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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Sep 25. 2019

산에 바람이 머무는 곳, 아라시야마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란?

여기는 진짜 언젠가 또 오고 싶다


시간과 돈은 한정되어 있고 세상엔 갈만한 여행지가 너무나도 많다. 때문에 또 오고 싶은 여행지는 많지만 실제로 두 번 이상 반복해서 방문하는 곳은 많지 않다. 그래서일까 가까운 시일 내 두 번이나 갔던 아라시야마는 굉장히 기억에 남는 곳이다.


2016년 겨울 처음으로 일본 본토로 여행을 갔다. 그전에 오키나와를 간 적은 있지만 본토는 아니었으니. 남들 다 간다는 오사카 여행을 갔는데 별책부록 느낌으로 오사카 근교에 있는 아라시야마도 가볍게 가보기로 했다. 별 기대 없이 간 그곳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가 너무 맘에 들었다. 



'아라시야마'라는 지명의 뜻은 바람과 산이다.  "아라시 = 바람, 야마 = 산" 어쩜 이렇게 이 지역을 잘 표현했을까 싶다. 산이 품은 바람, 바람이 품은 산..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다.



오사카에서 아라시야마를 가려면 오사카 남바 역에서 아라시야마 한큐 역으로 가는 열차를 따로 타야 한다.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된다. 아라시야마도 나름 오사카 근교의 이름난 도시여서 한큐 역은 언제나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역을 등지고 마을로 나오자.



아라시야마 마을로 가려면.. 위 경로를 따라 걸으면 된다. katsura강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보이는 마을 일대가 바로 아라시야마다.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그리 크지는 않아서 빨리 돌아다니면 반나절? 정도면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곳. 하지만 구석구석 보려면 하루도 빠듯한 곳이기도 하다.



아라시야마 한큐 역을 등지고 마을 쪽으로 계속 향하면 katsura 강이 나오고 그 위를 멋들어진 다리 하나가 마을과 역을 이어준다. 바로 도게츠교다. 군더더기 없이 미려한 모습이 일품인 다리.



도게츠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굉장히 멋스럽다. 산과 바람 그리고 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어디서 보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이다. 



제법 오래되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다리에 오르면 이것이 오래된 다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식의 도로로 포장되어 있다. 역과 마을을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리를 건너면 마을이 보인다. 마을에 닿기 전 길게 늘어선 좁은 수로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는 아라시야마에서 제일 유명한 커피숍이 보인다. 이른 아침을 제외하곤 매번 이렇게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다. 커피 맛보다는 풍경과 함께 마실 수 있다는 장점 덕분인 것 같다.



뒤를 돌아 katsura 강을 살펴본다. 수심은 매우 얕고 강폭은 매우 넓다. 그리고 그 뒤로 웅장한 산이 보인다. katsura강은 나룻배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나룻배는 별다른 동력 없이 사람의 팔? 힘으로 이동한다. 수심이 깊지 않은 강바닥까지 닿을 수 있는 기다란 막대를 지렛대 원리로 바닥에 대고 배를 움직인다. 굉장한 노동이다. 배를 타고 강의 상류까지 가면 간식 배라는 것이 달라붙어 허기진 손님들의 배와 호기심을 채워준다. 



나룻배 체험을 마치면 아라시야마의 메인 도로로 가보자. 아래 보이는 사진이 아라시야마의 중앙로인데 대로변을 중심으로 양 옆에 각종 상점과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하듯 구경해본다.



아래 보이는 곳은 여기는 게이후쿠 전철로 교토 시내와 연결되는 귀엽고 작은 전철선이다. 교토에서 아라시야마로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JR을 타거나 한큐 라인을 타거나 버스를 타는 등) 뭔가 색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싶으면 이 게이후쿠 전철을 이용해 보는 것도 재밌다. 



중앙로 구경이 끝났으면 아라시야마 여행의 하이라이트, 대나무 숲 치쿠린으로 가보자. 치쿠린은 중앙로의 2/3 정도 되는 지점에 그 입구가 있다. 대략 200m 정도 높다란 대나무 숲이 늘어선 곳으로 그 청아한 풍경을 보기 위해 1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좁다란 거리를 감싸는 엄청난 규모의 대나무 숲은 실로 절경이다. 빼곡히 들어선 대나무들 바람에 스산하게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것도 멋지다. 그래도 사람이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이 보이고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게 오길 잘했다는 생각뿐



치쿠린을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빨간 동그라미). 경단이 있던 입구에서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올 때 오른쪽으로 가면 노노미야 신사가 나온다. 신사는 돌아오면서 구경해도 되니 일단 지나치고 검은색 루트를 따라 왕복하는 게 기본적인 루트. 


두 번째 갈림길에서 파란색 루트를 따라 걸으면 대나무 숲으로 다시 되돌아오진 못하고 그대로 강가로 빠져나온다. 근데 이 코스도 한적하니 좋다. 다만 다시 대나무 숲으로 돌아가려면 또 긴 길을 걸어가야 하니 신중하게 생각하자. 강가로 빠져나오지 않고 노조미 야 신사로 가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신사를 지나쳐 계속 걷다 보면 기찻길이 나오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볼법한 전형적인 (기차가 지나가는) 일본 마을의 모습이 보인다.



만약 신사 쪽으로 향하지 않는다면 다시 katsura 강변 쪽으로 나오게 된다. 강을 따라 다시 한 번 중앙로로 가서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어찌 보면 화려하지도 않고 볼거리도 많지 않은 조용하고 고요한 마을이다. 누군가에겐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누군가에겐 평화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후자에 가깝다. 방문할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곳, 시끌벅적한 오사카/교토 대도시에서 잠시 벗어나 한적한 자연풍경 벗 삼아 여유롭게 마을을 거닐 수 있는 곳. 


어딜 가든 산과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 아라시야마. 만약 오사카 혹은 교토 여행을 갈 예정이라면 별책 부록처럼 끼워 넣어 보자. 가끔은 별책부록을 갖기 위해 잡지를 사기도 하니까.


마지막으로 치쿠린 대나무 숲의 야경(light-up)을 구경해보자.



참고로.. 치쿠린 입구에 있는 경단.. 정말 맛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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