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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Aug 09. 2024

애들 생각은 정말 나랑 다르군!

발명가가 좋은 첫째 딸과 섬세한 둘째 아들

위인전을 구석으로 치웠다. 좋은 책이지만 너무 어렵고 아이들이 읽기엔 지루해서 재밌는 책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근데 첫째가 자기가 좋아하는 책 몇 권은 남기고 싶다고 했다. 나는 당연하게도 여성 최초의 변호사가 포함될 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어이가 없을 정도로 웃기다. 내 한때의 실패한 꿈을 아이에게 은연중에 바라고 있었나 보다.


아이는 내가 생각했던 그 어떤 인물도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전화를 발명한 '벨'이었다. 전화기를 발명함으로써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주었기 때문에 벨을 가장 존경한다고 했다. 나는 첫째가 만들기를 좋아한다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어도 얼토당토않게 내 마음대로 추측을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첫째가 좋아할 법한 스티브잡스 책과 장영실 위인전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역시 뭐든지 내가 좋아야 즐거운 법이다.


이렇게 또 첫째 아이에 대해 새롭게 깨달으며 4살 둘째는 아직 아기이니 내 생각이 다 맞을 거라 자신하고 있었다. 그러다 둘째 또한 나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걸 알아버리고 말았다. 이 정도면 내가 너무 아이들을 모르는 것인가.


둘째는 여행지에서 머물던 호텔이나 리조트를 예전부터 좋아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제 새로운 집에 놀러 가는 거냐며 물어보더니 이제는 호텔이라고 정확하게 물어본다. 이번에 여행을 다녀와서도 그랬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면 호텔방에서 온 가족이 붙어 있어야 해서 그런가 보다 싶었다. 가족이 전부 하루종일 붙어서 티브이도 보고 밥도 먹고 하는 게 좋은가 보군 역시 아기야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첫째 때처럼 완전히 틀린 추측이었다. 나는 이걸 얼마 전에 둘째랑 카페에 가서 알았다. 푸릇한 나무와 대리석으로 아주 예쁘게 꾸며진 카페였다. 들어가자마자 두리번거리던 둘째는 이렇게 말했다.


"호텔처럼 예쁘다. 저기가 호텔 색깔 같아."

"둘째야 너 호텔이 예뻐서 좋아? "

"응"

"그럼 우리 집은 예뻐?"

"아니 우리 집은 나뭇가지 밖에 없어서 안 예뻐"


두 번의 충격이 있었다. 우선 호텔이 예뻐서 좋은 거고 둘째는 우리 집이 안 예쁘다는 거.

나는 집이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주의라 인테리어라는 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근데 안 예쁘다니... 내가 사는 집이 마음에 안 들면 안 되는 거잖아? 둘째가 말한 나뭇가지 밖에 없다는 건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아마 예쁜 부분이 없다는 뜻 같다.


둘째가 섬세하고 다정하긴 하다. 잘린 가로수에서 다시 자라는 가지가 많이 컸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내 표정을 바라보며 나의 기분을 살피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도로 섬세한 남자일 줄은 몰랐지. 주는 데로 옷 입고 쫄바지가 최고라고 하는 첫째에 너무 익숙해져서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는 둘째의 마음을 파악하진 못했다.

어쩐지 왜 자꾸 우리 집은 여기냐고 물어보더라니.... 더 예쁘게 꾸미라는 뜻이었나 보다.


인테리어는 정말 관심이 없는데 공부를 해야 할 거 같다. 한국에 돌아가면 적어도 초록색이 가득한 큰 나무라도 하나 장만해야겠다. 아이들 덕분에 관심사가 점점 늘어난다.


벌써부터도 이렇게 나의 생각과 전혀 다른데 앞으로는 점점 더 달라질 거 같아 걱정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겠다. 내가 낳은 나의 아이들이나 어쨌든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니까 인정해야 한다.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가 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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