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여행
우와 완전 동화속 마을같아!!
유럽에는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예쁜 마을이 정말 많다. 그런 마을을 하나로 통칭하는 단어가 바로 '동화 속 마을' 일 것 같다. 왠지 모르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그저 한국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동화 속 마을'이라고 설명하게 되는 그런 곳 말이다.
그저 '예뻐서' 라는 대답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프랑스 파리도 예쁘고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 누구도 파리를 보고 동화 속 마을이라 부르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오스트리아 할슈타트에서 동화 속 마을이 갖춰야 할 조건을 보게 된다.
해리포터의 해리도 호그와트로 가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도 오즈 대륙으로 가기 위해선 각자 9 3/4 플랫폼과 회오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마을로 향하는 것부터가 비현실적이다. 평범한 길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곳. 이것이 바로 동화 속 마을의 첫째 조건이 아닐까
동화 속 마을 할슈타트는 잘츠캄머굿이라 불리는 지역 안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열차와 배를 이용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어디서든 열차를 타고 일단 할슈타트 역으로 간다.
할슈타트 역에 도착하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맑은 공기가 당신의 코와 입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전율할 것이다. 이른바 lung shock인데, 걱정하지 말자. 방금 내가 지어낸 용어니까. 여기까지는 유럽의 어느 도시를 도착하는 방법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마법은 이제부터 시작한다.
할슈타트 역(Hallstatt bahnhof)에서 할슈타트 마을로 들어가려면 배를 타야 한다. 신선하다. 오스트리아는 분명 내륙에 있는데 왜 마을로 가기 위해 배를 타야 하는 걸까? 답은, 잘츠캄머굿 지역에 대한 이해로부터 찾을 수 있다.
스위스에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이 있다면 오스트리아에는 잘츠캄머굿(Salzkammergut)이 있다. 잘츠캄머굿은 특정 도시 하나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여러 도시를 묶은 일종의 광역개념 호칭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도권?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알프스 산맥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호숫가 지역을 일컫는 곳으로 그 청정한 아름다움으로 매년 전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할슈타트 역과 할슈타트 마을 사이에는 호수가 있기 때문에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동화 속 마을의 조건이 보인다. 바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다.
할슈타트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을 갖고 있다. 학창시절 지리 시간에 줄기차게 배워온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배산임수 지형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마을의 앞에는 청명하고 거대한 호수가 있고, 바로 뒤로는 깎아지를듯한 높은 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다. 그리고 마을 곳곳에는 맑은 개울이 흐르고 있다.
마을에 도착한 순간 바로 알 수 있다. 여기는 정말로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이라는 것을. 도시를 돌아다니며 느끼는 것인데 모든 것이 맑고 선명하다. 도시를 가득 채운 공기도 맑고, 도시 앞을 가득 채운 호수도, 도시 사이를 흐르는 개울도 맑고, 어딜 둘러봐도 매연 하나 없이 맑고 탁 트인 시야를 보여준다.
자연에 눈이 닿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옮겨지는 곳이 있다. 바로 할슈타트 마을을 가득 채운 가옥이다. 그리고 여기서 동화 속 마을의 세 번째 조건을 볼 수 있다.
할슈타트를 가장 동화 속 마을로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살고 있는 집의 외형일 것이다. 스위스 샬레풍의 지붕이 뾰족하고 창문이 많은 2~3층짜리 집인데 정말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 창문마다 예쁜 꽃을 놓아 분위기를 돋우고, 외벽도 천편일률적이지 않고 노랑 파랑 분홍 등 총 천연색으로 칠해져 있다.
도시의 인상을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가옥의 외형(그럴 수밖에 없다. 가장 많으니까)인데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그 고풍스러운 가옥들에 감탄하고 부러워한다. 덕분에 도시의 전체적인 인상이 멋있어진다. 하지만 우리네 집의 형태를 떠올리면 많이 아쉽다. 천편일률적인 형태의 네모반듯한 모양이라 도시가 재미가 없다. (다만, 살기 편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유럽의 여러 마을을 가보았지만 할슈타트 마을보다 더 예쁜 가옥을 갖고 있는 마을을 본 적이 없다. 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집 잘 꾸미기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집과 집 사이에서 또 하나의 동화 속 마을 조건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할슈타트는 자연과 가옥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자연과 가옥을 이어주는 골목길 역시 아름답다. 마을 자체의 크기가 작은 덕분에 골목 역시 좁은데 그 좁은 공감에서 오는 밀도 있는 공간감이 굉장히 좋다. 골목 어디를 가나 드리워진 푸른 넝쿨은 덤이다.
할슈타트를 찾는 이들 대부분이 마을의 중심인 광장 혹은 선착장, 그리고 호숫가만을 즐겨 찾는데, 오히려 나는 이런 좁은 골목길을 산책하듯 걷는 것을 추천한다. 여행자들로 붐비지도 않고 할슈타트 현지인들의 삶을 조금 더 깊고 가까운 곳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 속 마을에 들어서면 눈길을 사로잡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아름다운 자연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예쁘게 꾸며진 집들과 오밀조밀한 골목길이 보인다. 하지만 커다란 밑그림을 가득 채우는 작은 요소들이 부족하다면 동화 속 마을이라 부르기 충분하지 못하다.
할슈타트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예쁜 집이라는 밑그림을 가득 채우는 귀여운 오브제를 마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일단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가면 천편일률적인, 틀에 박힌 빵들만 볼 수 있는 우리네 빵집 풍경과는 전혀 다른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빵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집은 현관문 앞이나 창틀에 어디서 파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물건들을 센스 있게 진열해둔다. 누구네 집 현관이 가장 예쁜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하다못해 상업적 의도로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들마저 너무나도 예쁘게 물건을 걸어둔다.
할슈타트 사람들은 개인 소유의 가정집 외에도 공공 지를 꾸미는데도 일가견이 있다. 길을 걷다 보면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거리에 놓인 작은 돌에도 예쁜 꽃을 그리고 아름다운 문구(사실, 독일어 해석이 되지 않아요, 그래도 아름다운 글을 적었겠죠?)를 채색해놓았다. 나무를 심어놓은 곳에는 밑동 주변으로 하얗고 동그란 돌을 둘러놓고 화룡정점으로 하트 모양 돌을 두 개 얹어놓는다.
뭐랄까.. 이런 모습을 보며 마을을 위한 할슈타트 사람들의 마음씨에 굉장히 놀라게 된다. 스스로의 의지와 상관없이 갖고 태어난 천혜의 자연과 더불어 스스로의 의지로 만든 또 하나의 아름다운 마을과 거리. 이러한 노력이 할슈타트를 동화 속 마을로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닌가 잠시 생각해본다.
동화 속 마을은 자고로 신비스러운 면을 갖고 있어야 한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항상 의도치 않은 발걸음에 이끌려 남들은 모르는 신비스러운 공간을 발견하곤 한다. 할슈타트도 조금만 발품을 팔면 뻔히 보이는 마을 외 숨겨진 명소를 발견할 수 있다.
할슈타트 마을 한쪽 끝으로 가면 소금광산으로 갈 수 있는 케이블 카카 있다. 급경사진 레일을 오르고 나면 케산 정상에 있는 케이블카 정류장에 도달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작은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선 할슈타트 만큼이나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인 오베르트라운을 조망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가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데, 마을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깊고 그윽한 계곡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대로 소금광산 투어를 가도 좋지만, 시간이 없거나 조금 더 여유로운 관광을 하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 있는 산책길을 따라 산세를 즐기면 된다.
나타나는데, 여기서 할슈타트 마을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바로 직전에 안내한 소금광산 전망대의 경우 너무 높은 곳에 있어서 할슈타트 마을을 볼 수 없고 건너편 오베르트라운 마을만 볼 수 있었는데 이곳은 바로 발아래에 펼쳐진 아름다운 할슈타트 마을과 호수를 볼 수 있다. 또한 전망대 뒤편으로 가파르게 형성된 산비탈에는 거대한 폭포가 산을 세로로 가로질러 떨어지고 있다.
호수를 바라보고 왼편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굉장히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 성당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아담한 성당은 조용히 기도를 드리기에 안성맞춤이며, 성당 옆에는 공동묘지가 꽤나 크게 형성되어 있는데 도저히 공동묘지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꾸며져 있다.
전란에 휩싸인 폭풍 속 마을을 동화마을이라 부르진 않는다. 이야기가 급격히 전개되어 폐허가 되는 흐름이 아니라면. 자고로 동화 마을이란 평화롭고 아늑하고 조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할슈타트는 그야말로 지상낙원급 평화로움을 자랑한다.
일단 마을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마을을 산책할 수 있다. 여기에서부터 평화가 찾아온다. (프랑스 파리를 과연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할 수 있을까? 파리는 생각보다 크다) 마을 끝에서 끝을 걷는데 넉넉잡아 단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어느 마을이나 도시를 가든 가급적 대중교통보다는 도보를 이용한다. 시간이나 체력이 없거나 도보 이동수단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도보로 이동할 경우 그 마을/도시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지하철을 타면 지상이 보이지 않고, 버스나 택시를 타면 도시의 단면이 눈앞을 빠르게 스쳐 지나갈 뿐이며 현지인들의 생활이 묻어있는 골목은 볼 수도 없다.
다시 할슈타트로 돌아오자. 한 낮에는 여행객들로 북적이긴 하지만 그게 정신없다거나 혼란을 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들 할슈타트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행복한 표정으로 웃음 짓고 여유로움을 만 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관광객이 모이는 곳은 선착장이나 마을 중앙광장, 호숫가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여기서 조금만 벗어나면 고요함마저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트를 타고 평화로운 할슈타트 호수 위를 유유자적 떠다니며 호숫가에 지어진 집들을 구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소금광산 케이블 타러 가는 곳으로 가면 그곳의 마을 분위기는 마을 중앙 쪽과는 또 다르게 청청하고 고요하다.
지금까지 동화 속 마을이 되기 위한 일곱 가지 조건을 할슈타트에 비추어 설명해보았다. 물론 저것보다도 더 많은 조건이 있을 수 있고, 한편으로는 저런 조건들 다 필요 없이 동화 속 마을은 그저 보고 느끼는 사람 마음 안에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슈타트를 그저 반나절 혹은 당일치기 코스로 여기고 수박 겉핥듯이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러기엔 너무나도 다채로운 매력으로 가득 찬 마을이라는 것이다. 동화 속 마을 할슈타트의 가장 매력적인 순간은 해 질 무렵과 해 뜰 무렵인데 반나절 혹은 당일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순간이다.
이제는 당당히 한국으로 돌아가 친구들에게 동화 속 마을의 이유도 곁들여 설명해보자.
words by lai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