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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ny Dec 28. 2015

상하이의 진주, 동방명주를 가다

중국 상하이 여행

시대를 조금만 앞서가면 사람들의 찬사를 받지만 너무 앞서가면 비난을 받는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의 인식 범위 내에서의 커다란 변혁은 수용되지만, 그렇지 못한 변혁은 배척당하기 마련이다. 건축물로 한정해보면 100년 전 파리의 에펠탑이 그랬을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많이 흘러 익숙해지기도 했고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진보되어 지금은 파리를 상징하며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시아에도 이런 사례가 존재한다. 바로 지금 소개할 상하이의 진주, 동방명주 탑(东方明珠塔)이다. 영어로는 Oriental Pearl Tower, 그야말로 동방의 진주라는 의미다. 원래는 TV탑으로 쓰이기 위해 91년 착공하여 94년 완공된 탑으로 꼭대기까지의 높이는 468m로, 초고층 빌딩이 많기로 유명한 상하이 내에서도 아직까지 높이로 수위를 지키고 있는 탑이다. 


건축될 당시에만 해도 괴상하게 생긴 외향 때문에 상하이 시민들에게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하이에 있는 수많은 초고층 빌딩을 제치고 이제는 명실공히 상하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었으니 어찌 흘러가는 역사가 에펠탑과 비슷한 것 같다. 



동방명주를 보기 위해 푸동지구로 넘어가 본다. 맑지 않은 회색빛 하늘이 상하이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푸동지구는 바로 건너편에 있는 와이판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와이탄이 1900년대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면 푸동지구는 2100년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푸동지구에 도착하자마자 고층 건물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상하이 국제 금융센터, 진마오타워, 완공 괴기 전 상하이 타워 등이 보인다)



멀리 보이기 시작하는 동방명주. 사실 세계 유수의 랜드마크에 비해 우스꽝스럽게 생기긴 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역시 지금 사람들의 인식범위 밖에 있어서 그런 것이고, 혹시 알까. 2100년에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물로 뽑힐지.


커다란 구슬 3개가 크기 역순으로 위에서부터 기다란 막대기에 꽂힌 모양이다. 각각의 구슬은 전망대 역할을 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입장료가 비싸다. 참고로 중간 정도가 상하이를 즐기기 가장 좋은 높이고 제일 높은 곳에 있는 구슬에서는 밖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아래 글 참고)



꽤나 아침 일찍 찾아갔는데 티켓부스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동방명주는 여행객에게도 현지인에게도 인기 있는 곳이라 자칫 잘못하면 줄을 서서 입장하는데만 한 시간 넘게 걸릴 수도 있다. 최대한 일찍 가자. 


동방명주는 높이에 따라 전망대가 총 3개(90m/263m/350m)로 구분이 되고 그에 따라 입장권 가격도 달라진다. 제일 꼭대기층까지 갈 수 있는 입장권은 220위안으로 한화로 약 3.9만 원이다. 참고로 여기엔 동방명주 탑 1층에 있는 상하이 역사박물관 입장료도 포함되어 있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라 망설이는 사람도 많을 텐데, 나는 이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도, 글을 다 읽을 즘 같은 생각을 하길 바라며 이제 입장해보자. 



티켓박스를 지나 동방명주 입구로 들어가본다. 입구에 가까워질수록 멀리서 보이던 우스꽝스러운 건물은  온데간데없고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송신탑이 나타난다. 멀리서 볼 때는 확실히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눈앞에서 건물을 직접 마주하니 알 수 없는 경외심이 생긴다. 


다행히 이 날엔 사람이 별로 없어서 동방명주 중앙 엘리베이터까지 순식간에 진출했다. 만약 사람이 많은 날에는 미로처럼 만들어진 길을 통과하느라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티켓 검사하는 곳을 지나 동방명주 중앙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길. 건물의 테두리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일렬로 정렬시키는 기능을 한다. 사람이 없긴 해도 엘리베이터 줄은 꽤나 길다. 태울 수 있는 정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는 꽤나 순식간에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첫 번째 덱에 도착하여 황푸강을 바라본다. 저 멀리 외백 대교가 보인다. 꽤나 높았던 건물들이 순식간에 낮아진 걸 보니 첫 번째 덱의 높이를 실감하게 된다.



엘리베이터는 꽤나 순식간에 사람들을 실어나른다. 대략 40초 만에 263m 전망대에 도착하는데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였다고 한다. 전망대는 외벽이 커다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상하이를 내려다보기 편하다. 저 멀리 외백 대교가 보인다. 꽤나 높았던 건물들이 순식간에 낮아진 걸 보니 첫 번째 덱의 높이를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내 목적지는 맨 꼭대기 전망대였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올라가 본다. 351m에 있는 전망대로 가는 도중 만난 세계의 마천루들. 동방명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탑들이다. 


맨 위층 전망대로 들어가려면 필히 덧신을 신어야 한다. 강원도에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인 스카이워크도 역시 덧신을 신어야 입장이 가능한데, 거기는 바닥이 유리이기 때문에 훼손 방지를 목적으로 신는다 해도 이 곳은 바닥이 유리도 아닌데 왜 신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무튼 스페이스 캡슐이라는 별칭에 맞게 안내원이 은색으로 된 우주복을 입고 있다. 



드디어 351m에 자리 잡은 꼭대기 전망대 스페이스 캡슐이다. 별칭답게 뭔가 내부 분위기가 우주선을 닮아있다. 덧신을 신겨놓았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 조심히 내딛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상 사방이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지상 350m인지 지하 350m인지 구분이 가지는 않는다. 


벽에 설치된 통?으로 들어가면 동그란 구멍을 통해 상하이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구멍이 작기도 하고 제대로 보이진 않는다. 여기저기 교육용 자료를 보여주고 있고 작동하지 않는 우주선 문을 닮은 장식도 있다. 이쯤 되면 뭔가 실망할 법도 하지만..



계단이 보인다. 위로 한 층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위로 올라가면 뭔가 달라질까? 달라진다. 바로 아래층보다 훨씬 더 넓고 선명한 창이 있다. 유리창을 통해 상하이 풍경을 내려다본다. 360도 전 방향에 유리창이 있기 때문에 보고 싶은 곳을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날따라 날씨가 무척 흐려서 멀리까지 맑게 보이지는 않은 것이 아쉽다. 



높이 350m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이 사뭇 재미있다. 263m 전망대에서 보았던 외백 대교는 더 이상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높이고, 지상에서 올려다본 진마오타워,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등은 이제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오로지  (이때 당시 공사 중이던) 상하이 타워만이 올려다보일 뿐.



아이들은  재미있어하고 다 큰 (남자) 어른들은 지루해하고 있다. 스페이스 캡슐이라는 별칭 답게 우주복을 입고 있는 우주비행사가 천장에 매달려 있거나 서 있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350미터에 자리 잡은 화장실은 도대체 오물들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저러지?라는  쓸데없는 걱정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창문에는 351m라는 인증샷 찍기 딱 좋은 표기가 되어 있다. 



어느 도시를 여행하든 꼭 방문하는 곳이 있는데 하나가 바로 재래시장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그 지역의 가장 높은 곳이다. 높은 곳은 그 지역을 한눈에 조망하기 좋으며, 동방명주와 같이 정말 초현실적으로 높은 곳은 평소에 보기 힘든 장면을 보여준다. 와이탄의 거대하고 웅장한 건물들이 성냥갑 마냥 오밀조밀하고 작아 보이는 풍경을 어디에서 또 마주한단 말인가



가장 꼭대기 전망대를 다 즐기고 다시 263m 전망대로 돌아왔다. 여기서도 또 한 가지 놓치기 쉬운 동방명주의 명물이 하나 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바닥이 유리로 된 전망대. 263m 전망대에서 계단을 통해 한 층 내려가면 볼 수 있다. 



바로 이렇게 된 전망대인데, 건물 중심부에는 튼튼한 바닥이 있지만 테두리 쪽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다. 이게 사진으로 보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만 막상 저기에 가서 유리 위에 서려고 하면 대단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하다. 굉장히 비인도적인 전망대라 할 수 있다 (웃음)



평소에 별다른 겁이 없는 나도 유리전망대 위에 서서 사진을 찍는데 정말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다. 정지된 사진이라 잘 모르겠지만, 발이 나온 저 사진을  찍자마자 황급히 안전한 곳으로 발을 딛고 말았다..(창피)

겨우? 260m 높이인데도  발아래 거대한 구조물들이 장난감처럼 보인다. 거대한 반경의 공중회랑도, 매머드 건물 정대광장도 상하이 애플스토어도 전부 우스워 보이기까지 한다. 



아.. 겁 없는 사람들 같으니..(울음) 처음에는 굉장히 무섭고 차마 발을 딛기 힘들지만,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높이에 익숙해지기 위해 수 바퀴를 돌다 보면(나만 그런 건가-_-) 금세 익숙해져서 조금씩 유리 위로 발을 내딛게 된다. 그리고 한 번 두려움을 떨치기 시작하면 세상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할 극한의 높이를 공포와 함께 즐기게 된다. 


위 사진은 상하이 동방명주 탑 투명 전망대를 즐기고 있는 여러 어른들의 모습이다. 모두들 한결같이 얼굴에 미소와 웃음을 띠고 있다. (애초에 겁이 많아 웃음을 띠지 못하는 사람들은 저기 올라가지도 않는다)



이번에는 어린이들 표정. 높이에 대한 인지를 못하는 아이들은 겁도 없이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고, 높이에 대한 인지를 하기 시작한 혹은 겁이 많은 아이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거나 유리 위에 발을 딛지도 못한 채 울고 있다. 한 가지 분명 한 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논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저렇게 유리 위에서 대범하게 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테두리 쪽 유리 전망대가 아닌 안쪽에 있는 나무 바닥을 걷는다. (그래 나만 겁이 많은 건 아냐!)



260미터 유리 바닥 전망대를 구경하며 심장을 쫄깃하게 혹사시킨 뒤 안정적인 90m 전망대로 향했다. 90m. 숫자만으로도 이렇게 위안이 되긴 또 처음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일단 여러 오락기 구들이 보이는데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표지판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90m 전망대를 갈 수 있다. 



90m 전망대는 상당히 인도적이다.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서 심장을 혹사시킬 이유도 없고 유리창이 없어서 시원한 시야를 보여준다. 높이와 재미, 짜릿함과 공포감은 없지만 3개의 전망대 중 가장 편안하게 상하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날 따라 날씨가 흐렸을 뿐 맑았다면 더욱 예쁜 풍경을 보여주었을 것. 사람에 따라서는 사실 이 정도 높이만으로도 충분할 수도 있겠다.   



3개의 전망대를 다 즐기고 1층으로 내려온다. 볼 것 다 봤다고 바로 나가버리면 굉장히 섭섭해할 이가 있으니 바로 상하이 역사박물관이다. 전망대 입장료에 포함되어 있어서 추가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혹은 전망대를 가지 않고 여기  역사박물관만 입장 가능한 표도 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사진으로 구경해보자. 



상하이 역사박물관에 들어갈 분들은 한 가지 주의?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생각보다 역사박물관이 굉장히 크고 넓다는 것이다. 한 번 들어가면 쭉 훑고 나오는데만 대략 30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상하이에 대한 애정과 시간과 체력이 많은 분들만 입장해보자. 


박물관 내용 자체는 좀 뻔하긴 하다. 상하이의 근대를 주로 비추고 있으며 여러 가지 역사적인 물건과 사진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그나마 다른 역사박물관과 차별 포인트가 있다면 근대의 상하이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미니어처와 밀랍인형들이 있다는 것?  그중 백미는 와이탄 미니어처인데 주경에서 야경에 이르도록 시간 순에 따라 와이탄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역사박물관에서 빠져나오면 기념품 가게들이 보인다. 가게 종류도 많고 취급하는 상품도 다양해서 주변 사람에게 줄 선물을 보기 딱 좋다. 



드디어 출구다. 전망대만 대충 빨리 보고 벗어나려던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갔고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3개의 전망대 외에는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던 곳인데 신기하고 재미난 전망대와 놀이시설, 박물관 기념품 가게 등으로 굉장히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나온 기분을 안겨준 동방명주.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지 않으면 파리 여행을 한 것이 아니듯 상하이에 가서 동방명주를 보고 오지 않으면 상하이 여행을 갔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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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by

la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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