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이제 아기 아니지 미안

by 리나

킥보드를 서서 탈 때부터 뭔가 달라졌네 싶었다. 서서 타는 건 무섭다며 앉아서 타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누나 킥보드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분홍색 킥보드를 타고 현란한 다리 동작을 선보이는 아이가 어떻게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일까.



첫째의 입학이 얼마 안 남았다. 처음으로 학교 가는데 가방은 꼭 이쁜걸 사주리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가방 가게에 갔다. 당연히 나의 온 신경은 첫째의 마음에 드는 가방과 물통 등등을 고르는데 쏠려있었다. 첫째와 이것저것을 들었다 내렸다 하고 있는데 둘째도 뭔가를 고르고 있었다. 나와 남편은 그저 둘째가 옆에 잘 있나 물건을 어지럽히고 있지는 않나 정도만 확인하고 둘째가 뭘 고르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둘째 손에 든걸 다시 제자리에 두느라 바빴다. 한참 후 가방과 물통에 팔찌까지 알차게 쇼핑을 마치고 둘째 손에 있는걸 당연하게 내려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왔다. 나와 남편은 이때까지 둘째는 아무 생각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기니까 가게 문을 나오는 순간 다 잊어버렸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집에 와서 둘째가 누나의 손목에 예쁘게 자리 잡고 있는 팔찌를 엄청 부러워했다. 그때 살짝 아차 싶었지만 '팔찌라도 사줄걸 그랬나? 그냥 저게 이뻐 보여서 그런 거겠지.' 하며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자려고 누운 둘째의 입에서 "공룡 가방 갖고 싶다"하는 소리를 들었을 때 깨달았다. '아 내가 잘못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둘째는 가게에 들어간 순간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공룡 가방을 고르고 있었다. 누나가 가방을 사니까 자기도 당연히 사는 거라고 믿었던 거 같다. 바퀴 달린 가방에서부터 그냥 등에 매는 가방까지 꾸준하게 공룡이 그려진 가방들만 손에 들고 있었던 장면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면서 너무너무 미안해졌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에 누나는 학교에 가야 해서 가방을 사는 거니 둘째 꺼는 나중에 사주겠다 설명을 했어야 했다. 물론 설명을 했다고 해서 " 네 알겠습니다. 제건 다음에 살게요" 이렇진 않았겠지만 설명을 충분히 하고 팔찌라도 같이 사줬다면 둘째가 덜 속상했을 거다.


28개월, 3살 사랑스러운 둘째. 내 눈에는 둘째가 너무너무 귀엽고 아기 같아서 이제 많이 컸다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린다. 마냥 아기가 아니라 자기 생각이 있고 나름의 논리가 있는 어린이가 되어가고 있는데 아기처럼 대하다니 내가 잘못한 게 맞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친한 언니는 정말 잘못했다며 둘째가 속상했겠다는 말을 했다. 언니도 첫째와 둘째가 나와 비슷하다. 나이차가 좀 있어도 둘을 똑같이 대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나는 내가 둘을 똑같이 사랑한다고 믿어왔는데 사랑하는 마음만 같을 뿐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차이가 컸다. 거의 어른과 아기를 대하는 정도로 다르게 대하고 있었던 거다. 이걸 깨달은 후 둘째를 보니 정말 많이 큰 게 느껴진다. 특히 친구랑 놀려고 하는 게 신기하다. 하원 후 나와 시간을 보낼 때 유모차 타고 어디든 가면 좋아하더니 이제는 친구와 아파트 안에서 놀고 싶어 한다. 누나와 동네친구들의 이름을 말하며 언제 오는지 물어보고 같이 놀게되면 신나서 뛰어다닌다. 특히 형아네 집에 놀러가는걸 엄청 좋아한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모르겠다. 둘째라서 사회성 발달이 더 빠른 건가 이런 건 정말 첫째를 키울 때보다 훨씬 빠른 거 같다.




오늘 둘째가 "나 아기 아니야"라고 당당히 말을 했다. 맞다 우리 둘째 이제 진짜 아기가 아니다, 어린이다.

나의 어린이들. 나는 언제쯤이면 실수를 안 하는 부모가 될까. 그런 날이 오긴 할까 싶지만 노력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