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32개월 3살이다. 아기는 아니지만 어린이는 더 아닌 그런 귀염둥이다. 둘째는 사랑이라더니 모든 행동을 그저 귀엽게만 바라보느라 아이의 질투를 느끼지 못했다. 누나가 받는 칭찬을 자기도 해주길 바라는 그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다.
어느 순간 둘째가 컸구나란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블록으로 로봇 만들기에 빠졌고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블록놀이는 첫째도 워낙 좋아해서 둘째가 하루 종일 만들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첫째가 만드는 걸 지켜보면서 배운 거 같기도 하고 이 나이에는 다들 좋아하는 거 같기도 하다. 뭐가 되었든 한참을 만지작 거려서 로봇을 만들고는 그 로봇으로 전쟁놀이를 한다. 그리고 책에 관심이 생겼다. 차마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정말 정말 좋아한다. 몇 가지 책만 돌아가면서 읽으려 하고 누나 책을 읽어줄 땐 듣지도 않더니 이제는 누나가 골라오는 책을 자기도 끝까지 듣는다. 참견도 이런 참견쟁이가 없을 정도로 한 폐지 한 페이지마다 말이 많다. 가끔은 너무 책에 빠져서 누워서 듣다 벌떡 일어나 책 내용에 감탄한다. 귀엽긴 한데 읽어주기가 어렵다. 심지어는 가끔 혼자서도 책을 보고 있다. 이게 뭔 일이지?
그런데 나도 참 재빠른 엄마는 아닌 거 같다. 아이가 이렇게 컸으면 나도 좀 다르게 대해야 하는 건데 또 여전히 아기처럼 대하고 있었다. '많이 컸구나 우리 아기' 이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었던 거다. 둘째와 관련해서 쓰는 글은 항상 이런 내용이다. 아이가 컸는데 그만큼을 못해주고 있다. 너무 미안하다. 그래서 글을 쓰며 늘 반성을 하는데 이번에도 한 발짝 늦었다. 나는 첫째에게 칭찬을 많이 한다. 첫째가 그림을 그렸는데 꽤 괜찮으면 폭풍 같은 감탄과 함께 그림을 벽에 붙이고 공부를 가르치면서도 중간중간 놓치지 않고 칭찬을 해준다. 첫째는 6살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글이라던가 수학이라던가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 옆에 딱 붙어서 알려줄 때도 많고 숙제하는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일도 많다. 당연히 칭찬은 우리의 일상이다.
그동안 둘째는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장난 삼아 "너도 공부할래?"라는 나의 물음에 "공부 안 해!!"라며 도망가거나 누나가 그린 그림에 낙서하기 바빴다. 그런데 갑자기 그림을 막 그리더니 나에게 벽에 붙여달라며 요구를 했다. 수영하고 있는 거라며 그림을 설명까지 하면서 벽에 붙여달라고 한 날 또 한 번 반성했다. 첫째는 6살이 되면서 그림도 많이 늘어서 가끔씩 붙여둘 만한 게 있는데 둘째는 아직 전혀 그런 게 없어서 붙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 날 여러 색이 섞인 무언가를 벽에 붙이며 첫째 꺼 벽에 붙일 때 둘째 것도 같이 붙일 걸 반성했다. 물론 붙일만한 그림을 완성한 적도 별로 없긴 했지만 아무튼 내가 너무 둘째를 배려 안 했던 거 같다. 그리고 한글 벽보를 보며 아는 척을 한다. 공부 싫다더니 한글에 눈길 한번 안 주더니 한글 벽보를 가리키며 나에게 질문을 하라고 시킨다. "자전거 뭐냐고 물어봐", "뚜뚜 뭐냐고 물어봐" 나는 질문도 답도 맞추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둘째에게 엄청난 칭찬과 감탄을 쏟아내고 있다.
둘째에게도 첫째와 비슷한 칭찬을 많이 해줘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서 칭찬의 말을 할 때마다 눈치가 보인다. 이제는 첫째의 눈치도 보인다. 한글 벽보 보는 거로 둘째를 폭풍 칭찬하면 첫째도 갑자기 뭔가를 한다. 그럼 나는 또 칭찬을 해줘야 하는 거고 그럼 둘째가 신경 쓰인다. 둘째를 그저 귀여워만 하다 이제야 잘한다 잘한다 칭찬을 하다 보니 미안한 마음에 좀 과하게 하는 면이 있다. 이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편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양쪽 눈치가 보인다. 어렵다 어려워
오늘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열린 친구 생일 파티에서 받은 답례품을 가지고 왔다. 무려 스파이더맨 시계였다. 보통 과자나 아주 저렴한 장난감이 들어있는데 장난감이 아닌 진짜 시계였다. 나도 놀랬지만 첫째가 엄청 부러워했다. 누나의 부러워하는 눈빛을 확인하고 훗 하는 표정으로 손목에 시계를 대보는 둘째의 표정은 정말 일품이었다. 32개월에 그런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나오다니.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치명적인 귀여움이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