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양이라도 매일처럼 비치는 빛 아니겠습니까?

by 현진현

일부러 글을 쓰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글 자체가 가진 재미의 시대는 가버렸어요. 생각은 떠나고 남겨진 글들이 범람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고요히 살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출판사를 설립하면서 나름의 브랜드를 '작은정원'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정원 앞에 다른 수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도로 띄어쓰기는 없습니다.

작은 정원에는 꽃과 나무, 돌들이 있습니다. 꽃나무 돌, 셋 중 한 가지만 있어도 스스로를 돌이켜보기 좋아서 굳이 산으로 간다거나 주변의 누군가를 귀찮게 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나는 특히 '돌'이 좋습니다. 수석 같은 취미는 전혀 모릅니다만 그저 뭉툭한 돌을 들여다보면 마음도 돌처럼 둥그스름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수년 전에 아내와 함께 런던의 이른 아침의 거리를 걷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정원이 있습니다. 입구에 있는 문에 정원의 이름이 팻말로 붙어 있었던 것만 기억나고 정원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네요. 정원에는 붉은 장미가 만발해 있었는데 얼핏 'rose'라는 단어가 정원의 이름 속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프라이빗하지 않은 꽃들이 흐드러진 아침의 정원은 좋았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기에 시간이 꽤 걸리는 곳이어서, 그래서 집중하긴 어려워 조금 아쉬웠지만요.

사실 마음에 가장 깊이 들어왔던 정원은, 교토의 료안지 방장 정원입니다. 일단 작습니다. 물론 큰 정원 안에 있는 정원이긴 합니다만.

"작은 정원을 마주하고 거대하고 심원한 인간을 꺼내본다."

호들갑을 떨어봤던 곳입니다. 과연, 그런 것도 같았습니다. 출장지였던 탓에 긴 시간 앉아 있지도 못했지만 한눈에 내 스타일인 걸 알았습니다. 물론 일본, 일본식이라 찜찜하긴 합니다.

우리 집 안에도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너무 작긴 한데 그런대로 쳐다볼만한 정원입니다. 독 뚜껑에 파를 심어뒀고요. 화분들에 파란 식물 몇 가지를 심어뒀습니다. 가끔 꽃이 피어납니다. 또 화분이 있는 베란다 주변에 돌 하나가 있습니다.

애초 아내는 여행 책자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서점을 운영하고 싶어 했습니다. 음... 오프라인 서점은 어쩌면 '사양'산업일 테죠. 그래서 출판을 해보고자 합니다. 출판을 '발전'시켜 서점을 만드는 거죠. 같은 공간이라면 사양의 빛들이 겹쳐 조금은 밝지 않을지요.

"사양이라도 매일처럼 비치는 빛 아니겠습니까?"


라고, 오늘 베란다의 작은 화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더랬습니다. 출판사 ‘작은정원’에선 한 해 한두 권의 '여행도서'를 출판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떤 여행이 될지는 작가의 뜻에 달렸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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