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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Sep 17. 2019

공항 가는 길

불안한 마음과 그 설렘까지

아무도 없는 파란 새벽에  차가운 바람 스치는 얼굴  불안한 마음과 그 설렘까지 


'마이 엔트 메리'라는 록 밴드를 좋아한다.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귀에 부담이 크지 않은 rock sound에 담아낸다. 이 밴드의 모든 곡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공항 가는 길'은 성스러운 예식 마냥 여행을 떠날 때마다 꼭 챙겨 듣는다. 공항으로 향하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꼭 맞는 곡이랄까.


'공항'이라는 단어는 가사에 딱 한번 등장한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과 '설렘'이라는 두 단어로 공항으로 향하는 여행자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다. 


설렘이 여행 짐을 싸는 순간 태어난다면 공항으로 가는 와중 크게 성장한다. 여행이라는 것이 한 군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곳에서 한 곳으로 머물고 이동하는 것의 총체라면 집에서 공항으로 가는 행위는 내 몸을 어딘가(공항)로 이동하는 첫 순간이니까. 


만약 서울에 살고 있다면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 혹은 김포공항에 갈 것이고, 공항 가는 길의 이동수단은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다. 공항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택시를 잡거나 내 차를 직접 운전하거나. 역순으로 이동수단을 짚어보며 공항 가는 길을 떠올려보자.


내 차를 직접 운전하거나


제일 편하다. 누구 눈치 볼 것도 없고 출발시간에 쫓길 필요도 없다. 무거운 짐은 뒷좌석이나 트렁크에 넣으면 그만이다. '마이 앤트 메리'의 '공항 가는 길'을 차 안에서 크게 틀어놓을 수도 있고 도시를 빠져나와 영종대교 혹은 인천대교를 건너며 보이는 바다 풍경을 즐기기도 좋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하면 조금 번잡해진다. 내 차가 나 없이 알아서 집으로 가는 게 아닌 이상 공항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장기간 맡기기엔 비용이 너무 비싸다. 이런 사치는 언제 부려볼 수 있을까? 


정말 베스트는 누군가 자기 차로 나를 태워주고 위에서 언급한 모든 여유를 누린 뒤 유유히 나는 공항 터미널로 사라지고 그 누군가는 자기 차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정도 서포트면 부모-자식 혹은 연인/부부 혹은 정말 친한 친구사이.. 나 상사/부하 정도 되겠다. 


나도 그 누군가가 되어본 적이 있다. 다만 이런 경우 내 여행을 위해 가는 설렘의 1/5 정도만 여행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가는 여행이 아닌지라 운전이 그리 즐겁지는 않지만 마치 파블로프의 개 마냥 영종대교 혹은 인천대교에 올라타는 순간 여행을 갈 때의 그 설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물론 그 누군가가 공항으로 사라진 뒤 혼자 돌아오는 길은 그 기분을 몇 배로 되갚아야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택시를 잡거나


돈만 있으면 내차보다 편하다. 운전면허를 딴 이래로 계속 드는 생각은 '남이 운전하는 차가 제일 편하다'인데 택시야 말로 이 생각에 가장 잘 부합하는 탈 것 중 하나다. 기사님이 운전해주지 짐도 트렁크에 넣을 수 있지 버스나 지하철 마냥 정류장을 들르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아닌 남이 탈 일도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역시나 택시비. 서울 기준 김포공항을 가는 데만도 2만 원 남짓 소요되고 인천공항까지 택시를 탄다면 6만 원은 족히 나올 거다. 이 정도면 내 차 몰고 가서 그냥 공항 주차장 이용료를 내겠다!라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 이랬다간 주차비 대참사 직행.


하지만 이른 새벽,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을 땐 택시 외에 선택지가 없다. 언젠가 한 번.. 인천공항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탄 적이 있다. 공항에 적어도 2시간 전엔 도착해야 해서 집에서 새벽 5시에 나와야만 했는데 버스도 지하철도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사실 속으론 좋아했지만) 택시를 타본 적이 있다.


새벽 드라이브를 좋아하는데 운전에 집중하지 않고 불안함과 설레는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짙푸른 밤의 공기를 베며 영종대교를 가로지르는 느낌이 퍽이나 좋았다


지하철을 이용하거나


공항에 가는 가장 흔한 방법 중 하나다. 공항철도가 잘 되어 있어서 서울이면 어디서든 쉽게 공항까지 갈 수 있다. 더욱이 강서 쪽에 살고 있다면 몇 군데의 공항철도역을 통해 정말 빠르게 이동 가능하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기에 체력과 시간은 남아돌되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을 때 이용한다. 


다만, 낯선 사람들과 부대낀다는 단점이 있다. 공항철도역에 가기 위해 일반열차를 타면 같은 공간이지만 일상을 사는 사람들과 캐리어를 든 여행자인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그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해본지만 출퇴근 시간과 겹치면 지옥철 안에서 그마저의 생각도 사치가 된다. 


하지만 공항철도를 타면 전세는 역전이 된다. 여행객이 대부분이고 일상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심이 된다. 이런 시선들이 부담스럽다면 서울역까지 가서 인천공항까지 직통으로 연결되는 AREX를 타면 된다. 물론 일반 지하철보다는 조금 비싸다. 



공항버스를 타거나


요새 선호하는 교통수단이다. 남이 운전해주며 낯선 이와 부대끼지도 않고 일상에 머문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도 않으며 캐리어는 짐 칸에 안전하게 보관되며 푹신한 의자에 파묻혀 잠을 자거나 딴생각하기에도 딱 좋다. 물론 택시에 비해 저렴한 가격은 덤이다.


다만 공항버스 정차 지점이 많지 않고 배차 간격이 넓다는 게 단점이 될 수 있겠다. 놓치면.. 몇 년 전부터는 캐리어를 맡길 때 기사님이 스티커를 붙여준다. 캐리어와 주인이 생이별을 하는 걸 막아준다. 요즘은 외국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캐리어를 공항버스에 실어준다. 어디서 먼저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상하게 공항을 가는 방법은 택시/지하철/버스 등 다양한데 공항에서 집으로 갈 때는 대부분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것 같다. 공항에 갈 때엔 비행기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다양한 교통수단 중 시간에 맞는 걸 선택하는데 돌아올 때는 귀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시간에 맞추는 게 아니라 편한 공항버스를 이용하는 것 같다.



words&photo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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