피르스트 트래킹

스위스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것이 바로

리기산과 피르스트 트래킹이었다.


그리고 그 기대는 한껏 부풀려진

잊지못할 경험으로 돌아왔다. 


리기산의 그것이 어머니의 품에 안기는 것이었다면

피르스트 트래킹은 그대로 자연의 품에 담기는 느낌이랄까


그린델발트의 상징 아이거 북벽과 샬레


피르스트 트래킹을 가기 위해선 

그린델발트를 거쳐야 한다.


그린델발트는..

스위스 산악인들의 서울역과도 같달까..


인터라켄이 교통의 중심지라면..

그린델발트는 산악교통의 중심지


여기서 피르트스도 가고..

융프라우요흐도 갈 수 있다. 


덩치 큰 아이거 북벽 하나로도 사랑받지만

이런 연유로 많은 관광객을 모으는 작은 도시


피르스트로 향하는 케이블카 안


그린델발트 마을의 한쪽 끝에는 

피르스트로 갈 수 있는 케이블카 탑승장이 있다. 


높은 산에 갈 때마다 항상 걱정되는 것이 있다.

바로 날씨.


고산지대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몰라서..

항상 산으로 향하는 아침엔 하늘부터 보게 된다. 


다행히 이 날은

적어도 지상은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피르트스의 케이블가 종착역. 문을 열고 내리면 맑고 깨끗한 공기가 온 몸을 정화시킨다

다행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있는 역에 도착할 때 까지 

날씨가 어마어마하게 파랗고 맑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온 몸으로 스며드는 맑은 공기에

전율하듯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고


동시에 폐를 파고드는

알싸한 찬공기에 사시나무 그러하듯 떨 수 밖에 없었다.


분명 출발할 때만 해도 이렇게나 맑았는데..

케이블카 정류장에서 나와 처음으로 맞닥드린 풍경


끝없이 펼쳐진 설경과 티끌하나 없을 듯 뽀얀 구름

그리고 아찔하리만치 날카롭게 파란 하늘이었다.


푸르른 계절에 산록이 우거진 풍경을 보는 것도 좋았을테지만..

이렇게 끝없이 하얗고 순수한 풍경을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깨끗함이 느껴지는 이곳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이 곳은..



피르스트를 트래킹하면서 부러웠던 것이..

유럽인들..이리로 스키를 타러 온다.


우리는 스키를 타러 대관령을 가는데..

유럽인들은 피르스트에 가고 융프라우요흐에 가고..


그리고 우리는 걸어서 이곳을 거니는데

저들은 스킹을 하며 지나간다. 



하얀 눈밭 위를 거칠게 긁고 지나간 흔적

사람조차 걷기 힘든 이곳을 누비는 제설장비.



하얀 눈이 쌓여서 예쁘고 좋기는 한데

한가지 불편한 것이 있다면 바로 길을 잃기 쉽상이라는 것.


눈에 길이 뒤엎히는 바람에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사진 속 발자욱도..저 소멸점을 지나면 멈추고 되돌아온다.

저 길은 사람이 지나갈 수 없는 길로 향하고 있다. 



무심코 길을 잃은 앞사람의 발자욱을 따라가다

나 역시 길을 잃고 말았다. 


이 순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본다.

무언가 영적인 기운이 감도는 듯한 착각이 든다.


숨이 막힐듯 고요하고 아름답고 깨끗하다.



그야말로 대 자연속 작은 인간의 존재를 느끼게 해주는 장면

거대한 산등성이 위로 신비로운 구름이 끝간데 없이 높게 치솟고

그 아래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로 보잘 것 없어 보인다. 



날씨는 시시각각 변하고 티한점 없이 맑았다가

어느순간 바로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자욱해진다. 



겨울의 피르스트는 인적이 드물다.

한참을 걸어도 사람 하나 마주치기 힘들다.


간혹 누군가 마주오면 그렇게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영어로나마 서로 안부를 묻고 지나가게 된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바흐 알프제 호수

푸르른 날씨엔 영롱한 호수에 비친 알프스를 볼 수 있을텐데

영하의 날씨에 찾아오니 호수가 꽁꽁 얼었고 눈꽃 옷을 입고 있었다.


자칫 실망할 수도 있는 풍경이지만

잠시 시간을 내어 호숫가를 둘러본다.


남들이 쉬이 보지 못한 풍경을 보고 있다고

마음 속으로 위안 삼으며//



바흐알프제 호수를 기점으로 돌아오는 길은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맑았다가 흐렸다가를 반복했고,

눈보라가 갑자기 솟구쳤으며


어디선가 거대한 구름이 덥쳐와서

숨을 쉬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경외심..

이런 분위기에서 드는 감정은 이것 딱 하나.



다시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올 즈음엔

구름과 안개가 뒤섞여 온통 뿌연 풍경 뿐이었다.



이정표는 있지만 방향을 쉬이 가늠하기 힘든 상태

이래서 높은 산에 갈 땐 날씨가 가장 중요하며..

산이 받아줘야 올라갈 수 있는 것 같다.



아까 보았던 맑고 깨끗한 풍경은 온데간데 없고

희뿌연 안개로 뒤덮인 케이블카 정류소.


방금 막 내린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날씨에 불평을 터트리며 말한다


피르스트 별 거 없네


사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겐 그럴 수도 있겠다. 



스위스의 공작/정밀 기계산업이 발달한 이유는

이러한 산악지대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나 높은 곳에 케이블카를 연결하고

산악 열차를 놓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니까



푸르른 계절에 오면 마치 어머니와도 같을 풍경일거다.

하지만 자연의 경외감과 거대함, 그리고 외로움 속에서 

온전히 피르스트를 느끼고 싶다면, 겨울에 올 것을 권유한다.


이 곳에서 당신은

철저하게 고립되지만 

그만큼 깊숙히 자연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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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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