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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현규 Aug 09. 2016

감추다

괜찮다


물론 나도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의 방식은 '아프지 마'라는 말로 풀려서는 안 되는 것을 안다. '하지 마'라고 하기에 아픈 것은 죄가 아니다.


너는 그저 어리고 약한 짐승처럼 네 상처를 드러냈다가 굳었겠지만 돌보지 못한 상처는 딱지가 굳어도 흉이 남는다.


눈물이 미처 할퀴지 못한 네 얼굴은 내 손바닥의 손금보다 어렸다. 그 얼굴을 손에 담아보고 싶던 날, 네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하염없이 나와 눈을 마주치려던 시간에 오른쪽 어깨가 젖은 셔츠로 너를 숨겼다.


세상에 내놓는 몇 안 되는 약속이 네게 잠처럼 쏟아졌다.


언제라도 아픈 얼굴을 하고 엉망으로 내게 와주면 좋겠다.


아프지 말라는 말 대신에 나는 네게 괜찮다고 이야기 했다.


나는 단지 너를 사랑하고, 그건 괜찮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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