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 모나코의 크리스마스 마켓
크리스마스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어릴 때는 마냥 신나고 설레었는데, 나이 뒷자리가 곧 바뀐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하기만도 어려운 현재다. 하지만 나이 걱정만 하지 않는다면 크리스마스는 여전히 설레고 신나는 연휴다. 설레고 신나는 데엔 사람마다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직장인의 경우 연말이라 부담 없이 (그래서 부담 있을 수도 있지만..) 휴가를 쓰고 해외여행을 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올 크리스마스에 혹은 연말에 유럽으로 여행을 가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다. 미리 보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 모나코 편.
작년 겨울, 25일을 즈음하여 유럽으로 겨울여행을 떠났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하면 많은 것들이 떠오르는데.. 내가 가장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화려한 조명과 예쁜 물건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옹기종기 모여있는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독일에서 유래되었다. 덕분에 유럽의 내로라하는 크리스마스 마켓 중 '꼭 가봐야 할 순위'에는 항상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수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겨울 여행은 스위스와 프랑스가 목적지였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두 나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녀야 했다.
루체른, 니스, 모나코, 파리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경험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이 곳. 남프랑스의 작은 공국 모나코의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사실 모나코에 갈 때만 해도 크리스마스 마켓을 기대하진 않았다. 겨울임에도 지중해의 따사로운 축복을 받고 온화한 기후를 띠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높다란 언덕에서 내려오면서 뭔가 시선이 닿는 아래쪽 길가에 양 옆으로는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는 "아, 모나코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있구나?"라고 생각하여 발걸음을 잘게 옮기게 되었다.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에 다다르자 F1 자동차 동상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겨울이라 F1는 열리지 않았지만 도시 곳곳에서 모나코가 사랑하는 모나코 시민이 사랑하는 F1에 대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입구를 지나 서면 아스팔트로 치장한 매끄러운 길이 보이고 양 옆으로 가게들이 즐비하며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모나코 크리스마스 마켓의 입구에는 대부분 예쁜 소품을 파는 가게가 많다. 본인 기념품으로 구매할 만한 것도 많고, 먼 타지에서 생각나는 사람에게 줄만한 기념품 거리도 많으니 지갑은 항시 대기 상태로 두자. 모나코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오후에 오는 게 좋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이 적당히 풀이 죽은 채 크리스마스 마켓을 밝히기 때문이다.
마켓의 중간에 다다르면 모나코 크리스마스 마켓의 하이라이트, 먹자골목이 펼쳐진다. 이런 종류의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먹거리인데, 꽤나 작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켓임에도 굉장히 풍부하고 다채로운 먹거리들이 있다. 이를 반영하듯, 마켓 초입에는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전부 다 여기 있는 것 마냥, 가게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음식을 즐기는 모습도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걸어가며 먹고 있고, 누군가는 한 자리에 서서 먹고 있고, 또 누군가는 행사 측에서 마련해둔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 편히 먹고 있고, 또 누군가는 높이가 높은 스탠드형 테이블에 음식을 놓고 서서 그 맛을 즐기고 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공간
나도 이에 뒤질세라 맛집을 맹렬히 찾아보고는 이내 마음을 정하고 망설임 없이 걸음을 옮겼다. 내가 좋아하는 케밥을 파는 곳. 여기는 케밥에 들어가는 야채와 소스를 본인이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모나코 크리스마스 마켓 가게의 종업원들은 웬만한 영어 정도는 문제없이 구사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찾아오는지라, 동양인도 어색하지 않게 응대해주는 점원
단출하여 보이지만 그 맛이 정말로 일품이다. 고기는 질감 좋게 씹히고 바삭하게 잘 구워졌으며 야채들은 속에서 적당한 즙을 내며 입안에서 사라진다. 알싸한 소스는 자칫 느끼해질 수 있는 케밥을 바로 잡아준다. 결국, 마켓을 빠져나가기 전에, 나는 이 곳에 다시 들러 하나를 더 주문했다. 아까 그 점원은 다시 온 나를 보고 반갑게 웃으며 "again"이라고 말을 건네었다.
케밥이 아니고서라도 먹거리는 정말 많다. 재밌는 모양을 하고 있는 이 가게는 바케트 빵 핫도그를 전문으로 팔고 있었다. 바삭하게 구운 꽤 큰 바케트 빵 안에 먹음직스러운 소시지를 넣고 소스를 뿌려준다. 소시지는 바로 옆에 있는 대형 화로? 에서 구워주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좋던지 주변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는다.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먹거리가 바로 맥주인데, 마켓의 끝 지점에 있는 이 맥주집이 근방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다. 주인이 직접 담근 것으로 도수도 다양하고 맛도 다양해서 원하는 맥주를 고를 수 있었다. 어지간한 맥주로는 "맛있네?"라는 생각을 안 하는 나도 이 맥주를 마셔보고는 '시중에서 팔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맛은 적당히 쌉싸름했고, 풍미가 진하고 깊이 있었다.
이것이 내가 극찬하는 그 맥주. 사실 입구에서부터 사람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이것을 들고 있어서 도대체 어느 가게의 맥주지?!! 하고 눈 크게 뜨고 찾아봤는데 바로 이 곳이었다.
모나코 크리스마스 마켓을 다 둘러볼 즘 갑자기 어디선가 쿵쿵 쿵쿵 북소리가 나서 뒤를 돌아보니 수 명의 산타 복장을 한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마켓의 흥을 돋우었다. 나를 포함한 여럿의 어른이 같이 어울려 흥을 유도하려 했지만 저들은 어른들은 외면한 채 그대로 사진 오른쪽에 있는 어린 아기에게 다가가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래 크리스마스의 주인은 어찌 보면 어린이지. 라며 자신을 위한 했던 순간. 아무튼 모나코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더욱 빛나게 해주었던 순간.
해가 산 뒤로 넘어가 숨고, 마켓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무렵 구경이 끝나고 출구 쪽으로 빠져나왔다. 길이 약 100미터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예쁜 소품들과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산타의 깜짝 등장 등으로 굉장히 흥겹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남프랑스 지중해에 자리 잡은 보석, 모나코에서 만난 뜻하지 않은 행운이랄까. 만약 이번 겨울에 모나코를 여행 가신다면 꼭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보세요.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 )
함께 읽으면 즐거운 글들
http://lainydays.tistory.com/799
words by
lainy
more stories 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