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핑시선 여행 #3 지우펀
작가의 말
현실에서는 가끔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거짓말 같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럴때 마다 '인간의 상상력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는데요. 비단 이야기 뿐만 아니라 판타지 영화나 애니매이션 속의 환상적인 배경 중에서도 현실에 실제 존재하는 것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것을 알게될 때 비슷한 감정을 품습니다.
대만 핑시선 여행기 어느덧 그 마지막이네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곳은 지우펀입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곳이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환상적인 애니매이션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어릴때 이 애니매이션을 보며 '저런 곳이 실제로 존재할리 없어' 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네요. 이 애니매이션의 배경 역시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을줄이야..
어디 얼마나 비슷할지 함께 가보실까요?
스펀에서 남들 소원적고 하늘로 날리는걸 실컷 구경한 뒤 대만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지우펀으로 향했다. 지우펀으로 가는 방법은 다양한데 그 중 우리는 택시를 선택했다. 시간이 많지 않기도 했고 기차나 버스를 탈 경우 너무나도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 신분이었다면 필시 대중교통을 이용했겠지만 직장인이고 어느 정도 돈을 벌다보니,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편한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역시, 학생때는 돈이 없고 시간은 많은 대신 직장인은 돈은 있고 시간이 없다. 아무튼 택시든 버스든 구불구불한 산길이 나오기 시작하면 지우펀에 거의 다 왔다는 것!
택시 기사님은 우리를 지우펀 입구에 내려다주었고 입구에는 지우펀 경찰서가 하나 있다. 참고로 지우펀으로 올라가는 입구는 두 세개 정도 있는 듯 하다. 내가 확인한 또 다른 입구는 바로 편의점이 있는 곳인데 그 곳은 잠시 후 확인하기로 하자.
아무튼 지우펀도 거미줄처럼 좁은 골목길이 얽혀있어서 지도없이 그냥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면 된다. 대략 힘력(力)과 비슷하게 생겼다고 보면 된다.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이 두 개 있고, 중간에 두 거리가 교차하면서 마치 사거리 같은 길이 하나 생긴다. 그리고 위로 쭉 올라가는 길은 하나고..
지우펀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괜히 지옥펀이 아니다. 사람이 많아서도 지옥인데, 계단이 많아서도 지옥이다. 그러니 이곳에 오기 전엔 체력을 많이 비축해두는 것이 좋다. 이 때 부터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고, 고양이 마을 허우통에서 보았던 지붕 위 고양이를 여기서도 다시 만났다.
맨 아래 사진은 지우펀 지도다. 음..아까 내가 묘사한 힘 력과 많이 다른 것 같지만..다녀온 분들은 대략 고개를 끄덕이실듯..아무튼 지우펀으로 올라가는 길은 여러개가 있다. 지도에서 보다시피..자칫 잘못하면 가보지도 못하는 곳이 생길 수 있으니 지우펀에 가게 되면 꼼꼼하게 돌아다니자
계단을 올라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니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날씨만 맑았어도 정말 예쁜 풍경을 보여주었을텐데 정말 아쉬울 다름..계단은 계속 이어지고 숨은 조금식 차오른다. 그 때 마다 잠시 계단 옆에 있는 평지에서 조금씩 거친 숨을 고르면 된다.
지우펀은 원래 청나라때 금광이 발견되면서 흥했다가 세계대전 이후 광산업이 시들해지면서 같이 몰락한 도시다. 우리나라 강원도의 많은 도시가 그렇듯 대만 역시 핑시선을 따라 이어진 많은 도시들이 광산업 몰락과 함께 주저앉았다. 그런데 비정성시라는 영화 한 편으로 갑자기 전 세계의 이목을 받아 대만 최고의 관광지로 뜬금 도약한 마을이다. 덕분에 지우펀은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그런데 비정성시라는 영화 한 편으로 갑자기 전 세계의 이목을 받아 대만 최고의 관광지로 뜬금 도약한 마을이다. 덕분에 지우펀은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위 사진과 같이. 지우펀을 가기 전에 지우펀 여행기를 블로그에서 봤는데 어느 사진을 보든간에 좁은 계단이 사람들로 가득 메워졌다. 언제가도 사람이 많은듯 하니 그냥 포기하고 본인 편한 시각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
계단을 조금 더 오르니 하늘 위로 홍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고 날이 저물기 시작하니 홍등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홍등 건물. 아마도 지우펀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주펀해열루 관경차방이라는 찻집이다. 드라마 온에어의 배경이 되기도 해서 한국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다.
대만의 여느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지우펀 곳곳에는 음식점이 많다. 가다가 배고프면 간단히 먹을만한 음식도 많고 잠시 쉬었다 갈만한 찻집도 많다. 그리고 뭔가 전체적인 분위기가 일본스럽다고 해야할까.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한순간 이런 풍경이 나온다. (맑았더라면..맑았더라면..) 안개가 조금씩 끼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밤이 되면 분명 저 안개가 지우펀을 뒤덮으리라! 우리는 잠시 몸을 쉴 겸 왼쪽에 보이는 찻집으로 향했다. 테라스에 사람이 많아보였지만 막상 가보니 텅 빈 테이블이 많았다.
바다와 지룽산을 마주보고 있는 천혜의 위치다. 맑은 날에는 정말 멀리까지 내다보이고 더 예쁜 풍경을 보여줄 것 같다. 찻집에 들어오자마자 비는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고 안개는 더욱 짙게 끼기 시작했다 (아...나의 지우펀 여행은 ㅠ_ㅠ)
찻집에서 커피를(응?) 마시고 잠시 쉬며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골목길로 나왔다. 비가 조금 잦아든 모습. 많이 상업화되긴 했는데 지우펀, 상당히 예쁘다. 붉은 등이 하늘에 매달린 풍경과 더불어 고풍스러운 찻집과 예쁜 건물들도 많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곳과 맛있는 먹거리를 파는 곳도 많다. 이정도면 여길 안오는게 이상할 정도.
사진에도 보이지만 비가 굉장히 많이 쏟아지는중이다. 이때부터 우산은 의미가 없어졌다. 우비가 필요해!! 예쁜 소품들로 가득한 가게들이 곳곳에 있다. 물론 이런 가게들의 단점은..눈요기는 되는데 지갑을 열게하진 못한다는거..그래도 신기한 풍경이 계속되니 지루할 틈이 없다.
오른쪽으로 벗어난 골목에서 다시 중앙 사거리로 돌아온 다음 계단을 따라 지우펀의 위쪽 끝으로 올라가본다.갈수록 사람들이 없어진다 싶을때쯤 이렇게 지우펀의 정상이 보인다. 별다른 볼거리는 없고..그저 지우펀의 곳곳을 다 돌아보았다는 내 마음속의 증표 정도 되려나//
날이 점점 더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비는 그쳤다가 내리다가를 반복하고 홍등은 서서히 그 붉은 빛을 밝히고 있다. 좁은 골목길에 우산을 펼치니 지나가는게 수월치는 않았다. 자주 계단 옆 가게 앞에 서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길을 터줘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하지만 이런 꽉 들어찬 밀도감은 정말 좋다. 비가 와서 사진찍는건 불편하지만 사진은 얼추 이쁘게 나올 분위기였다.
사거리에서 이번엔 반대편으로 가본다. 목이 달린 닭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닭의 목을 베어버리는데 여긴 닭의 목을 베는건 실례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가게와 사람들로 가득찬 골목길이 이어진다. 비가 내리는 골목길 풍경도 제법 괜찮은 것 같다. 회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예쁘게 나온다. 한참 내려가다가 지우펀의 명물 땅콩 아이스크림을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우리는 조건반사적으로 줄을 섰다. 보라! 저 달콤하고 느끼해보이는 땅콩들. 줄은 금방 줄어들었고 내 손에는 곧 땅콩 아이스크림 하나가 들려있다. 맛있는데 좀 느끼해서 먹는데 애를 좀 먹었다.
그 외 곳곳에 일본 캐릭터 제품이 많았으며 그 한가운데 부처님이 앉아계신다. 유명한 오카리나 아저씨도 볼 수 있다. 여행책자에 비해 나이드신 것 같..오카리나 가게에서 조금만 더 내려오면 바로 또 다른 입구(출구)가 나온다.
어찌보면 버스정류장이 가까워서 더 유명한 입구인데 세븐일레븐 편의점이라고 하면 대충 알아듣는다. 자세히 보면 편의점 우측에 지우펀 올드 스트릿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쯤해서 비가 또 다시 미친듯 내리기 시작했고 이에 못견딘 우리는 우비를 장착했다. 평소 우비를 잘 안입기로 유명한 나인데 이번엔 못버티고 우비를 입어야 할 정도로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지우펀 골목길 위에 지붕이 있는 구간?이 있어서 이곳은 비를 맞지 않고 편히 지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다시 중앙 사거리쪽으로 향했고, 밤이 짙어지자 지우펀은 더욱 화려하고 섹시하게 변해있었다. 까만 하늘과 빨간 홍등의 대배가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만든다. 그리고 이런 풍경을 즐기기 위해, 사람들은 더욱 지우펀으로 몰려들었다.
예쁜 풍경이 나올 것 같아서 아까 보았던 찻집으로 다시 왔다. 규모가 거대하고 홍등이 여러개 달려있어서 야경도 제일 멋지다. 덕분에 밤이 되면 이곳 근처는 찻집을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한 5분 정도 구경하다보니 갑자기 안개가 짙어진다. 덕분에 뭔가 몽환적인 분위기의 찻집을 담을 수 있었다.
이리저리 사람에 치이긴 하지만 그래도, 꽤나 낭만적인 밤이었다.
지우펀 윗쪽을 볼만큼 보고 조금 내려와서..사람이 적은 골목길로도 가보았다. 안개가 너무나도 자욱하게 끼어서..저 앞도 흐릿하게 보일정도 덕분에 몽환적인 사진은 실컷 찍고 왔다.
골목 초입에는 예쁜 찻집이 하나 있어서 들어가봤다. 차도 차인데 아름다운 도기?들이 많아서 한참을 구경했다.예쁘게 꾸며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음용 차까지 대접해준다. 비만 오지 않았어도 몇 개 사들고갔을텐데..차는 잘 마시지도 않으면서 그릇 욕심만 있다.
찻집에서 나와 아까 그 작은 광장으로 돌아오니 완전 이건 뭐 그냥 영화 속 한 장면이다. 안개가 구름처럼 흘러다니는게 눈에 보일정도. 덕분에 너도 나도 비가 오는 와중에도 핸드폰과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다. 아쉬워서..이대로 떠나기 아쉬워서 아내와 함께 한 번 더 지우펀의 정취를 느껴보기 위해 계단을 걷는다.
처음 방문했던 찻집으로 다시 가는 도중에 만난 고양이들. 사람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다. 부럽다. 우리나라 고양이들은 사람보고 도망가기 바쁜데.. 고양이에 혹해서 정신팔다가 문득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영화 미스트의 한 장면인가, 안개가 짙게 끼었다. 아예 산 아래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밤이 늦으니 찻집도 문을 닫은 듯 아쉬운 마음에 다시 지우펀 꼭대기를 다시 한 번 올라보기도 하고..
지우펀에서 다시 타이베이 시내로 가기 위해 우리는 버스를 타야했고 버스 정류장이 있는 세븐일레븐 출구쪽으로 나가려는데 역시 밤이 늦으니 상점들도 문을 닫고 청소차량이 좁은 골목을 비집고 들어온다. 지우펀의 하루도 이렇게 또 치열하게 지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듦..아까 그 세븐일레븐에서 나와 5분 도 채 걷지 않으면 버스 정류장이 나온다.
버스는 낡았지만 꽤나 넓었다. 비와 싸우고 계단과 싸우고 타인과 싸우고 우산과 싸우고 몸이 지칠대로 지쳐버린 우리는 버스 안에서 거의 기절하다싶이 뻗어있었다. 그래도 대만에 다시 온다면 꼭 한번 또 오고 싶은 곳이 지우펀이었다. 피곤한 상태에서 적다보니..뭔가 글이 건조하긴 했는데 진짜 예쁘다. 개인적으로 비가 와서 더 에쁜 풍경을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안개가 낀 것도 묘한 분위기와 잘 어울렸고..지옥펀 지옥펀 하는데 이런 지옥이라면야..
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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