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정말 코로나

by 리나

토요일 아침, 놀이터 약속이 생겨서 신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첫째가 제일 좋아라 하는 친구라 주말을 즐겁게 시작하겠다 싶었는데 첫째의 얼굴이 너무 안 좋고 몸이 뜨끈한 게 느껴졌다. 열 재보니 38.5도. 약속을 취소하고 병원에서 PCR테스트를 받았다. 결과는 확진. 이렇게 나와 아이들도 코로나에 걸렸다.



이번이 4번째 격리다. 입국할 때 호텔에서 2주, 남편이 코로나 걸려서 1주, 둘째의 친구가 코로나라 4일. 그래서 그런가 격리 자체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번엔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을 때보다도 훨씬 편했다. 이유가 뭘까. 아이들이 아픈데도 더 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 가장 큰 거 같았다.


남편이 코로나에 걸렸을 땐 아이들에게 옮길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무서운 게 아니고 두려웠다. 남편을 방안에 격리해두고 하루 세끼와 간식까지 챙겨서 방 문 앞에 두었다. 남편은 방안에 화장실도 있고 컴퓨터도 있고 운동기구도 있으니 나오지 않고 일주일을 잘 버텼다. 음식과 필요한 물품 때문에 문을 열어야 할 때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소독제를 뿌리며 방 밖으로 나온 바이러스를 다 없애버리려는 마음으로 청소했다.


첫째는 코로나를 무척 무서워해서 아빠가 걸렸다는 사실에 엄청 놀란 듯했고 둘째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 아빠에 이상함을 느낀 건지 밖으로 나가자고 칭얼거리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우리 가족의 분위기는 좀 가라앉아 있었다.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의 열을 재고 나는 하루에 한 번씩 테스트를 해보며 일주일이 무사히 지나기를 기도하면서 보냈다.


이번엔 달랐다. 이미 걸렸으니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서 오는 두려움이 없었다. 이래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나 보다. 물론 내가 이렇게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었던 건 생각보다 가볍게 넘어갔기 때문도 크다. 첫째는 하루 정도만 열이 높았고 그다음 날부턴 미열이 가끔 있었지만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았다. 나도 하루 정도의 열과 목감기 증상이 있을 뿐 평소와 같았다. 남편은 이미 걸렸었기 때문인지 멀쩡했다.


어린 둘째는 고생을 좀 했다. 아이들은 코로나에 걸리면 3일간 고열이 있다더니 정말 3일 동안 38.5에서 39.5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밤마다 나와 남편이 잠을 푹 잘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도 누나랑 같이 잘 뛰어다니며 밥도 해열제도 잘 먹었다. 심지어 이제 티브이도 재미가 없는 거 같았다. 좀 쉬려고 틀어준 만화도 20분 정도 보고는 계속 같이 놀자고 보챘다. 그 덕에 일주일간 내 손에서 장난감이 떠나는 시간이 없었다.


하루 세끼 챙기며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놀아주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자유롭다는 게 달랐다. 아주 아주 많이 달랐다. 재택근무 중인 아빠의 업무가 끝나고 방문이 열리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니고 나는 편하게 저녁 준비를 했다. 저번엔 내가 아무리 재미있게 해주려고 해도 어두운 분위기가 어쩔 수 없이 느껴졌다면 이번엔 편안함, 안도감, 그리고 즐거움이 있었다.


일주일간 넷이서 딱 붙어있으면서 남편과 아이들이 얼마나 컸는지 매일 이야기를 했다. 평소에는 바빠서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눈치채기 힘든데 계속 같이 있다 보면 어떤 게 달라졌는지, 얼마나 컸는지가 보인다. 나 혼자서 느끼고 남편에게 말해주다가 오랜만에 함께 느끼니 좋았다.

힘이 남아돌던 일주일




그렇다고 코로나에 또 걸려서 격리를 또 하고 싶다는 건 정말 절대 절대 아니다. 그냥 이렇게 잘 넘어간 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