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살아간다는 것
한 해의 시작, 한 주의 시작, 하루의 시작, 하루의 끝, 한주의 끝, 한 해의 끝 ...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하루를 채 음미하기도 전에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게 되는 나의 삶
그렇게 세월 참 빠르다는 말이 입에 붙기 시작했다.
주인공들의 표정, 세트의 소품 들, 영화 속 배경, 배우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모두 집중해가며 나는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학습했다. 언제부턴가 희미해져 간 일상의 소소한 감정들이 되살아 났다.
주인공은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 저녁엔 아내와 밥을 먹는다. 저녁 식사 후엔 잠시 시를 쓰고 강아지와 함께 근처 술집까지 걸어가 맥주를 한잔 하고 돌아온다. 이렇게 반복되는 주인공의 1주일을 영화는 2시간 동안 보여준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이지만 그날 본 사람들의 대화가 다르고 Bar에서 만난 사람들의 감정이 다르고 아내와 함께 꿈꾸는 세상이 다르다. 그리고 그 미묘한 변화들을 패터슨은 자신만의 비밀 노트에 시로 담아낸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세상에 지루한 일상도 없다."
"일상은 시가 될 수 있다."
패터슨이라는 지명과 같은 주인공의 이름, 계속해서 보이는 쌍둥이 인물들, 화이트엔 블랙에 집착하는 주인공의 아내...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모든 것들이 마음속에 의문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가 끝나고 해석을 찾아보니 이는 반복에 대한 감독의 비유를 의미한다고 한다. 반복이라는 것은 일상이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 우리는 반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영화는 어느 지점에서인가 문득 <북촌방향>과 닮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은 결국 수많은 우연의 연속일 뿐 미래도 과거도 순차적으로 뚜렷하게 구분해 낸다는 것은 어쩌면 큰 의미가 없는 것... 패터슨의 한 주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처럼
쏜살같은 세월을 잡는 방법은 나의 일상을 보고 느끼고 음미하는 것 밖에는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